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인공지능 시대, 항만의 역할은?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신광섭 교수
최근 Google의 DeepMind를 활용한 AlphaGo와 우리나라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최종 결과는 4:1로 이세돌 9단이 패했다. 이 세기의 대결 결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또 다른 도전을 낳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AI (인공지능)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전혀 낯설지 않다. 굳이 이 분야를 연구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영화 AI, 터미네이터 등과 같은 공상과학 영화를 통해 인공지능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연구되어 왔고, 그 결과물들은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AlphaGo는 진화된 머신러닝(Advanced Machine Learning)의 대표 기법인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최신 응용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기계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추어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일까? 이 문제는 과거 생산 시설이 자동화되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수작업들이 기계와 시스템에 의해 대체되는 시절의 우려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자동화 및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 설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와 직업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우리가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인공지능의 발달도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가진 직업, 업무 등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혹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물류 특히 해운항만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해운항만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선박관리, 컨테이너 적재 계획, 항로 분석, 항만 수요 예측 및 혼잡도 예측 등과 같은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그 분야는 점점 더 넓어지게 될 것이다.
다시 AlphaGo와 이세돌 9단의 경기로 돌아가보자. 과연 AlphaGo가 바둑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특히 프로바둑 기사보다 뛰어난 지능을 보유해서라기 보다는 빠른 계산 속도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19의 격자 위에 흑돌과 백돌이 위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수많은 시나리오 중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수를 두는 전략, 그리고 그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기존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이세돌 9단이 무모한 도전을 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즉,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 가장 유리한 전략을 제한된 시간에 찾아내는 능력이 바로 AlphaGo가 가진 핵심 경쟁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일상처럼 다가와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해운항만 분야에 성공적으로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바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물류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인천대학교 송상화 교수는 해양지식포럼에서 미래 물류 산업 경쟁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월간해양 3월호 참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고, 우리는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해운항만 분야 특히 항만의 운영과 관리에 있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크고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항만이 가지는 공공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항만은 그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물류에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지만,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항만의 가치는 항만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반이 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데이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항만 시설 자체에서도 실시간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고, 항만을 이용하는 많은 장비와 선박, 기업들도 많은 양의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사물 인터넷 (IoT) 기술이 확산됨에 따라 그 양과 속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만은 혹은 항만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은 어떤 일에 집중해야 해야 할까? 나는 여기서 항만이 가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빅데이터 플랫폼은 데이터 처리 계층, 데이터 분석 계층 및 응용 프로그램 영역으로 나눠진다. 데이터 처리 계층은 실시간으로 다양한 형식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추출하는 데이터 처리 기능이 주를 이루며, 데이터 분석 계층은 기계학습 즉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나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 딥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기법들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응용 프로그램 계층은 데이터 분석 기능을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역할을 포함한다. 만약 항만 주변이나 항로의 위험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온, 날씨, 풍향, 풍속 등과 같은 기상 데이터와 선박의 항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추출하여 분석해야 한다. 그 분석 결과를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받아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빅데이터 활용 방법이다.
항만 시설을 이용하는 다양한 기업들은 각자의 비즈니스 상황과 목적에 따라 데이터분석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사용되는 데이터도 달라질 것이고, 활용하는 방식(응용 프로그램)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항만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모든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국가 단위의 시스템이라면 모를까 특정 항만을 운영하는 기관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항만이 해운물류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듯 빅데이터 활용 측면에서도 유사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항만을 기반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기업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항만 시설과 장비들로부터 측정되는 데이터와 함께 저장하고, 일정 수준의 분석을 수행하여 기초적인 분석 결과를 제공하되, 구체적인 분석이나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은 해당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맡겨야 한다. 대신 근본적으로 항만시설과 항만을 이용하는 기업들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는 공공 데이터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영국 정부에서 적용하고 있는 ‘공공 데이터 개방 규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즉, 항만 빅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공개하여야 하며, 데이터의 형식 역시 표준 포맷의 형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데이터는 메타데이터와 함께 재사용성이 높은 형태로 공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항만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데이터기반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결국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로부터 다시 데이터가 확보될 수 있고, 더 많은 데이터가 확보될수록 서비스의 수준도 높아지게 된다. 결국 항만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항만시설 기반 비즈니스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정부 기관이 공공 빅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과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등장하게 된 다양한 서비스는 영국, 싱가포르 및 미국의 공공 데이터 분석 플랫폼들과 국내 기상청의 사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항만을 운영하는 조직의 자신들만의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서비스 범위는 항만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활용 가능한 공공 서비스의 성격을 가져야만 한다.
우리는 현재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발전의 원동력은 바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이터와 분석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항만 역시 이런 변화와 발전의 속도에 맞춰 서비스 수준을 향상 시켜야만 갈수록 심해지는 글로벌 항만 간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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