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김태승 교수
인천 신항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지난 6월말에 부분 개장하였다. 내후년에는 신국제여객터미널도 개장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인천항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인천 시민 모두가 반겨하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신항의 개장과 더불어 기존 내항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신국제여객터미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찬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인천항으로 인해 인천의 도시 발전이 더뎌지고, 삶의 질이 악화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천항이 인천광역시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보아야 한다. 지난 4월에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인천항만과 관련 산업들이 인천지역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생산액은 인천광역시 전체 생산액의 최소 20%에서 최대 33%에 달한다. 다시 말해서 인천항만이 없을 경우, 인천광역시 경제규모는 현재의 2/3 혹은 4/5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 인천항 없는 인천광역시 경제는 상상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항만이 없었다면 과거의 인천이 만들어지고 이만큼 성장이나 했겠는가 하는 가설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항만으로 인해 교통문제, 공해문제, 구도심 성장정체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는 도시의 관리 측면에서 해결방안이 찾아져야 할 것이다. 앤트워프, 로텔담, 함부르크 등 유럽의 주요 항만도시들이 지역경제 성장과 도시발전을 조화시키고 있는 것은 좋은 표본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신항의 개발에 따른 구도심의 공동화 우려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논쟁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최근 중국 항만과 우리나라 항만과의 관계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최근 10년의 동아시아 항만물동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산항 물동량은 중국의 동남해안 항만들과 서로 대체관계를 보이고 있다. 즉, 부산항의 물동량은 샹하이와 닝보 등의 물동량 증감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들 항만의 상황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다롄, 칭다오, 톈진 등 최근에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발해권 항만들은 홍콩, 광저우, 선전 등 중국 남부 항만들과 밀접한 대체관계를 갖고 있다. 이전에는 발해권 항만의 물동량이 남부 항만들을 통해 환적되었지만, 최근에는 국제 해운노선이 발해권에 직기항함에 따라 남부 항만의 물동량은 정체하고 있는 것이다.
얼핏 우리와 아무 상관없어 보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현재 성장률이 가장 높은 중국 항만들의 물동량을 흡수할 우리나라 대체 항만들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발해권에 있는 인천 신항은 이들 직기항 노선을 유치함으로써, 이들 항만들의 글로벌 물동량을 흡수할 지렛대이자, 국내 수도권 수출입화물의 관문항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동남권 항만 – 부산/광양항, 발해권 항만 – 인천 신항의 역할분담 구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해운을 통한 승객의 수송, 보다 직접적으로 크루즈 선박의 유치는 항만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화물 위주의 전통적인 항만이 갖고 있는 한계 중의 하나는 공항에 비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비롯한 글로벌 공항들이 대부분 항공기 이착륙에 기반한 항공수입보다 그를 통해 수송되는 승객들의 쇼핑, 레저에 기반한 비항공수입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바로 그런 고소비형 승객들을 항만에 유치하는 것이 크루즈산업이고, 이는 곧 항만산업의 고부가가치화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이미 오래 전에 계획되고 추진되어온 신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이 임박한 상태에서 미룰 수는 없다. 구도심을 둘러싼 갈등이 전체 지역경제의 성장을 위한 주춧돌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주춧돌이 제대로 들어서야만 구도심의 발전뿐만 아니라, 전체 인천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당면한 내부의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 미래를 위한 조금씩의 양보가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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