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 최보기의 책보기 02-장사는 과학이다

제 2의 인생, 목숨을 걸어야 성공한다

이기훈 지음 <장사는 과학이다-백년가게 만들기>



높은 청년 실업률에 더해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은퇴와 명퇴가 줄을 잇는다. 인생 백세 시대인데 아직도 부양해야 할 가족과 노후 준비 때문이라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 자격증 하나 없는 마당에 그나마 해볼 만한 것은 ‘장사’뿐이다.


그런데 쉽지 않다. 한 집 걸러 식당, 한 집 걸러 빵집, 한 집 걸러 치킨집인데 어제 갔던 집이 오늘 문 닫고, 내일 주인과 업종이 바뀌어 또 문을 여는 현실에 겁이 더럭 난다. 직장에 다닐 때 입버릇처럼 말했던 ‘장사나 하지, 농사나 짓지’가 막상 닥친 현실에서는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철저한 준비도 없이 섣불리 장사에 뛰어들었다가 알토란 같은 퇴직금만 날렸다는 사람들 이야기에 급해지는 마음과 달리 몸은 안개 속이다.


목숨을 걸 수 있겠는가

‘장사는 과학이다-백년가게 만들기’의 저자 이기훈 씨 역시 지난 10 년 동안 식당을 하면서 몸소 깨달은 바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은 절대 낭만적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해도 부족하다”고 일갈한다. 신문 기자를 하다 여의도 정치권 언저리에서 서성이던 그는 정치 낭인의 길을 박차고 나와 ‘최가네생두루치기’라는 전문 식당을 열었다.

서울의 구로 디지털 단지점을 시작으로 여의도, 일산, 선릉 등 다섯 개의 직영점을 내 모두 대박집을 만들었다. 정치권에 있을 때 꿈꾸었던 상생과 공생의 사회를 앞서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헤쳐 나온 10 년의 성공 스토리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나온 책이라 ‘장사의 금과옥조’가 가득하다.


준비, 준비 또 준비. 그러나 ‘검토피로’를 경계하라

공동묘지에 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어떤 일, 어떤 사업이든 성공한 사람에게는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성공의 이유 중 첫째는 두말이 필요 없다. 철저한 사전 ‘준비(검토)’다.


20 년 넘게 소자본 창업 컨설팅을 하고 있는 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평소 “자신이 가장 잘 알거나,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이것저것 철저하게 알아 본 후 창업을 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안 그럴 것 같지만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사전 검토마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본사의 좋은 말만 받아쓴 신문 기사나 남의 말만 믿고 덜컥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실패의 지름길이다”고 밥 먹듯이 말한다.


저자는 여기에 덧붙여 ‘검토피로’에 따른 ‘덜컥수’를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상권 분석과 입지 결정을 위해 그 지역에 적어도 몇 개월을 상주하며 점심 저녁으로 몇 바퀴를 돌아본다. 그런데 발품을 팔수록 몸은 고되고, 검토를 오래할수록 판단은 흐려진다. 팔아야 할 가게라면 문제가 있어 내놨을 텐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고 검토가 길어질수록 변수들은 정리되기 보다 실타래처럼 얽히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마음이 급해지다 보니 ‘아무리 봐도 그게 그거 같은데 대략 조건이 맞는 거기로 그냥 결정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다. 저자가 말하는 ‘검토피로’다. 저자는 “원래 검토란 그렇게 지루하고 피곤한 과정이다. 자신에게 맞는 점포, 보다 나은 점포는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다. 마지막 집중력이 운명을 결정한다. 최종 결정의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라”고 충고한다.


경험 없는 이론은 공허하고, 이론 없는 경험은 위태롭다. 철저하게 저자 자신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입지분석부터 간판에 이르기까지 성공 요소들을 꼬치꼬치 밝히는 ‘과학적 장사 이론’이 더없이 값진 이유다. 성공한 사람 똑 같이 따라 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험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은 준비의 첫걸음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부터 알아봐야 하니까. 유통 트랜드 컨설턴트 김영호 씨의 저서 ‘세계의 도시에서 장사를 배우다’를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