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항로의 산업 파급효과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이제현 교수





 15세기에 사람들은 지구는 둥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다에는 길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여 바다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바다에도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바다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콜럼버스는 1942년에 바다를 배로 항해하여 신대륙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그 후 많은 탐험가들이 항해를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옴에 따라 바닷길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바닷길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바닷길을 이용하는 국가는 경제적 번영을 누렸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그들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오늘날 바닷길은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길이 되었으며 국가 간에 거래되는 화물을 운송하는 중요한 국제운송 경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닷길이 없다면 국가 간의 상거래는 활성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 무역량의 98%가 바닷길을 이용하여 해상운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닷길은 모든 산업을 발전시키는 모태가 되었다. 특히 해운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정기선 운송은 바닷길을 이용하여 화물을 전 세계로 운송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해상컨테이너화물은 정기전 항로로 운송되고 있다. 동북아 북미 정기선 항로, 동아시아 유럽 정기선 항로, 구주 정기선 항로, 중동 정기선 항로, 중남미 정기선항로, 호주 정기선항로, 동남아 정기선항로, 한일 정기선항로, 한중 정기선항로, 한러 정기선항로, 아프리카 정기선항로 등 많은 정기선 항로가 개설되어 정기선사가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정기선 운송은 특정 정기선 항로를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운항하는 운송형태를 말한다. 화물의 유무에 관계없이 특정 정기선 항로를 정해진 시간에 반복하여 운항함으로써 공산품과 포장화물을 운송한다. 지정된 정기선 항로에는 여러 척의 선박이 운항일정표에 따라 운항하기 때문에 화주는 화물을 적기에 인수와 인도를 할 수 있다. 선박은 반드시 운항일정표를 지켜서 운항하여야 한다. 정기선 운송은 화물의 유무에 관계없이 운항일정표에 맞게 선박을 운항하여야 하기 때문에 선박운항에 필요한 고가의 선적과 하역장비 및 화물터미널이 있어야 되고 이러한 시설은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며 화물의 유무에 관계없이 고정비용을 발생시킨다. 


 해상운송은 모든 산업을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해상운송이 없으면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 내지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철강산업, 석유산업, 목재산업, 시멘트산업, 섬유산업, 해상보험업, 창고업, 하역업, 육운업, 해운부대산업 등 모든 산업이 해운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제수지에 기여하고 국토방위의 수단이며 무역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해상운송은 국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2016년 우리나라 수출입화물 9억 436만톤 중에서 8억 4087만톤을 선박으로 운송하여 해상운송비중이 99.7를 차지하였다. 이를 통해 해상운송이 우리나라 무역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표1>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에서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비중

(자료: 관세청 수출입화물 통계자료)

(단위:톤, %)

 구분

2014년 

2015년 

2016년 

수출입화물 

 895,301,037.7

918,337,121.3 

943,558,553.5 

해상운송 

893,936,906.1 

915,790,082.3 

940,887,497.1 

비중 

99.84% 

99.72% 

99.71% 




 한진해운을 부도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나 싶다. 수십 년간 공들여 만든 바닷길을 정치적 혼란기를 틈타 금융논리로 외국선사에게 넘겨주었다고 본다. 바닷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바닷길에 의지하여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바닷길이 우리 후손에게 줄 과실을 정확히 평가하여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국력이 신장될 수 있는데 애석하기 그지없다. 


 한진해운은 2015년 5월을 기준으로 세계 컨테이너화물의 3.3%를 점유하여 8위를 차지하였고 현대상선은 1.9%를 차지하여 18위를 차지하였다. 두 회사를 합하면 5.2%가 되어 국적선사가 컨테이너화물 운송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강화되었다.


 2015년 국적선에 적취율이 11.38%를 차지하여 전년도에 비해 0.78%가 감소하였고 외국선 적취율은 88.61%를 차지하여 전년도에 비해 0.78%가 증가하였다. 국적선 감소는 외국선 증가율로 나타났다. 


<표2> 우리나라 수출입해상화물에서 국적선과 외국선 적취율

(자료 : 한국선주협회 2016 해사통계)

(단위:R/T)

 구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국적선 운송량 

115,476,614 

111,753,312 

115,731,465 

110,535,423 

비중 

12.64% 

12.23% 

12.16% 

11.38% 

외국선 운송량 

797,476,013 

801,884,974 

835,988,995 

859,931,938 

비중 

87.35% 

87.76% 

87.83% 

88.61% 

합계 

912,952,627 

913,638,286 

951,720,460 

970,467,361 




 이는 우리나라 수출입해상화물의 국적선 의존도가 줄어들고 외국선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외국선사의 해상운임결정권이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해상운임은 거의 자유경쟁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 변동 폭이 대단히 크다. 호황기에는 운임이 4배로 급등하고 불황기에는 급락한다. 외국선사가 호황기에 운임을 급격히 올리는 경우 이를 제제할 방법이 없고 상승한 운임은 결국 우리나라 수출입화주가 부담하게 되며 이는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과 수출채산성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외국선사의 해상운임결정권이 강화되면 될수록 수출입회주의 부담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진해운의 부도처리는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상태에서 해결방안이 강구되어야한다. 다시는 한진해운 부도처리와 같은 무책임한 해결방안이 되풀이되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