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간 기능 조정과 거버넌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안승범 교수



부산과 인천에서는 신항만 개발과 운영에 따라 기존 항만의 기능 조정과 항만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또한 해양레저와 관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요트, 크루즈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이 필요하게 되었다. 

인천항의 당면과제로는 인천내항 재개발, 인천신항의 유치 활성화, 인천북항, 남항, 경인항 등 기능 조정, 

크루즈, 해상레저 및 워터프론트 등 친수공간과 관광, 레저산업의 유치, 제조 및 유통을 포함한 항만배후의 산업클러스터 조성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인천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항만간 기능 조정과 

거버넌스 관점에서 해외의 여러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바다가 인접한 유수지를 공원으로 조성하였다. 인근 주민들과 자전거 동호회 등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주말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많이 보인다.  10여년 전 필자와 잘 알고지내는 일본 동경의 한 대학 교수님을 내 차량으로 모신 적이 

있는데 당시 경기도 일산에서 회의가 끝나고 자유로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한강을 따라 경비초소와 철조망을 보고는 ‘저게 뭐냐’고 내게 질문을 하였다. 북한에서 간첩이 넘어올 수 있어 철조망을 치고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고 대답하였는데 신기해 하여 차를 잠깐 세우고는 사진을 찍어 준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남북간의 관계로 인해 해안의 많은 곳이 군사지역으로 보초를 서고 접근이 금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반주민의 접근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인천대 앞 공원도 경비초소가 즐비해 

있다. 




항만간 기능 조정과 재개발 사례로 일본의 경우 요코하마와 동경, 유럽의 경우 런던, 함부르크 등과 

미국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을 들 수 있다. 약 6년 전 연구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가족과 1년간 지낸 적이 있어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여러 번 방문하였다. 

그 즈음 이런저런 이유로 동경과 요코하마, 함부르크, 런던과 시애틀을 방문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새로운 항만시설을 갖추면서 기존의 항만을 정비하여 친수공간, 상업 및 업무시설, 관광시설을 구축하여 도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고 누가 주도하였으며 책임과 권한, 역할에 대해 궁금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였다. 어느 경우나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고 개발 주체와 운영기업의 파산, 법적 책임을 거쳐 몇 십년이 지나서 정착된 경우도 있고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과정을 거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요코하마항과 동경항의 경우 개발주체가 

여러 번 바뀌어 진행되었고 시애틀항의 경우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항만인근의 토지를 몇 십년에 걸쳐 

시애틀항만공사가 취득하여 재개발이 가능하였다. 샌프란시스코항과 오클랜드항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위원회를 통해 역할 조정을 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 시애틀항 친수공간 전경 



■ 시애틀항 컨테이너 및 벌크터미널 



■ 시애틀항 크주즈 터미널 





우리나라에서의 항만공사제도(Port Authority)는 타 국가의 경우와 다소 상이하고 국가별, 지역, 도시별로도 차이가 있어 동일하게 접근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해외사례 벤치마킹에서는 법·제도적 측면과 함께 역사적, 사회·문화적 측면도 같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등에서는 항만의 건설과 운영과 관련하여 항만공사와 해양수산부가 담당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평가, 공공시설 타당성 등에 관여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는 주무부처로 

전국 항만에 대한 중장기계획 등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만공사가 충분한 권한 없이 책임만 있다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고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턴키방식의 전체적인 외주발주에 집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유수면 매립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부(주로 해양수산부)가 토지를 소유하게 된다. 이때 해양수산부에서는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항만시설, 배후부지, 물류부지에 집착하게 되고 현재 

항만의 주고객인 선사, 터미널운영사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게 된다.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는 친수공간, 

위락시설에 대한 도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는 토지소유권이 지자체에 

넘어가게 된다. 사업을 담당하는 민간사업자는 투자에 따른 수입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함부르크항에서 보듯 몇 백년에 걸쳐 시간을 가지고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당연히 결과가 중요하다. 또한 결과를 도출하는 그 과정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결과가 형편없을 경우 과정을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구성원의 컨센서스를 이루기 위해 

너무나 오랜 시간을 끌고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국내에서는 함부르크와 같이 현재까지도 유휴부지가 개발한 면적보다 넓게 가지고 있는 여유를 가질 수는 없는가? 

중장기에 걸친 개발, 운영을 단기부채를 해결하느라 토지를 매각하거나 과도한 수익사업에 몰두하는 

우(愚)를 피할 수는 없는가? 토지보상과 아파트가격 상승에만 몰두하여 후손에게 남겨줄 소중한 자산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샌프란시스코의 pier 39와 같이 바다사자가 일광욕을 즐기고 요트와 쾌속선이 즐비한 인천항이 될 수는 없나? 




■ 샌프라시스코항 pier 39 



■ 샌프란시스코항 Fisherman's Wharf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출퇴근길에 해안도로와 외곽순환도로를 따라 보이는 인천신항, 남항, 내항, 경인항을 지나며 해외에서 본 쾌적하고 활기가 넘치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