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포트 모델과 인천항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이충배 교수


항만의 역할은 고유의 기능인 단순히 화물을 싣고 내리는 것에서 보관, 유통 및 가공 등으로 확장되었고, 최근에는 공급사슬관리(SCM)의 거점에 위치해 있다. 더구나 항만은 국내외 수출입과 유통과 같은 경제적 기능에서 더 나아가 친수공간과 같은 시민의 삶을 더 높이는 기능까지를 포함하는 형태로 발전과 진화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항만은 무역, 물류, 정보, 산업, 관광 및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의 복합공간이 되고 있다.


세계적이고 오랜 역사를 지닌 항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항만들이 이러한 변화와 진화를 거쳐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독일의 함부르그, 일본의 요코하마 등은 이제 수출입 화물의 처리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해양관광지로 유명하다.


항만의 변화는 대부분의 항만에서 마치 공식과 같이 진화하고 있는데 항만이 제 기능을 찾지 못하거나 환경에 맞게 변화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쇠퇴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항만의 위치와 역할이 변화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이론이 애니포트 모델(Anyport Model)이다. 이 모델은 항만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설립(Setting)단계로 항만이 처음에는 지형적인 요인으로 생기게 되고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며 오히려 육지와 강에 인접한 곳에서 생기게 된다. 물론 주변 산업은 주로 어업, 조선업이고 처리 화물은 인근의 시민들의 생활을 위한 교역상품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수요에 따라 각종 터미널이나 창고 등이 생기는 정도의 단계이다.


다음으로는 확장(Expansion)단계이다. 18세기 중반에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해상교역에서 많은 수요가 발생하던 시기였다. 산업 발전은 항만의 각종 인프라시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이와 더불어 철도의 연계 및 복합운송이 시작되어 항만의 확장이 급속히 진행되던 단계였다.


마지막으로는 특화단계(Specialization)이다. 점점 대형화되는 선박과 이를 수용하기 위한 하역 시설을 갖추기 위해 항만은 점점 더 깊은 바다로 이전해가는 단계이다. 또한 기존 항만이 주로 석탄과 곡물과 같은 분진화물이 많은 부두의 경우에는 많은 환경문제를 발생시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기존의 항만은 대부분이 재개발되어 다른 용도로 변형되거나 쇠퇴하여 내버려졌다.


기존의 애니포트 모델이 컨테이너화에 따른 항만환경의 변화와 도시기능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못해 최근 연구는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서 5단계의 진화단계로 폐쇄, 확장, 추가, 통합, 재개발로의 진화를 들고 있다.


버드(Bird)에게서 시작된 항만의 발전 및 진화이론의 의미는 변화하는 환경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항만의 역할 변화를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항만의 재개발은 필연적인 항만 혁신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추진해 나가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삶을 여유롭고 윤택하게 할 수 있는 반면 실패한 항만은 잊혀지게 되는 많은 사례들이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여객선을 수용하기 위해 신항만을 건설하고 있는 인천항 역시 애니포트 모델처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수도권 수출입 화물의 원활한 처리와 크루즈 관광을 포함한 해양관광문화도시로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