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황해권 중국 항만 이야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중국에서 시작해서 중간지역의 개도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네트워크 확산 스토리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과거 유라시아 대국의 영광을 스토리 텔링 형식으로 제안하고 이를 구현하면서 경제적, 정치적 실익도 확보하자는 것이다. 한편 이 정책은 자국에서 소외된 서부지역을 시발점으로 추진되었으나 작년 개편을 통해 기존 경제 중심인 환동해권 그리고 동북지역이 포함되어 북극항로까지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 중이다. 


일대일로 정책은 일로(一路)의 연결점인 항만 도시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며, 개편된 일대일로 정책으로 또다시 환황해권 항만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항만도시는 항만의 배후지 경제와 선박으로 연결되는 지향 지로서 외국의 경제를 연결하는 융합공간이자 새로운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중국은 이러한 항만도시를 기반으로 점(点), 선(線), 면(面) 정책을 통해 국가를 발전시켜 나아갔고 과거 환황해권 항만도시가 그 역할을 해 왔는데 이제 일대일로 2.0을 통해 재조명을 받는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 성장의 기반이자 세계화의 시작점인 환황해권 항만들은 어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지도의 북쪽에서부터 살펴보면 중국 동북 3성의 관문인 다렌항, 우리나라의 인천과 같은 역할을 하는 수도권 관문 항인 톈진항, 산둥반도의 최대항만인 칭다오항, 중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항만인 상하이항, 상하이항의 강력한 경쟁자인 상업 중심 저장성의 닝보항 등이 중국의 환황해지역 대표적인 항만이자 중국 국제물류의 주역들이다.


동북 3성의 관문항인 다렌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의 하나이다. 중국 사람들은 공부는 베이징, 일은 상하이, 노후는 다렌에서 보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선망의 도시이자 ‘북방의 홍콩’이라 불릴 만큼 살기 좋은 도시이다. 다렌은 고구려의 천혜의 요새인 비사 성이 위치했던 곳이다. 비사성은 수나라와 당나라가 바다를 건너오면 바로 마주치는 지점에 있어 고구려의 군사적 요충지로서 전쟁할요충지로서 전쟁을 할 때마다 최전선의 역할을 담당했었다. 1899년 개항한 다렌항은 중국 동북지역의 대외 수출입액의 60% 이상을 처리하는 중국 동북 3성의 관문이자 북방지역 최대 무역항 역할을 하며 지난 2013년 컨테이너 화물처리량 1,000만 TEU를 돌파하면서 세계 10위권 항만으로 성장 중이다. 현재 항만과 내륙을 결합한 복합물류시스템이 개발되어 다렌에서 배후지인 센양, 장춘, 하얼빈, 만주리, 투먼 등으로 향하는 7개의 컨테이너 전용 열차노선 중심의 복합물류 네트워크가 운영 중이다.


정치의 중심이자 화북권의 관문항인 톈진항은 베이징을 지원하는 중국의 중요한 항만 중 하나이다. 톈진은 ‘천자가 건넌 나루’라는 뜻에서 유래되었으며 과거 황제의 나루터이자 별자리 나루터로 불렸다. 톈진은 중국의 다른 항만 도시들과 같이 조계지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톈진항은 수도권의 관문 항답게 중국의 개방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중국 제1의 산업 항이자 무역항의 임무를 수행하였지만, 간선항로에서 떨어져 있어 부산항 등 허브항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비록 동북아의 피더항만 역할을 하고 있지만 톈진항은 2017년 기준 1,510만 TEU(잠정치)로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건설된 항만이며 톈진, 베이징의 직접적인 배후경제 지역과 허베이, 산시, 칭하이, 신강 등 간접 배후경제 지역을 끼고 있으며, 내륙국인 몽골의 출해구 역할도 하고 있다. 


9세기 한반도와 중국 동부 연안은 하나의 경제공동체였으며 그 중심에 장보고가 있었는데 그의 중심지가 산둥반도였고 지금은 칭다오 항이 21세기 경제적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1892년 개항한 칭다오 항은 121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최대의 벌크항만이다. 산둥성에 있는 칭다오항은 한국의 주요 항구와 정기항로가 있는 교역의 중심지이며, 중국의 주요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가 연결된 내륙운송의 요충지이다. 칭다오와 인천과의 거리가 아주 가까운 이유로 칭다오항은 인천항의 대(對)중국 물동량을 처리하는 대표적인 항만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석탄 전용부두와 자동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광물 세계 1위, 원유는 자국 1위이다. 


산둥반도 남쪽으로 훌쩍 내려가면 우리나라 근대사와 호흡을 같이하는 상하이항이 양쯔강 하구에 버티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임시정부가 있던 곳이자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 의거를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이자 글로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하이는 그 이름에 걸맞게 2010년, 2천 907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며 싱가포르와 홍콩항을 제치고 세계 1위 항만으로 등극한 후 지금까지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중심에서 차로 1~2시간 나가면 세계 두 번째로 긴 동하이(東海)대교로 연결된 상하이 신항만인 양산항이 있다. 중국 정부는 양산항을 상하이로 편입시키고 엑스포 행사 등을 기반으로 상하이를 세계 1위의 물류 도시로 바꾸어 놓았다.


상하이항의 양쯔강 건너편에 또 하나의 거대항만이 존재하고 있다. 1200년의 역사를 보유한 닝보항은 9세기 초 장보고 선단의 경제활동 심장부 역할을 하는 등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아라비아의 무역 중심지로 번영하였으며, 화상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며, 닝보 상인은 화상 중의 꽃으로 불린다. 1842년 난징(南京)조약에 의해 국제항이 되었고 2006년부터 인근의 저우산항만과 통합하여 중국 정부 차원에서 닝보-저우산항을 중점적으로 개발이 추진되었다. 중국의 남북을 잇는 항로와 장강 수로를 동서로 잇는 교차점으로 연근해항로와 원양항로의 중심지역에 위치한다. 상하이항과 경쟁 관계에 있으며 수심, 기후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어 항상 상하이항의 지위를 넘보고 있는 항만이기도 하다. 동중국해를 통해 직접 동아시아와 환태평양 지역으로 나갈 수 있어 전 세계의 항구와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장점이며 화동 지방과 양쯔강 유역으로도 이어지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 2008년 항저우만을 가로지르는 36km의 항저우만 대교의 건설로 닝보와 상해, 장쑤성 남부의 연계 능력이 크게 제고되어 닝보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항만들은 1979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국가 경제성장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일대일로 정책의 연결고리로써 여전히 그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웃사촌의 발전은 우리나라 항만들에게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중국 항만물류산업의 발전은 우리나라 물류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고 반면에 중국 항만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인천항, 부산항 등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항상 기회와 위기는 공존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중국 물류 시장을 우리나라 항만들의 자양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문구처럼 환황해권 항만들이 편입된 개편된 일대일로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한다면 우리나라 환황해권 항만들의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