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항만의 성공요건
동서대학교 한철환 교수
크루즈관광은 현재 세계관광산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세계 크루즈관광객은 1990년대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등장과 소득증가를 배경으로 연평균 7%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여 2016년 2,47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396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되어 2020년에 가서는 세계 크루즈관광객수가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크루즈산업협회(CLIA)에 따르면 크루즈관광의 세계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는 2016년 기준으로 일자리 95만 6,597개, 임금 380억 달러, 총생산액 1,170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세계 크루즈관광객의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북미 58.6%, 유럽 25.9%, 아시아 8.5%, 호주 4.3%로 전통 크루즈강국인 미국, 독일, 영국의 크루즈 수요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지역 크루즈 관광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 크루즈관광객은 2012년 77만 5천명에 불과 했으나 2016년에는 310만 명으로 4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2/3인 210만 명으로 아시아 크루즈관광을 견인하고 있다.
한편 세계 크루즈산업을 공급측면에서 살펴보면 2015년 말 기준 세계 크루즈 선박은 298척(선실수 49.9만개)이 운항 중이며, Carnival Corporation, Royal Caribbean Cruises, Norwegian Cruise Line, MSC 등 상위 4개사가 세계 크루즈승객의 86.8%, 선실수의 85.5%, 수입의 80.9%를 차지하는 과점시장 형태를 띠고 있다. 최근 들어 주요 크루즈선사들은 22만톤급 초대형 선박을 투입하여 다양한 선상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크루즈의 개념을 기존 ‘움직이는 호텔(floating hotel)’을 넘어 ‘움직이는 도시(floating city)’로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 크루즈 주요 기항지를 살펴보면 카리브해, 지중해, 북유럽지역이 전통적인 세계 3대 크루즈시장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지역이 주요 기항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향후 아시아 크루즈시장이 중국을 필두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크루즈선사들도 경쟁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선박투입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09∼2014년) 아시아 크루즈관광객은 연평균 9.1%씩 성장하여 2020년에 가서는 5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크루즈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관광객 유치와 크루즈 전용부두 개발 등에 따른 다양한 파급효과 외에도 7만톤급 크루즈선의 연간 모항 운영비가 약 3억원을 상회하고, 1,497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어 고부가가치 해양산업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아시아 각국은 크루즈선박 및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통한 자국의 관광산업 경쟁력 확보와 국가 및 지역경제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를 감한하여 경쟁적으로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제1차 크루즈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20년까지 크루즈관광객 3백만명 유치와 국적 크루즈선사 육성을 통해 아시아 크루즈 허브 육성이라는 비전을 천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크루즈 모항(homeport)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크루즈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크루즈산업의 주요 참여자간 상호관련성은 <그림 1>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크루즈산업 내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시장참여자, 즉 크루즈여행상품 구매자(고객)로서 크루즈승객, 크루즈여행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주체인 크루즈선사 그리고 기항항만과 그 배후지역으로 구성되는 기항지(destination)로 구성된다.
❚ 그림 1. 크루즈산업의 주요 참여자 관계 ❚
크루즈 고객들은 여행기간, 크루즈선박, 비용 그리고 기항지 매력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최종 크루즈상품을 구매한다. 크루즈선사들은 고객들의 이러한 선호를 충분히 감안하여 가장 매력적인 크루즈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양질의 선상 서비스 제공과 운항비 절감을 위해 노력한다. 기항지의 경우 항만의 고객은 크루즈 선사이고 배후지역(관광지)의 고객은 크루즈 승객들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기항항만(port of call)에 대한 수요는 크루즈승객에 의해 창출되고, 모항(homeport)에 대한 수요는 크루즈승객과 크루즈선사 양자에 의해 발생된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크루즈 모항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항만내부의 특성과 배후지 특성이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항만특성 요인으로는 항만시설, 항만서비스, 항만가격, 항만위치, 항만관리형태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항만가격의 경우 대부분의 아시아 항만들이 경쟁적으로 크루즈선박과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자국 항만 이용 시 접안료, 입출항료 등 항만시설 사용료를 면제 또는 감면해 주고 있고, 크루즈 관광객에 대해서도 터미널 사용료를 감면해 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시아지역 크루즈 모항 결정에 있어서 가격요인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항만관리형태도 유럽의 경우는 크루즈선사들이 크루즈터미널 개발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아시아의 경우 아직까지는 크루즈터미널 건설과 운영에 있어서 민간부문의 참여가 미진한 상황이다.
한편 배후지역 속성으로는 배후지역연계망, 배후지역의 관광매력도 그리고 사회경제적 요인 등을 포함하였다. 특히 최근 크루즈관광의 트렌드에 있어서 차량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크루즈항만을 선호하는 추세이고, 해상으로 이루어진 아시아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fly & cruise 관광형태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국제항공노선이 많은 공항이 인접한 항만이 크루즈 모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크루즈 모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배후지역의 자연자원이나 문화자원 외에 축제나 페스티발 등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여 크루즈관광객들의 체류기간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여건과 관련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크루즈산업에 대한 정책지원과 선용품 공급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관련산업의 존재가 크루즈선사들이 모항으로 선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끝으로 크루즈관광은 화물처리를 위주로 하는 일반 항만들과 달리, 특성상 인근 여러 항만들을 묶은 항해일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변 항만들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내 항만간 불필요한 선사 유치 경쟁은 지양하고, 가칭 한국크루즈협회 등을 구성하여 크루즈선사 유치를 위한 공동노력에 적극 나설 때 국내 항만들이 아시아지역의 주요 크루즈 모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림 2. 크루즈 모항 선정요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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