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Post-China) 시대를 준비하자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하영석 교수
3년 이상을 끈 지루한 협상을 끝내고 한국과 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이 지난 2015년 12월 20일 공식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대 중국 교역의 선봉에 있는 인천항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이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던 고속성장시대를 지나 6~7%의 성장률을 보이는 중속성장 시대(신창타이)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물동량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인천항의 경우 안정적인 물동량 확보와 항만의 지속성장 차원에서 신 성장전략의 수립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 컨테이너 처리물동량 2위의 항만으로 인천항과 경쟁적인 위치에 있는 광양항의 대 중국 수출 물동량 비중은 2000년 20%에서 2015년 24%로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인천항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은 2000년 35%에서 2015년 64%로 급성장하였다. 이러한 양 항만간의 격차는 지리적인 요인과 중국의 수입수요 품목 변화에 기인된 바가 크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 변동에 따라 인천항의 수출 물동량 부침이 커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중국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매년 5%의 이상의 높은 GDP 성장률을 보이며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ASEAN 국가들 가운데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을 포함하여 새로운 세계의 생산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등 포스트 차이나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신 성장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2014년 기준 9,340만명의 인구를 가진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30대 미만의 젊은 국가이고, 한국의 대 베트남 투자규모가 72.3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한국 긴밀한 경제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인구 각각 12억 2,080만 명과 2억 5,112만 명으로 세계 2위 및 4위의 인구대국이며, 태국은 일본의 자동차 공급사슬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국가이고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의 지원 아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이들 포스트 차이나 국가에 대한 인천항 수출물동량의 비중은 14%, 수입물동량 비중은 23% 수준으로 중국 64%, 58%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항만 지향지(foreland)의 다변화와 미래성장성을 고려하여 이들 시장에 대한 서비스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천항의 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이며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인천항은 포스트 차이나 국가들에 대한 항로서비스를 다양화·체계화하여야 한다. 또한 이들 지역에 대한 연계 물류서비스망 구축 등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항만당국, 선사, 수출기업 간 공동의 노력과 협력이 요구된다. 더불어 인천항 배후 물류단지 입주기업 선정시 이들 국가에 수출확대가 가능한 기업들을 배려하는 전략 등이 필요하다.
2008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위 20대 인구밀집 대도시 가운데 13개 도시가 항만을 끼고 있는 항만도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천시가 인천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항만도시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항만물동량의 지속적인 확대창출과 더불어 세계의 도시들과 문화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이 진정한 글로벌 항만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항만의 확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오염, 교통체증, 소음 등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안정적 항만물동량의 창출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인천시민과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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