운송수단 대형화에 대한 재고(再考)
일제 강점기 조선우선주식회사, 1950년 대한해운공사(1988년 한진해운에 합병)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해운물류산업은 과거 한진해운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하지만 2017년 2월 17일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함으로써 우리나라 해운물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상당 부분 약화되었다. 부실경영, 부진한 업황과 함께 한진해운 파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쟁력 약화이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해상운송을 통해 대부분의 무역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운물류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관점에서 해운물류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운송수단의 대형화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최근에는 컨테이너 운송의 경우 20,000 TEU 이상의 선박이 건조·운영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초대형화 추세를 연구한 선행 자료에 의하면, 30,000 TEU 이상 선박 출현 시기가 2020년 후반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이면에는 다양한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내용들이 운송수단 대형화에 대한 제고(再考)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① 컨테이너선 크기의 현실적인 한계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우리나라 조선업체가 20,000TEU급 수주 신기록 갈아치우며 조선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컨테이너선 크기가 계속해서 확대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화물 수요 부족, 부두 수심 등 인프라의 문제로 컨테이너선 크기가 25,000 TEU 넘기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2017년 8월 확장·재개통된 수에즈 운하도 12,600 TEU 이하의 선박만 통행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중요한 한계점이 될 수 있다.
② 컨테이너선 대형화에 따른 비용 증대
OECD 자료에 의하면 메가 컨테이너선 극대화는 비용 효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컨테이너선 비용절감은 이전 대형화에 따른 절감효과보다 4~6배가량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되고 있다. 또한, 선박의 초대형화는 준설, 항만 인프라, 배후단지 관련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선박의 초대형화는 사고발생시 구난비용 등 공급사슬의 위험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③ 컨테이너선 대형화에 따른 운임지수 하락
선박의 대형화는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Alphaliner 자료에 의하면 중국 컨테이너 운임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핵심 이유가 바로 선박의 대형화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유럽 국가의 초대형 선박 경쟁은 시장 침체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 발주 경쟁에 참여함에 따라 시장에 선복과잉이 초래되고 있다.
④ 컨테이너선 대형화에 따른 서비스 하락
운송수단(컨테이너선)의 대형화는 비용적인 부분과 함께 화주에 대한 서비스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취항이 많아질수록 선적항·양하항 관련 화주의 선택은 줄어들고 있다. Global container fleet capacity outlook 자료에 의하면 선박의 평균크기와 정기선 노선 수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있다.
해상운송과 함께 항공운송에서도 대형화는 중요한 주제이다. A380 기종은 항공기 대형화를 이끌었지만, 최근 극심한 영업 부진에 빠져 있다. 2016년에는 주문량이 0대였으며, 2017년에는 취소만 2건 있었다. 미국과 일본 항공사 중 A380을 주문·운영하고 있는 항공사는 하나도 없다. 미국 항공사와 일본 항공사가 Airbus사 기종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A380 기종을 제외한 다양한 Airbus사 기종(A320, A321, A330 등)을 대량으로 주문·운영하고 있다. 이는 대형 항공기에 대한 미국 및 일본 항공사의 낮은 경쟁력 평가를 반영한다. 결국 2019년 2월 14일 Airbus사는 A380의 생산을 2021년부터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하게 되었다.
많은 선행연구에서 물류산업 경쟁력 관련 대형화의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주장되어 왔다. 하지만 앞서 논의한대로 운송수단의 대형화가 물류산업 경쟁력에 항상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항만운영이나 해상운송 관련 의사결정에 있어서 대형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 및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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