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엘리트 아니라도 길은 얼마든지 있다
<먹고 사는 데 걱정 없는 1% 평생 일 할 수 있는 나를 찾아서>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ㅣ서승범 옮김ㅣ하우넥스트
먼저 “먹고 사는 데 걱정 없는 1% 평생 일 할 수 있는 나를 찾아서”라는 제목이 환상적이다. 무려 23자에 이르도록 긴 제목의 책을 여간 해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렇다. (독자 중에 이보다 더 긴 제목의 책을 대면 필자가 소장 중인 명서 5권을 드릴 의향도 있다.) 거기다 ‘먹고 사는 데 걱정 없’다는 것이 환상적이다. 그건 사실 우리 모두가 날마다 꿈꾸는 로망이 아니던가. 하느님, 부처님보다 높다는 ‘건물주’가 많은 사람들의 꿈인 것처럼.
이 책의 저자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베스트셀러 “인생의 교과서” 시리즈 외 몇 권의 책으로 상당한 지명도를 얻고 있는, 그리고 직장의 변신이 좀 ‘특별한’ 사람이다. 도쿄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인재 채용 대행회사(헤드헌터)인 리쿠르트사에 입사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까지는 어느 기업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48세가 되던 2003년 도쿄도내 최초로 구립 중학교의 민간인 교장으로 변신한다. 지금도 저자는 나라 시립 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책 안의 저자 소개의 첫 타이틀은 ‘교육개혁실천가’다. 필자의 추측이지만 아마도 저자는 리쿠르트사에 재직하는 동안 일본의 교육개혁안에 대해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냈고, 그게 사회적 설득력을 얻어 최초의 민간 교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그랬다면 그건 상당히 특별한 일이고, 쉽지 않은 일이다. 뒤따르는 후배들에게 ‘먹고 사는 데 걱정 없는 1% 평생 일 할 수 있는 나를 찾’는 길을 안내할 자격이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냥 ‘1%’라고 하면 막연히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라 지레 좌절할 수도 있겠다. 백 명 중 한 명이나 천 명 중 열 명은 좀 어렵게 보이지만 백만 명 중 만 명이라면 어쩐지 불가침의 영역일 것 같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런데 후지하라 가즈히로가 제시하는 ‘7단계 판정차트’를 보면 1%에 드는 일이 훨씬 쉬워 보인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론을 숙지한 후 남다른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전제조건이겠지만.
저자는 일단 정점에 있는 사람들의 타입을 ‘4가지 방식’으로 대분 한다. (A)경제적 가치(소득)를 중시하는 권력지향의 CEO 타입. (B)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프로(독립)지향의 개인사업가 타입. (C)경제외적 가치(가족, 명예 등)를 중시하는 권력지향의 공무원 타입. (D)경제외적 가치를 중시하는 프로지향의 연구자(매니아) 타입. 좀 복잡해 보이지만 쉽게 대비시키자면 ‘A는 기업체 직원, B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나 자영업자, C는 공무원(공공기관), D는 자신이 즐기고 잘 하는 일에 몰두하는 프리랜서’에 해당된다.
어느 타입이 더 좋다, 나쁘다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요즘은 권력지향과 소득(돈)보다 경제외적인 가치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승부를 보려는 C. D 타입의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저자는 그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물론 일본의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 추세 그래프가 일본을 뒤따라 간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단, C타입은 현재 일본과 우리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다르므로 ‘공무원’이란 직업의 의미를 좀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21.4:1이라는 천문학적(?) 경쟁률을 기록한 올해 전국 16개 시도 지방공무원 9급 공채에 합격한 1만 명이나, ‘삼성전자’ 입사에 성공한 소수의 수퍼 엘리트가 아닐지라도 결코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인생 교과서’다. 그런데 저자가 톺아본 1%에 이르는 7개의 계단이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들만 오를 수 있는 난코스가 아니라 누구든 의지(물론 굳센 의지)만 있으면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희망’이다.
출발선에 있는 3개의 계단은 4타입 모두에게 공통으로 해당된다. 1단계, 파친코(도박)를 하지 않으면 통과. 2단계, 전철만 탔다 하면 무조건 모바일 게임부터 하는 사람은 탈락. 3단계, 책을 한 달에 한 권 이상 읽으면 통과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3단계까지 통과했으리라 추측된다. 혹시 탈락자가 있더라도 지금부터 습관을 바꾸면 곧바로 통과할 수 있지 않겠는가?
4단계부터 마지막 7단계까지 4계단은 A, B, C, D 타입 별로 각각 조건이 다르다. 그러니까 저자는 공통 3단계와 4타입 별 각각 4단계, 총 19가지의 조건과 통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 19가지를 여기에다 모두 풀면 그건 스포일러, 번역가와 출판사에게는 차라리 이 책을 여기에 소개하지 않느니 못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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