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의 활성화를 위한 연안해운업 재건의 필요성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박상익 팀장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지만 한국전쟁의 산물인 휴전선으로 말미암아 유일한 육로인 북방마저 막혀 있음에 따라 섬나라와 같은 사정에 있으며 최북방의 백령도, 최남단의 제주도, 최동단의 울릉도와 독도 그리고 강화, 인천, 평택, 태안, 보령, 서천, 군산, 부안, 고창, 영광, 무안, 목포, 진도, 해남, 장흥, 고흥, 여수, 남해, 통영, 거제, 부산, 울산, 감포, 포항, 영덕,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으로 이어지는 해안의 각 항·포구는 국내어업 및 양식업의 전진기지로 인천, 평택, 군산, 목포, 마산, 광양, 부산, 울산, 포항, 동해, 삼척의 해운물류 부두는 국·내외의 화물운송 및 산업원자재의 수·출입 전진기지로 목포, 거제, 부산, 울산은 조선산업의 전진기지로 인천, 여수, 울산은 화학공업단지로 인천, 평택, 당진, 하동은 화력발전 단지로 운영됨과 더불어 각 항·포구 인근에는 해수욕장을 비롯한 스킨스쿠버, 요트, 카약, 레져 낚시, 해수욕장등과 같은 해양레져가 동시에 성장·발전하고 있음에 따라 이 지역 다수의 국민들이 해양(바다)산업에 생업으로 종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주요 무역물품인 제조 공산품, 자동차, 원유, 석유화학제품, 식량, 산업원자재 등이 해상으로 운송됨에 따라 화물, 선박, 항만 등으로 구성되는 자국 중심의 SEA LANE을 구축하여 국가안보와 경제안정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해운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낌없이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한진해운 사태를 겪으며 자국 선단이 국제 SEA LANE 상에서 고립될 경우 국가브랜드의 실추, 국제물류 네트워크의 단절과 고립으로 이어져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미친다는 사실을 경험하였다.


해양산업이 국민의 고용안정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영구히 존속·발전되어야 할 산업이며 그 중 해운업의 안정적 유지와 성장은 국가안보와 경제 안정화에 필요함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해운업은 1997년 IMF, 2008년 국제금융사태 등으로 인한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위기극복을 위한 지원을 받기보다 금융상환 및 순간의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둔 정책의 실현으로 오히려 금융비용의 증대와 해운시장의 생태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2016년의 한진해운 사태 역시 국가안보와 경제를 위한 전략적 판단보다는 금융상환과 일시적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둔 지원책으로 결국 한진해운을 역사 속의 이름으로 만들었으며 10년 주기로 다가온 해운업의 위기 시 마다 동일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실수를 반복하여 해운시장의 체력을 약화시켰다. 현재의 우리 해운업 역시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와 세계적 해운경기 불황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사정으로 약화된 체력을 성장시킬 여력이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우리 해운업의 재건을 위해서는 부실해진 체력을 강화하고 성장동력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 출발은 내항 해운업에서 출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연안을 오가는 해운선사들이 건실하게 살아날 때 이를 기반으로 육성된 내항 해운업의 인프라(선박, 항만설비 및 배후 도로 등의 물적 자원과 선원 등의 인적 자원)이 외항 해운업을 지지함으로써 내·외항 해운업이 동반 성장하여 우리 해운산업의 체력강화와 성장의 발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해운업의 활성화는 기본적인 항만시설과 물류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전제하에 충분한 화물과 화물을 이송할 적정수준의 선박이 있고 화물운송의 가격경쟁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즉, 화물을 운송함으로서 받는 운임 수입이 선박의 건조, 운항유지비용 및 금융비용 등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해운시장은  화물의 양보다 이를 운송할 수 있는 선박의 척수(선복량)이 더 많아 해운선사들은 화물 확보를 위해 저가의 운임으로 선박을 운항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으며 화물확보를 위한 선사간의 출혈 경쟁의 심화로 선박의 운항과 터미널을 운영할 재원이 부족한 해운선사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외항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은 해운시장의 생존전쟁에서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을 소실함과 동시에 이를 지원해 줘야할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국·내외의 해운시장은 선복량 과잉에 따른 화물 쟁탈전이 벌어지고 살아남기 위한 선사간의 출혈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선사는 비용절감을 통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발달된 선박 건조기술과 부족한 화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의 화물운송은 주로 해상의 선박과 육상의 화물차(트럭, 트레일러, 탱크로리 등), 철도 등에 의해 이루어지고 운송수단의 점유율에 있어서는 육로에 의한 화물운송이 더 많이 늘어나고 해상운송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육로의 경우 도로의 지속적 건설과 개선 및 차량의 성능향상으로 트럭 등을 이용한 육로 화물운송비용이 줄어들었을 뿐만아니라 운송시간이 단축 되었다. 이에 반해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해상운송은 선박건조기술의 발달로 선박이 대형화, 고속화 되었다고는 하나 획기적인 변화가 없었고, 국내화물 운송을 위한 항로와 항만의 개발 및 항만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배후도로 건설 등이 미흡하여 해상운송이 가질 수 있는 대량운송을 통한 비용절감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제한적이지만 내항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큰 외항화물 운송선박이 국내항 간을 기항하면서 외항화물을 내항에서 운항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내항화물선이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은 더 감소하게 되었다. 국내의 여객 수송 역시 도서지역과 육지를 이어주는 항로에 여객선이 운항되고 있었으나 거가대교(거제도와 가적도(부산)연결), 남해대교 등과 같은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연육교가 건설됨으로써 해상에서의 여객운송뿐만 아니라 화물운송까지도 모두 육로를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국내 화물 총량 중 해상보다 육로로 운송되는 양이 증가되어 해상으로 운송되는 화물량이 줄어들었음에도 선박 척 수(선복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사정이라면 선복량 과잉에 의한 해상운송 운임률이 떨어지고 내항해운회사의 수입 악화로 나타남은 당연한 결과이다. 화물을 잡기 위한 운임 덤핑에서 발생된 수입의 감소는 선사의 선박 및 안전에 대한 투자를 줄이게 만들어 노후선박을 대체하는 선박을 새로이 건조하는 대신 저가의 중고선박을 도입하게 만들었으며 운임 수입의 극대화를 위한 무리한 선박의 증개축(개조)는 해상에서의 안전사고의 증가 및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를 유발하여 해운선사의 체산성을 악화 시키거나 아예 사업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5년 12월 말 기준 내항해운업을 영위하는 969여 선사에서 운항하는 선박이 2,227척으로 한 선사가 소유하는 선박은 평균 2.3척 정도로 영세하여 선박운항에 필수적인 규정을 충족시키기에도 힘에 겨운 사정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내항해운업을 건실하게 재건하기 위해서는 국내 화물량 중 해상수송이 가능한(필요한) 화물에 대한 유효한 통계 분석과 이를 통한 화물운송에 필요한 선종과 선박 척 수, 항로, 운항비용 및 육상운송 비용과의 비교등을 통한 대한 종합적인 검토 후 화물량과 비교해 선박이 비정상적으로 많을 경우 선박을 인위적으로 감척하거나 해상운송으로 화물이 유입될 수 있도록 내항화물운송 시스템(화물의 집하, 포장, 선적, 운송, 양하, 화물의 배달등의 절차)을 육로를 이용하는 화물의 운송비용보다 더 저렴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법과 같은 해운 생태계를 양질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 치유가 필요하며 이를 실현 전략적 정책과 재원이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내항 화물량의 증감에 따라 선복량을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양호한 상태의 운임률이 유지되어 해운선사의 운임 수입 증대를 실현시키고 제도적으로 선령을 제한하여 신규 선박의 도입을 유도함으로써 조선업의 일거리 증대를 가져옴과 동시에 선박의 노후화로 인해 발생되던 인명 및 해양오염사고를 줄이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해운업의 건실한 운영은 금융의 지원을 원활하게 할 것이며 금융비용의 절감은 또 다시 선박운항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짐에 따라 육로운송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해상운송을 실현함에 따라 해상으로 운송하는 화물의 유입을 촉진시키고 항만 부대사업의 부흥을 불러올 것이다.


현재의 내항해운업의 지원책으로 제공되는 면세유의 제공, 외국선원 고용 허용 등과 같이 밑 빠진 독에 끊임없이 물을 부어야 하는 소비성 단발성 비용저감 지원책은 지양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발생하더라도 밑 빠진 독의 밑을 수리하는 근본적 해결책과 같이 내항 해운업의 재건 정책이 추진되어야만 우리 해운업에 미래가 있을 수 있다.




본 원고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인천항만공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