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16. 마케팅 불변의 법칙 



동네 밥집도 마케팅은 하고 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리스 지음. 박길부 옮김. 십일월기획출판 펴냄.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이제 정치인도 유권자 눈속임이나 정치공학보다 

가성비(가격 대 성능) 좋은 능력자가 뽑히기를 희망해본다. 


그러나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이 종족번식이라는 목표를 위해 

색깔로 향기로 갖은 교태를 부리며 꿀벌을 유인하듯 아무리 자신의 가성비(상품성)가 뛰어나더라도 

그것을 유권자(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야 당선 가능성도 높아진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명함부터 현수막, 공보물까지 상품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사활을 건다. 

그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대통령 선거에 매스미디어 광고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듯이 

정치에도 이미 마케팅은 당선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Marketing)’은 시장에 나의 상품을 내 놓고 

경쟁 상품보다 더 많이, 더 좋은 마진에 팔리도록 구사하는 모든 전략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공급자 입장에서 보자면 제품(Product), 가격(Price), 

판매촉진(Promotion), 유통(Place) 등 4P를 조합해 전략이 수립되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가치(Customer value), 비용(Cost), 

소통(Communication), 만족(Convenience) 등 4C를 수단으로 전략이 수립된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의 대상이 꼭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에서 팔리는 

‘물건’이나 호텔, 금융, 교통 등 ‘서비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에서 정치인을 말했듯이 대학교 수시입학을 위한 논술이나 구술, 

입사를 위한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 ‘나’를 알리는 행위 또한 엄연한 마케팅이다.  

‘현대는 자기 피알(PR)의 시대’라는 말이 그래서 100년 전에 생겼다.


세유백락연후유천리마(世有伯樂然後有千里馬)란 당송팔대가 한유의 시구가 있다. 

백락은 말 중에서 천리마를 식별해 내는 눈이 뛰어났던 사람이다. 

아무리 천리마라도 백락의 눈에 띄지 않으면 보통의 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다. 

만약에 당신이 천리마인데 백락이 알아줄 때까지 마구간에 주저앉아 있다면 

당신은 1200년 전의 당나라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호에 모처럼 자기계발서 ‘하버드 새벽 4시 반’을 소개했기에 

장사, 사업, 입학, 입사를 하려는 누구에게나 필독서란 생각에 연이어 

마케팅 전략의 고전이라고 (필자는) 생각하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이번 호에 고르게 된 것이다.


저자인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우리보다 한참 앞선 자본주의 시장 미국에서 

상당히 유명한 마케팅 이론 연구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공저한 마케팅 분야 이론서만도 여러 권이지만 읽다 보면 그 말이 그 말, 

‘마케팅 불변의 법칙’ 한 권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들이 본 마케팅은 정신적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인식의 싸움이다. 

그 회사, 그 제품, 그 식당, 그 사람 하면 딱 떠올리는 하나의 단어를 소비자 머리 속에 심는 것이다.


달에 최초로 발을 디딘 사람은 닐 암스트롱이다. 

그러나 두 번째 발을 디딘 사람은 이름도 없다. 

최초의 우주인인 소련의 유리 가가린도 암스트롱에 묻혀버렸다. 


이처럼 압도하지 못할 거면서 그만그만한 제품과 서비스로 기존의 시장에 뛰어들어 

‘나도 있다’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단어)을 최초로 선점하라는 것, 

즉 ‘선도자의 법칙(The Law of Leadership)’이 그들이 제시하는 첫 번째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다. 

영역의 법칙, 기억의 법칙, 인식의 법칙, 집중의 법칙에서 마지막 재원의 법칙까지 

모두 22개의 불변법칙이 들어있다.


미국 사람들에게 복사기의 일반명사는 제록스, 

콜라는 코카골라, 티슈는 크리넥스, 셀로판 테이프는 스카치이다. 

대부분 최초로 그 영역을 개척했던 브랜드들이다.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약국에서 일회용 밴드를 살 때 ‘대일밴드’를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제록스가 나중에 IBM이 버티는 컴퓨터 시장에 진입하려고 했는데 

25년 동안 20억 달러를 날린 후 제록스 컴퓨터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건 바로 ‘기억의 법칙(The Law of the Mind)’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수학도 아닌 마케팅에 ‘불변의 법칙’이 있을 수는 없다. 

다만, ‘최보기의 책보기’를 시작하면서 두 번째 책으로 소개했던 책이 

이기훈이 쓴 ‘장사는 과학이다-백년가게 만들기’였다시피 기업, 가게, 사람을 불문하고 

성공한 데에는 반드시 성공한 이유가 있고, 실패한 데에는 반드시 실패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저자들이 꼽은 마케팅에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하나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나, 상품, 서비스’를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이틀 투자가 절대로 아깝지 않을 책이다.


오늘도 내가 사는 동네 어귀에서는 

어제까지 문을 열었던 식당이 갑자기 간판을 내리고 또 다른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가게 주인들은 각자의 방식과 전략으로 열심히 노력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인정사정 없이 그들의 운명을 가른다. 


키다리 삐에로와 배꼽을 드러낸 2 명의 치어리더, 

유명 TV 먹방 프로그램에 나온 맛집이라는 캡쳐 사진,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의 ‘이 집 진짜 맛있어요, 사장님 대박나세요~’ 친필사인, 블로그에 심지어는 SNS까지 

이제는 동네 밥집도 마케팅을 제대로 모르고서는 백락 없는 천리마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