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물류시장 침공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들의 국정과제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중이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AI 등 새로운 기술변화가 우리 생활자체를 크게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변화속도도 가중시키고 있어 갑작스럽게 그 변화에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민감하다. 최근 산업혁명에서 가장 주목할 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주도하는 기업들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자기들만의 플랫폼을 구축해서 후발주자인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굴복시키고 조력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외 제조기업에서는 GE가, 유통물류시장에서는 알리바바와 아마존이 그들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서 동종 경쟁자와 주변 시장까지 강한 흡입력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인 우버(Uber)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미디어인 페이스북(Facebook)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매업체인 알리바바(Alibaba)는 물품 목록이 없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이비앤비(Airbnb)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1) 이들은 단지 디지털 플랫폼만 구축하고 필요한 부분은 연결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이제 물류산업도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을 장착한 유통기업들이 진출을 넘어서 침략에 가까운 도약을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소매유통기업인 알리바바와 아마존(Amazon)은 그들의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물류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미 장착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서 포워딩과 같은 물류서비스를 직접하고 선박 예약서비스 등을 수행하고 있다. 고비용이 소요되는 선박이나 항공운항은 협력 기반의 플랫폼 연계 서비스를 통해서, 저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는 직접 참여하거나 플랫폼에 종속적 연계를 통해 상품들의 공급사슬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은 2014년 4월 운송비 절감을 위한 자체 물류서비스를 도입했고 2015년 약 10억 개의 자사 물품을 직접 배송했고 2019년 페덱스 보다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한 2016년 1월에는 중-미간 해상포워더 등록까지 마치며 그들의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연계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2013년 창업한 차이니아오(Cainiao) 물류회사를 통해 공급사슬 관리에 16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최근 알리바바가 최대 1위 선사인 머스크(Maersk)와 화주들의 선복예약서비스를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도록 협약을 했으며, 2016년 12월 22일부터 알리바바 원터치 사이트를 통해 중국 화주의 유럽향과 아시아 역내 운송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항만물류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포워딩 서비스를 주로 하는 국제물류주선업이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해운회사와 항만운영사간의 갑을 관계에서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이 참여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회사, 해운회사 그리고 항만운영사 순의 갑을정 관계의 새로운 먹이사슬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물류기업들이 주도해왔던 기존 공급사슬관리 체계가 전자상거래를 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 유통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속으로 들어가면서 해운, 항만 그리고 전문물류기업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해운, 항만, 전문물류기업, 국제물류주선업체들 모두 과거의 비즈니스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맞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조만간 거대 디지털 플랫폼 유통기업의 하청업체가 되거나 사라지는 대상이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현실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세계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2차 물류기업에 대한 3차 물류시장 진입과 우리나라 항만공사의 해외물류사업 진출 제재, 화물차량 증차 제한 등이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주요 현안이라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공정한 경쟁 유지와 불법에 대한 규제 등은 필요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작은 이권에 대한 미련과 유지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주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서로 지혜를 결집시키고 실행하는 것이다.



1)Tom Goodwin, "In the age of disintermediation the battle is all for the consumer interface", TechCrunch, March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