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유라시아 관문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안영효 교수



유라시아는 세계 면적의 40%,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유럽연합,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세계 경제대국의 대부분이 속해있는 지역이다. 현재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인도 등 주요국들은 이러한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국가적 차원에서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유라시아경제연합(New Eastern Policy Economic Union), 일본의 중앙아시아+일본 대화, 미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 인도의 중앙아시아 연계정책 등이다. UNESCAP에서 아시안하이웨이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9월 중앙아시아 4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순방 중 언급한 신실크로드경제벨트(일대)201310월 동남아국가 순방 중 언급한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일로)를 말한다. 일대(一帶)는 중국의 서부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며, 일로(一路)는 중국 취안저우, 광저우 등 연해도시에서 동남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를 경유하여 유럽까지 이어진다. 일대일로는 단순한 교역로의 의미를 넘어 정책, 인프라, 무역, 자금융통, 교류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구상이다.



아태지역에서 중심역할을 해야 강대국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러시아는 아태지역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국가를 포함하여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경제 및 외교적 협력을 강화할 것을 표명하면서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강국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낙후된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동아시아국가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와의 관세동맹 체결에 이어 20151월 유럽연합(EU)에 대응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창설하면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기반으로 아태지역과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부터 개시된 미국의 신실크로드전략은 아프카니스탄 정세 안정을 위해 주변 중앙아시아 5개국, 인도, 파키스탄 등과 물리적인 연계시스템을 구축하고 통상 및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주요 사업은 서유럽-발트해 국가-러시아-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북방수송망프로젝트, 남는 전기를 파키스탄으로 전송하는 전기송전프로젝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 인도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프로젝트 등이다.



일본은 2004년부터 중앙아시아+일본 대화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안정과 성장을 위한 무역과 투자 촉진, 농업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지역협력을 추진하면서 유라시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도는 중앙아시아연계정책을 통해 중앙아시아국가들과 정치, 안보, 경제, 화적 연결을 추진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를 구상하였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대륙과 아태지역을 연결하는 관문으로서 지정학적 위치가 좋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요 목표는 첫째, 물류, 에너지, 통상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하나의 대륙, 둘째, 창조경제에 기반을 둔 경제협력 강화(ICT )와 문화 및 인적 교류 확대를 통한 창조의 대륙, 셋째, 경제통상 및 문화교류의 장벽인 평화와 안보 위협 해결을 통한 평화의 대륙이다.



위에 언급한 국가적 프로젝트들은 유라시아지역의 물류 및 교통네트워크 구축을 기본적인 인프라로 한다. 우리나라도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종단철도(TCR)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 구축을 구상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북한이라는 장벽이 있어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한 대륙과 연결되지 않는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한반도종단철도 대안으로 우리 기업들도 참여하는 나진-하산프로젝트가 주목받은 바 있다. 본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두만강 하구에 위치한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의 핫산 간 철도(54)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이용하면 부산/동해항-나진항 간 해상운송 후 TSR을 경유하는 Sea & Rail형 유라시아 국제복합운송사업이 가능해지며 사업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나진-하산프로젝트가 완성되어 우리가 성공적으로 활용하면 좋겠지만, 현실을 냉정히 보자. 지금의 남북관계를 보면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종단철도 구축과 나진항 경유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할 수 있다. 현재 주요국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프로젝트를 우리는 손조차 대지 못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실제적인 섬이라는 입장에서 유라시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관문은 항만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부산항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부산항은 대양으로 나가는 관문이지 유라시아의 관문이 아니다. 최소한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다. 우리나라의 유라시아 관문은 인천항이 유력하다. 우리나라 및 일본의 화물을 인천항에서 싣고 중국의 TCR과 러시아의 TSR을 거쳐 중앙아시아-유럽으로 운송하는 경로가 더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다. 유라시아에 전역에 우리의 세력을 넓히고 공동의 번영과 안녕을 추구하기 위한 첫 단추로서 현실적인 선택을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