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만공사,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최순권 교수
2004년 부산항만공사 설립을 필두로, 국내에서도 인천항만공사(2005년), 울산항만공사(2007년), 여수·광양항만공사(2011) 등이 설립되었다. 항만공사는 민간경영방식에 의한 창의성과 효율성의 발휘, 책임경영체제의 장점 확보, 그리고 공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는 그간 정부기관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었던 항만관리가,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와 다양한 항만관계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의사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설립되어 현재 10여 년 넘게 운영되어온 항만공사제가 이제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지 한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항만공사들의 운영이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 살펴보면 될 것이다.
첫째, 국내 항만공사가 민간경영방식에 의한 창의성과 효율성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물론,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 필자는 국내 항만공사의 운영에 창의성과 효율성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항만공사의 역할들은 지역별로 대부분 정해져 있다. 이로 인해 각 개별 항만별로 창의적이고도 차별화되어 있어야 할 항만공사의 역할과 기능이 다양하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각 항만공사는 기획재정부의 관리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적용 대상)되어, 매우 엄격한 관리와 통제를 받고 있다.
둘째, 책임경영체제의 장점 확보 여부이다. 우선 국내 항만공사들의 책임경영제제는 형식적으로는 갖추어져 있고, 작동하고 있다. 공기업 평가시스템에 의해 평가받고 있고, 그 결과에 따른 보상과 질책이 비교적 분명한 형편이다. 하지만, 사실 내용적으로 보면, 그 한계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각 항만공사의 사업영역과 운영, 그리고 사장의 재량권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책임경영 체제의 장점이 발휘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 공익성과 수익성의 조화로운 추구 여부이다. 공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국가 차원의 항만물류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항만 개발 및 물류 인프라의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각 항만공사는 각 지역의 항만물류산업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시설 투자 및 경비 지원, 그리고 물류 인프라들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항만공사는 공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적정 수익 창출 및 재투자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실질적인 수익사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항만의 역할과 기능이 화물의 통관 및 보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제는 종합물류거점으로서의 항만으로 그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만공사의 역할과 기능 또한 변화하고, 확대되어야만 한다.
우선, 항만공사 운영에 있어 자율성과 창의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 해운항만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업 영역의 창조적 확대는 물론, 투자 재원 조달 방법의 다양화, 사장의 재량권 확대 등을 통해 민간 부분의 효율성과 창의성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변화해 나아가야 한다. 공운법에 의해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관리와 통제 또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항만공사의 역할 확대를 위해 GTO(Global Terminal Operator)로 변신해야 한다든지,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개별 항만공사들은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사업 모델을 확보하고 있는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 또한, 개별 항만공사들의 글로벌화를 위해 지원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제거해야 할 장애물은 무엇이 있는지 고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간 수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 설립 10여 년이 지난 항만공사제도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롭게 변신하고 발전해야 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음으로 설립 취지를 유념하고, 어리석은 지역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건전한 경쟁체제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대를 개척해 나가는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내 항만공사들이 지향해야 할 미래 모습이다.
※본 원고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인천항만공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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