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무엇보다 역사할 시간

 

 

 역사학자 18인 지음ㅣ푸른역사 펴냄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최행보 지음ㅣ경향미디어 펴냄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시민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5천년 역사에 이런 난국은 많았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조선의 패망과 일제 강점기, 6.25남북동란은 지금과 비교조차 어려운 난국이었다. 그런 난국들을 선조들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아야 시민들이 난국의 중심에 제대로 서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무엇보다 역사할 시간’이다. 역사서는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만 올해 들어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필두로 역사서가 자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러나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과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는 스테디셀러 목록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책들이다.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누구나 한 번쯤은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7세기 통일과정에서 ‘고구려가 통일을 했다면 저 드넓은 만주와 강대국’ 운운하는 가정을 해봤을 것이다. 연개소문과 김춘추의 엇갈린 선택이 그 가정을 불렀다. 항복문서를 찢고, 그걸 다시 주워 붙이는 열지자(裂之者)와 습지자(拾之者) 모두 충신이다. 청나라에 맞서 결사항전하자는 김상헌과 항복해서 실리를 취하자는 최명길의 선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최명길, 김상헌,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 중에 선택해야 한다. 그 중 누가 후대를 위해 옳았다고 재단하기란 쉽지 않다.


  궁예∙견훤∙왕건의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주변 국가의 정치/경제/문화의 변화와 백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꿰뚫은 ‘역사인 왕건’의 승리는 당연했다. 근대국가의 여명에서 자주와 타협, 아래와 위로 선택을 달리했던 전봉준과 김옥균.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고종과 민비의 국권이 아닌 왕권의 선택은 과연 옳았었던가.


  지금 우리의 현실에 곧바로 명암을 드리운 해방 전후 불꽃 공간에서 명멸했던 이회영, 오성륜, 최창익, 송진우, 여운형까지1천 5백 년 역사의 길목마다 선택과 운명을 달리 함으로써 ‘오늘의 결과’를 있게 한 ‘역사적 31인’이 있었다. 지금 당장 우리의 운명도 내로라하는 ‘31인의 선택’에 달렸다.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


  참으로 불가사의한 책이다. 276페이지에 불과한 이 책이 16~17세기 중국, 조선, 일본의 동아시아 국제사를 알차게 담고 있다. 1534년 오다 노부나가, 1536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1542년 도쿠카와 이에야스, 1545년 이순신, 1619년 봉림대군(효종)이 각각 태어나기까지의 85년은 조선, 일본, 중국이 임진왜란이라는 동아시아 전쟁으로 각축을 벌였던 격동의 시기였다.


  이 책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뉜다. 오다노부나가에서 시작해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이뤄지는 일본 전국시대의 통일 과정이 제 1단락이다. 이순신 장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결을 다룬 임진왜란이 제 2단락, 뒤떨어진 국제감각으로 삼전도 치욕을 당한 인조와 그의 두 아들 소현세자와 봉림대군(효종)의 이야기가 제 3단락이다.


  오다로부터 효종까지 100년 정도의 동아시아 역사가 사람과 사람, 사건과 사건이 어떤 원인과 결과로 서로 물고 물렸는지, 그 과정의 역사적 분기점들은 어디였는지, 핵심의 사나이들은 어떤 선택으로 미래 흥망을 자초했는지 한 눈에 내려다보고 한 권으로 압축해준다. 신기한 것은 100년의 역사, 그것도 격동의 삼국 역사를 딸랑 한 권으로 다뤘는데도 이전의 역사책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에피소드들을 알게 해주는 ‘깨재미’가 있다. 단 한 줄도 버릴 게 없다.


  꼼수의 대가 고니시 유키나와 대 이순신 장군의 혈투, 선조에게 희생당하는 의병 대장 김덕령, 권율 장군에게 곤장 맞고 무리했다 칠천량에서 참패하는 원균, 북벌을 위해 10만 양병에 나서다 요절했던 효종, 그가 키운 군사력이 만만치 않았음은 청과 러시아의 흑룡강 국경전쟁에서 조선군의 혁혁한 공으로 간접 증명된다.


  비운의 국제 미아 임경업 장군, 광해군의 눈치보기 전략으로 청나라에 거짓 투항했다 청군의 앞잡이가 돼 인조를 압박해야 했던 강홍립 장군의 인생역전, 포로로 잡힌 왜군 조총수 300 명의 화력을 믿고 반란을 일으켰다 패가망신했던 이괄 등에 대한 디테일한 서술이 한 번 잡으면 놓기 어렵도록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