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선정한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인천은 수도인 서울과 가깝고,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문학작품의 배경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중에서도 특히 인천항은 1883년 개항한 이후, 많은 문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답니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CI> 출처: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홈페이지 (http://worldbookcapital2015.incheon.go.kr)


항만이라는 특성상 각 지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문학작품 속에 인천항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경애 작가 출처: 알라딘 블로그



<『인간 문제』> 출처: 교보문고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책은 강경애 작가의 『인간 문제』입니다. 이 작품은 1934년 8월부터 12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신문 소설인데요. 1930년대 인천은 지방에서 돈을 벌기 위해 상경한 사람들이 머무르는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남성들은 인천항에서, 여성들은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도시’ 인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인천의 새벽. 검푸른 회색빛을 띠고 산뜻하고도 향기로운 공기가 무언중에 봄소식을 전해주는 그 어느 날 새벽이다. 부두에는 벌써 몇 천 명의 노동자가 빽빽하니 모여들었다. 그들은 장차 새어오려는 동편 하늘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굳은 결심을 하였다.”

(강경애, 『인간 문제』, 문학과지성사, 2006, 346쪽.)



 작가의 눈으로 표현한 인천항의 새벽, 어떠신가요? 작가가 인천항에 직접 와 보지 않았다면 쓰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쓰인 지 80년이나 지난 글이지만 마치 당장이라도 눈앞에 당시 인천항의 모습이 그려질 것만 같습니다.



<「남생이」가 수록되어 있는 책 『나비를 잡는 아버지』> 출처: 교보문고



  다음으로 설명할 작품은 현덕 작가의 소년소설「남생이」입니다. 이 작품은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데요. 노마의 아버지는 마름의 행패를 견디지 못하고 항구로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에 병을 얻게 되고, 노마의 어머니 혼자 들병장수(병에다 술을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술장사를 하는 사람)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게 됩니다. 이처럼 일본 제국주의 아래 농민생활의 붕괴와 가족의 해체를 ‘노마’라는 어린 주인공의 눈과 섬세한 심리를 통하여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발표되자마자 소설가 안회남에 의하여 “우리의 전 문학적 수준을 대표할 만한 작품”으로 극찬을 받기도 했다네요!  

 


“너무 잔잔해 유리 같은 바다다. 놀라움밖에 더 표현할 줄 모를 커다란 기선이 떠 있다. 가난한 사람처럼 해변 쪽으로는 목선이 겹겹이 모여서 떠든다. 잔교 한편에 여객선이 붙어 서서 사람과 짐을 모여 들인다. 통통통 고리 진 연기를 뽑으며 발동선이 우편으로 물살을 가르며 달아난다.”

(현덕 지음, 원종찬 엮음, 『나비를 잡는 아버지』, 창비, 2009, 231쪽.)



 주인공인 어린 ‘노마’는 인천항을 위와 같이 바라봤네요. 한 작가의 문학 활동의 시작이 되어 주고, ‘노마’라는 주인공을 후대 소년소설계에 남긴 의미 있는 작품이 인천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기도 하는데요. 현덕 작가는 당숙과 함께 인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렇듯 작가가 ‘인천’이라는 작품 배경 속에 완전히 녹아들었기 때문인지 인천항 주변 빈민촌의 생활이 작품 안에 사실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1930년대 인천항의 모습>                                  <2015년 인천항의 모습>

출처: 인천항만공사 (http://www.icpa.or.kr)



 오늘은 두 편의 소설을 통해 1930년대 인천항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을 읽고 사진을 보니, 그동안 인천항이 얼마나 발전해 왔는지 한눈에 보이네요! 책도 읽고, 인천항의 옛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가이자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이원규 교수는 인천을 ‘풍성한 시적 제재와 소설의 모티브(동기)를 제공하는 한국 현대문학의 주요 공간’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인천은 개항 이후 개화문물을 받아들이고 세계와 접촉하는 창구 역할을 해오고 있죠? 특히 인천항이 문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배경인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네요! 위에서 소개해 드린 문학작품에도 인천항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것, 다들 확인하셨죠?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달리는 2015년의 인천항은 또 어떤 문학작품의 배경이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