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파룡 심현수기자입니다. 최근까지 조선업계가 유례없는 불황을 맞아 구조조정, 산업개편 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는데요, 중국의 조선산업 또한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 1위인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조선, 즉 선박을 건조하는 데 있어서의 기술력이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박의 평균수명은 약 25년으로 긴 시간 동안 바다를 누비며 일생을 보내게 되는데, 그만큼 높은 내구성과 건조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오늘은 선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출처: pixabay>



선박은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문 생산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각 조선사가 표준적인 설계 도면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주마다 원하는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한 선박은 존재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종류의 선박을 어떤 항로에 쓸 것인지, 어느 정도의 크기를 원하는지 등에 따라서 요구사항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런 기본적인 초기설계를 마쳐 선박의 납기, 가격, 지불조건 등을 합의하여 계약을 체결합니다. 선박의 등급과 선박의 국적 등도 계획 초기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주계약은 조선사 간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되며 기술과 가격조건 등으로 경쟁하게 됩니다. 이렇게 계약을 체결하고 건조를 마쳐 선주에게 인도하기까지는 2년에서 3년 정도의 적지 않은 기간이 걸립니다. 투자 규모 또한 수백억에서 수조 원으로 크기 때문에, 선주는 해운시장과 경제동향을 파악하여 수익성을 고려하고 발주를 결정해야 합니다. 


계약이 체결되면, 본격적인 선박 건조에 들어가게 됩니다. 흔히 육상건조 공법이 사용되는데 선박을 블록 단위로 나누어 제작하고 완성된 블록을 도크로 옮겨 탑재하는(=결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과거에는 선박 한 척을 100개의 블록으로 구분했던 때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단 2개만의 초대형 블록을 이용하여 선박을 완성하는 테라블록공법 등 기술력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건조 과정을 크게 설계-가공–조립–의장-탑재-진수로구성해보겠습니다.


설계 단계는 선박이 그 규모와 구조가 복잡하고 국제 규정에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투자되고 설계 기간에만 12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선박설계는 선체설계와 의장설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선체설계는 사람의 골격을, 의장설계는 내부 장기나 혈관 등에 대한 설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선체설계 단계에서는 속력·안정성·강도 등 핵심 요소와 그 연관 관계를 고려하여 알맞은 선박을 만들기 위한 기본 틀을 정합니다. 그 후 선박의 모형을 이용하여 수조 속에서 속력, 물의 밀도에 대한 내구도 등을 실험하여 결과를 점검하고 최적의 성능을 구현합니다. 의장설계에서는 선박 내부 장비와 기계류, 선실의 배치 등에 대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사진출처: pixabay

<용접 작업>


설계가 완성되면 도면에 따라서 강재, 즉 조립에 필요한 자재를 자르거나 굽히는 가공 과정이 진행됩니다. 강재를 자를 때는 도면에 표시된 모양과 치수대로 부재를 오려내야 하는데요, 이때 플라즈마, 레이저 등의 절단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절단된 것을 전기용접으로 붙이거나 정해진 모양으로 구부리면서 선체를 조립하는 부품재료를 만들어 갑니다.


부품재료들이 완성되면 이것들을 조립하여 블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선 외판을 만들기 위한 철판을 준비하고(배재작업) 철판에 도면을 그려 절단합니다. 그리고 용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가용접하는 작업을 하고(취부작업), 각 부품재료들을 용접하여 그라인더를 이용해 용접 부위를 다듬고 부식된 부위를 깎아냅니다(사상작업). 그리고 완성된 블록을 점검하는 검사 작업을 거쳐 블록의 조립을 마무리합니다.


블록들을 합쳐 선박을 완성시키기 이전에, 블록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선행의장 작업입니다. 의장이란 기계, 전기장치들과 선원의 거주설비 등 선체를 제외한 나머지 작업들을 의미합니다. 이중에서도 선행의장 작업에서는 각종 기계와 철제구조물 설치, 배관공사 등 블록상태에서 가능한 모든 기초단계의 작업들이 진행됩니다. 그 후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작업이 이루어지는데요, 특수 페인트를 사용하여 선박의 표면이 바닷물에 의해 녹이 슬고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사진출처: pixabay

<탑재 작업>


탑재작업은 선행의장을 마치고 옮겨진 블록들을 도크에서 서로 연결하여 선체의 전체 형태를 구성하도록 하는 선체공사의 마지막 공정입니다. 탑재작업에서는 설계도에 제시된 선체의 형상대로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선체의 치수가 정확한지 점검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육상의 도크 안에서 블록을 탑재하고 선박을 완성하여 물을 채워 바다로 보내지만, 해상 위에서 물에 뜨는 ‘플로팅 도크’를 이용하여 선박을 건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육상 도크와는 달리 플로팅 도크 위로 블록을 가져와 선박을 조립한 후 플로팅 도크를 가라앉혀 바다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선박 주문량이 많았던 시절 도크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사용되었던 공법이며 현재는 주문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설비감축의 대상이 된다고도 합니다.


 탑재를 거쳐 선박이 모양을 갖추고, 이제 선박을 물에 띄우는 과정을 진수라고 합니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육상 도크는 안에 물을 채워서, 플로팅 도크는 도크를 가라앉혀 선박을 바다로 보냅니다. 그 후 내부 인테리어 등 남아있던 의장작업을 수행하여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선박을 완성하게 됩니다. 완성된 선박은 시운전을 통해 실제로 바다에서 운항하며 계획되었던 엔진이나 선체 성능 등을 최종적으로 점검합니다. 




<명명식에 참여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이렇게 선박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진수식에서는 선박의 이름을 정하는 명명식이 같이 진행되는데 이 행사에서 선박에 연결된 밧줄을 끊는 모습은 탯줄을 자르듯 탄생의 의미를 부여한다고 합니다. 선박이 새로 만들어지고, 사용되다가 말년에 중고선으로 쓰여지며 폐선을 통해 그 일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사람의 삶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조선업계의 불황은 사회문제 중 하나인 저출산 현상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저출산 문제도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듯 발주가 줄어드는 현상도 장기간 침체된 글로벌 경제현황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됩니다. 다시 경기가 회복되어 조선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