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도시인의 기운을 돋워주는 명당들
<조용헌의 휴휴명당>
조용헌 지음ㅣ불광출판사
“‘독만권서(讀萬券書) 행만리로(行萬里路)’,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여행을 통해 경험하고 실천함으로써 이치를 궁구하고, 마침내 무한한 대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짐으로써 ‘강호 동양학자’로도 불리는 사주명리학자 조용헌의 『휴휴명당』은 한반도 남쪽 땅의 내로라 하는 22곳의 기운 센 ‘명당’을 순례한다.
저자가 이 책을 펴낸 이유는 “20, 30대는 외부의 기운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기운이 떨어진다. 이 시기에는 외부에서 기운을 보충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부’는 대자연이다.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원기 회복제다. 영지(靈地)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뭉쳐있는 장소이다. 기(氣)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좋은 기운 속에서 마음은 맑아지고, 생각은 높아진다. 그러면 인생이 달라진다. 그래서 신령한 기운이다. 그런 기운이 있냐고? 있다! 특정한 장소에 가보면 척추 꼬리뼈를 타고 올라오는 전기자극 같은 느낌이 온다. 그것이 기감(氣感)인데 땅의 지기가 몸 속에 들어와 경락을 타고 온몸에 전달”된다고 확언한다. 그러므로 “여행의 최고 경지는 영지를 가보는 것”이다.
다행히 전국 22곳의 명당 중에 17곳이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명산 속에 있는 사찰이나 암자이다. 남해금산 보리암, 완주 대둔산 석천암, 구례 지리산 사성암, 과천 관악산 연주암, 고창 선운사 도솔암, 대구 비슬산 대견사, 장성 백양사 약사암, 인제 설악산 봉정암, 서산 도비산 부석사, 해남 달마산 도솔암, 양산 영축산 통도사, 하동 쌍계사 불일암, 완주 모악산 대원사, 공주 태화산 마곡사, 여수 금오산 향일암, 공주 계룡산 갑사, 강진 만덕산 백련사. 사찰이 아닌 나머지 5곳은 괴산 환벽정, 계룡 국사봉 향적산방, 파주 심학산(옛 구봉산), 김제 비산비야의 학성강당, 장성 축령산 휴휴산방이다.
명당을 다 알았으니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이전과 다르리다’는 말처럼 각각의 명당이 가진 역사, 스토리, 기운의 배경, 구체적인 신령의 터를 알고 가야 기운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명당에 가지 못하더라도 독서를 통해 그곳을 마음으로 거니는 자체도 힐링의 시간이다. 물론, 가족이나 동료 등과 단체로 명당을 여행하게 될 경우 미리 알아 둔 ‘영험한 기운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독자의 품격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정성스럽게 찍은 사진과 옛 그림들이 함께 편집돼 눈을 행복하게 한다. 명당 중 ‘김제 비산비야의 학성강당과 장성 축령산 휴휴산방’이 비교적 낯설다. 학성강당은 미륵신앙 창시자 진표율사의 생가 터로 추정된다. 조용헌은 이곳에서 ‘일생에 한 번은 목숨을 걸어 볼 일이 있어야 함’을 깨우친다. ‘목숨 걸고 기도했던 진표 율사’를 알고서다. ‘영지는 산 위에도 있지만 비산비야(非山非野)의 강당에도 있다. 근심, 걱정, 화로 몸이 메마르면 심장병, 우울증, 뇌졸증, 공황장애가 온다. 이때는 신장에서 품어 올려주는 수기(水氣)를 회복해야 한다. 학성강당은 대학, 중용, 논어, 맹자를 공짜로 배우며 과거로 돌아감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기를 회복하는 곳이다.’
마지막 스물두 번째 명당인 ‘장성 축령산’은 토산에 우거진 편백나무 숲의 부드러운 기운이 저자 조용헌과의 궁합이 최고로 맞는 곳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 그는 글을 쓰고 사색하면서 ‘손님을 위해 장작불을 충분히 넣어놓고 방을 달궈 그의 등에 맺힌 긴장을 풀어주는’ 아담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 집이 이름이 ‘휴휴산방’이다. 사주역리학자다운, 은퇴 후 많은 이들이 꿈꾸는 ‘산중거사’의 삶이 충만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인천에서 비교적 가까운 명당으로는 과천 관악산의 연주암과 파주 심학산이 눈에 띈다. 그리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계룡 국사봉 향적산방, 공주 태화산 마곡사, 서산 도비산 부석사가 있다. 좀 멀게는 고창 선운사의 도솔암도 보인다. 명산에 얽힌 인문학적 이야기들을 찾아 국내외를 넘나드는 최원석의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한길사)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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