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장사꾼’이 되려면 먼저
“나는 알바로 세상을 배웠다”
황해수 지음ㅣ미래타임즈 펴냄
지난해 ‘청년 장사꾼’ 김윤규 씨 등 일단의 청년들을 소개했었다. 이 청년들이 “내 갈 길 정했으니 스스로 감동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열심히 장사를 한 결과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기왕에 잘하고 있다고 소개까지 했으니 이들이 망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 키워나가길 늘 응원한다.
필자에게도 청년인 아들이 있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필자는 ‘열심히 공부를 해 장학금을 타면 매월 생활비를 부모가 지원하겠다. 장학금을 못 타겠으면 등록금은 지원해 줄 테니 알바를 해서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들은 흔쾌히 수락 하더니 공부 대신 알바를 선택했다.
아들은 알바를 찾아 빵집, 식당, 주유소, 주점 등을 전전했다. 그때 아들에게 ‘기왕 아르바이트를 할 거면 그냥 하지 말고 그곳을 유심히 살펴 기록으로 남겨볼 것’을 권했다. 장사의 종류, 사장의 경영방식, 구매, 판매, 서비스, 유통 등을 관찰해 성공 요소와 실패 요소를 찾아보는 일종의 ‘알바 일기’ 같은 것이었다. 그런 기록이 쌓이면 취업 때 포트폴리오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혹시 나중에 청년 장사꾼이 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아빠인 필자의 충고였다. 물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바쁘신’ 아들은 기록하지 않았다.
우리말 ‘싹수’는 ‘식물의 씨앗에서 제일 먼저 트이는 잎’이다. ‘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부터 보이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사람’을 일러 ‘싹수가 노랗다’고 한다. 반대로 ‘싹수가 있는’ 사람을 보면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말한다. 여기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떡잎이 다른 청년이 한 명 있다.
그는 입학 4개월 만에 대학교를 자퇴했다. “취업하기 위해 적성도 생각하지 않고 들어간 대학의 전공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오직 간판만을 따겠다는 목적으로 다니기에는 등록금도 비쌌다. 왜 다니는지도 모르면서 엄청난 시간을 쓰기 싫었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의심이 들었다. 목적도 없이 어영부영 학교에 다니자니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에게 죄송했고 나 자신에게도 편치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알바였다”는 청년, 황해수다. 그는 그때로부터 27세가 되기까지 모두 27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수많은 단기 아르바아트는 뺀 숫자다.
그 경험을 기록한 책이 ‘나는 알바로 세상을 배웠다’다. 너무 생생하게 기록 한 탓에 한 편의 무협지를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저자가 이렇게 탁월한 기록 능력을 갖게 된 비결은 독서다. 저자는 군대생활 2년 동안 일주일에 두 권씩, 제대 직후까지 물경 5백 여권의 책을 읽었다. ‘한 번 읽고 지나치기 아깝다 생각한 내용은 따로 공책에 적어놨는데, 정리해보니 책 몇 권 분량이 되었다’고 하니 문장력이 안 생길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는 독서를 통해 ‘모든 책의 결론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네 꿈을 펼쳐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 등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청년 황해수의 주위에는 아버지를 포함해 삼촌, 이종사촌 등 여러 명의 공무원이 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집안 사정으로 학교를 중단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기보다는 세상을 배우겠다는 뜻을 확실히 세운 후 알바에 나섰던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이 책은 취업,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에게만 도움이 될 책이 아니다. 처세술, 장사기법, 영업방식, 인간의 본능이나 속성 등에 날카롭게 육박하는 이 책은 이래저래 사는 것이 고민인 어른들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저자는 알바를 하면서 ‘누구든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사람에게 도움 받을 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알려면 다양한 음식을 먹어봐야 하듯이 내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면 그걸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는 또 “‘좋은 사람’과 ‘좋은 사장님’은 다르다”고 말한다. 어떻게 다른지는 책에 쉽고, 재미있게 기록돼있다. ‘청년 장사꾼’을 꿈꾼다면 먼저 이 책을 ‘탐독’해 볼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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