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자와 수입자가 무역 거래를 체결한 후, 수출자로부터 수입자에게 계약된 화물을 누가 전해줄까요?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에서 화물의 운송을 맡는 사람을 운송인이라 하고 보통 이는 선사, 즉 선박회사와 함께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사용이 됩니다. 



선하증권



선사의 선적서류(Shipping documents)에는 여러 종류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가 바로 선하증권(Bill of Loading 또는 B/L)입니다. 선하증권이란 선주, 선장 또는 선주의 대리인에 의해 서명 및 작성되어 특정 선박에 특정 화물이 적재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서류입니다. 이러한 선하증권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지고 있는데요.


1. 선하증권은 권리증권(Document of Title)으로서 선하증권의 소유자나 그의 배서인이 선하증권이 대표하는 상품의 인수, 즉 화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2. 상품이 선박에 인도되었음을 증명하는 영수증(Receipt for goods)의 역할을 합니다.


3. 선하증권은 송화인과 선주 간에 계약이 체결된 것을 증명하는 계약증서(Evidence of contract)의 역할을 합니다.


4. 선하증권은 권리증권의 성질 상 요인증권, 요식증권, 문언증권 등 다양한 증권의 효력을 내포합니다.


위와 같은 의의를 가지고 있는 선하증권은 해상 운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선하증권의 사용 범위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러한 선하증권과 관련된 국제 규칙인 헤이그 규칙, 헤이그-비스비 규칙, 함부르크 규칙에 대해서 배워보겠습니다!




해상 운송



먼저 선하증권 관련 국제규칙이 왜 생겨났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상운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송 과정 중에서 화물의 멸실 및 손실에 대한 운송인의 면책 범위’입니다. 해상 운송 계약은 송하인이 선박을 용선하는 용선운송계약과 송하인이 선박을 이용하는 개품운송계약이 있는데요. 


개품운송계약의 경우 송하인 즉, 화주는 해상운송인에 비해 열등한 지위에 있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해상운송인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개품운송계약에 각종 면책 약관을 삽입하기 시작하였고,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과실로 인한 손해까지 면책되어 해상운송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해상 운송법의 최고 권한을 가진 영국법원은 이 면책약관을 전부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화주와 보험회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해상운송인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선주와 화주 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선주의 면책약관을 국제적으로 통일하기 위하여 국제협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국제법 협회에서 1921년에 ‘헤이그 규칙’을 제정하였습니다. 1968년에 ‘헤이그 규칙’을 개정하였는데, 이를 ‘헤이그-비스비 규칙’이라고 하며, 1978년에 헤이그 규칙을 2차 개정하였는데, 이를 ‘함부르크 규칙’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제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존 해상운송은 영국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왔기 때문에 영국법이 국제해상운송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요. 종래의 영국 해상운송법이 지나치게 선주의 보호에 치우쳐 있어 미국을 대표로 각국의 반발이 커져 그 타협으로 성립된 것이 헤이그 규칙(Hague Rules)입니다.


헤이그 규칙(Hague Rules)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1. 운송인의 기본적 의무, 운송인이 향유할 수 있는 면책 범위의 최고한도와 손해배상책임 액의 최저한도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여 운송인의 책임을 면책시키는 선하증권의 약관을 무효화합니다.


2. 운송인의 화물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의 기본 원칙은 ‘과식책임주의’에 입각합니다.


3. 운송인의 기본의무를 ‘감항능력*에 관한 주의의무’와 ‘화물취급**에 관한 주의의무’로 규정하고, 운송인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화물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감항능력: 운송인이 발항 당시 선박이 항해 중에 통상의 위험을 극복하고 운송물을 안전하게 운반하는데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

**화물취급: 운송인이 화물의 선적, 처리, 적부, 운송, 보관, 관리, 양륙을 적절하고 주의 깊게 취급


이러한 특징을 가진 1924년 헤이그 규칙이 제정된 이후 수십 년이 지남에 따라 국제해상운송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컨테이너가 널리 보급되었고, 물가상승으로 운송물이 고부가가치화 되었기 때문에 헤이그 규칙이 정한 운송인의 손해배상한도액은 비현실적으로 되었습니다. 





또한 헤이그 규칙은 체약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선하증권에 적용된다고 규정하지만 이를 체약국들이 국내법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들이 이 규칙을 국내의 항구에서 발항하는 경우의 선하증권에만 적용되도록 수정을 했습니다. 또한 컨테이너 화물의 등장으로 포장 당 책임 제한 규정의 합리적인 적용이 어려워졌고, 기존 포장 당 책임제한액인 100파운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실성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968년 ‘헤이그 규칙’을 1차 개정하는데, 이것이 바로 ‘헤이그-비스비 규칙(Hague-Visby Rules)’입니다.


‘헤이그-비스비 규칙(Hague-Visby Rules)’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국내에서 발행되는 선하증권 뿐만 아니라 체약국에서 발항하는 경우의 선하증권에 모두 이 규칙이 적용됩니다.


2. 포장 당 책임제한규정에 컨테이너에 관한 규정이 신설됩니다.


3. 운송인의 포장 당 책임한도액을 기존 100파운드에서 1만 프랑(Franc)으로 인상하였고,  그 후 기준 화폐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으로 바꿔 1만 프랑을 667SDR로 개정하였습니다.

*SDR(Special Drawing Right)은 IMF 특별인출권으로 주요국의 통화를 가중평균하여 산출하는데, 현재 1SDR=1,565원(2015년 7월3일기준).


4. 운송인의 고의나 미리 알고 있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한도액 규정의 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함부르크 규칙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을까요? 헤이그 규칙 및 헤이그-비스비 규칙은 영미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운송인의 면책 사유가 광범위하고 책임보상 범위도 제한되어 선주의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어 화주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했습니다. 특히 해운회사가 선진국에만 있어, 선진국에서만 발항하는 선하증권에만 적용이 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화주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도상국의 발언권이 커졌고 1978년 ‘헤이그 규칙’을 2차 개정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함부르크 규칙(Hambrug Rules)'입니다. 


‘함부르크 규칙(Hambrug Rules)'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운송인의 관리 하에 있는 동안에 발생된 화물의 멸실, 손상 또는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해는 운송인의 책임은 추정과실이나 부주의의 원칙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운송인이 화물의 손해 방지 및 경감을 위해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취하였음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 운송인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를 통해 과실의 유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운송인에게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2. 선박의 충돌, 좌초, 침몰 등의 대부분은 항해과실로서 운송인을 면책시킨 종래의 규칙과는 달리 함부르크 규칙은 스스로 무과실을 입증할 수 없는 한 운송인은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3. 단, 화재에 관해서는 예외를 두어 운송인의 과실에 의한 화재임을 입증할 책임을 화주에게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4. 포장 당 책임 제한 한도액을 포장 단위 당 835SDR로 인상하였습니다. 


정리해 보면,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선하증권이란 화물의 소유권을 포함하는 일종의 권리 증권으로 운송계약체결의 증거이자 화물 수취의 증거가 됩니다. 즉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발행했다는 것은 자신이 화물을 수취했으며 이를 목적지까지 무사히 운송한다는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위에서 본 헤이그 규칙(Hauge Rules), 헤이그-비스비 규칙(Hague-Visby Rules), 함부르크 규칙(Hambrug Rules)들은 이러한 선하증권에 명시된 운송인의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규칙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번에 알아본 내용들이 비록 해상 운송과 관련된 전문적 지식만큼 조금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좋은 무역 및 물류 지식이므로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상 한혜지 특파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