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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댁에 자서전 놓아 드리기



“손바닥 자서전 특강”



강진, 백승권 지음




인터넷의 부흥과 제 4차 산업혁명기의 뚜렷한 증상 하나는 시대의 특징으로 글쓰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압축성장의 산업화 시대에는 ‘매뉴얼 대로 잘 하는’ 직렬 프로세스 인재가 필요했지만 이젠 창의력이 뛰어난 멀티 프로세스 인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의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평가하는데 글쓰기가 대안이 됐다. 거기다 SNS가 주요 소통 수단이 되면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이 소통의 공간을 훨씬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다.


다행히 글쓰기는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다. 글쓰기에 왕도는 딱 하나다. 많이 써보는 것이다.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한 몇 가지 이론적 또는 기술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론에 아무리 밝은 사람도 직접 글쓰기를 하지 않고는 글쓰기 실력이 오를 이유가 없다. 차라리 이론은 모르더라도 글쓰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글을 더 잘 쓰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론까지 알고서 훈련에 임한다면 그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이 금상첨화다.


필자에게도 그동안 글을 써오면서 나름대로 정리된 몇 가지 글쓰기 요소가 있다. 첫째, 문장 짧게 쓰기다. 이것 하나만 충실해도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당장에 갖추게 된다. 만연체 문장으로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 지 모를 문장은 읽는 도중 앞을 잊어버려 해독이 더디다. 그래서 못 쓰는 글로 읽히는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쓸 경우 한 줄 반을 넘어가는 문장은 실패라고 보면 된다. 국내 대표 소설가인 김훈 작가의 책들(‘밥벌이의 지겨움’ ‘자전거 여행 1, 2’ ‘라면을 끓이며’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을 읽은 독자라면 알 것이다. 짧은 문장으로 치고 나가기에 명쾌하게 읽힌다는 것을.


둘째, 글은 솔직(정직)하게 써야 한다. 꺼내놓고 싶지 않은 것들은 숨기면서 쓰는 글은 반드시 공중에 뜬다. 설득력이나 공감, 감동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셋째, 공부해야 한다.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다. 머리 속에 콘텐츠(내용)가 없으면 아무리 문장력이 뛰어나더라도 쓸 글이 없다. 전문분야의 탐구와 연구, 다양한 독서, 신문 읽기, 관찰 등등 글을 쓰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모든 것들을 머리 속에 담는 것이 공부다. 물론 그것들을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참고문헌을 뒤지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키워드 지식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 넷째, 글은 퇴고가 7할이다. 글을 쓰는데 3시간 걸렸다면 고치는데 7시간 걸린다는 뜻이다.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수식어나 접속사, 접미사 등이 걸러지면서 문장이 짧아지고, 뜻은 명료해진다. 긴 문장을 짧은 두 문장으로 쪼개는 일도 고치면서 일어난다. 다섯째, 어휘력이다.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어휘는 딱 그것 하나밖에 없다’는 말처럼 적재적소의 어휘력 구사를 위해서는 국어사전을 끼고 살 정도가 돼야 한다.


앞의 이유로 글쓰기가 대세다 보니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들의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들의 출판도 줄을 잇는다. 물론 강의를 듣고, 글쓰기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무조건 많이 써 보는 것이 왕도다. 다만, 이론과 실기를 겸하는 것이 무턱대고 실기에 임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효율적이기에 강의도 책도 의미가 크다.


가장 최근에 출판된 ‘손바닥 자서전 특강’은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으로는 내용이 매우 알차다. ‘글쓰기가 처음입니다’를 이미 출판했던 저자 백승권은 국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였다. 현재는 국내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글쓰기 전문 강사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는 물론 쉼표까지 꼼꼼하게 그 의미와 맥락을 살펴야 하는 ‘대통령의 글’을 썼었다. 강진 역시 글쓰기로는 누구에게 지지 않을 소설가이자 현역 글쓰기 강사다. 책이 알찰 수 밖에 없다.


‘자서전 쓰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내용은 결국 ‘글쓰기 실력의 업그레이드’로 수렴된다. 이 책의 핵심은 제 4강 ‘글쓰기, 시작이 반이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시작하라’에 있다. 글쓰기는 일단 쓰고 봐야 하므로. 제 1강 ‘나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 제 2강 ‘무엇을 쓸 것인가’ 중 1항 ‘글감, 어떻게 모을까’, 제 3강 ‘이야기의 씨앗을 찾아서’ 중 4항 ‘기억을 불러오는 감각들’, 제 5강 ‘이야기를 완성하는 몇 가지 방법’, 제 6강 ‘생생한 글쓰기를 위한 몇 가지 요령’(요령을 안다는 것은 글쓰기에 정말 중요하다.), 제 7강 ‘글의 힘은 퇴고에서 나온다’ 등 주요 목차에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훤히 보인다. 특별히 자서전 쓰기를 염두에 두고 있거나 부모님 스토리(삶)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경우 반가워할 책인 것은 분명하다.


덧붙여, 글쓰기에 중요한 어휘력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될 책으로 ‘열공 우리말’ (최종희 / 원더박스), ‘우리말 절대지식’(김승용 / 동아시아)이 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