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시대와 항만의 대응
한철환 교수 (동서대학교 국제통상물류학부)
바야흐로 디지털 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 20세기 들어 컴퓨터 보급으로 시작된 정보기술혁명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거쳐 클라우드, 플랫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분야로 확산되면서 디지털기술에 기반한 제4차 산업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디지털 혁명을 배경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경제활동방식이 공유경제(sharing economy)모델이다. 공유경제란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 등을 소유하지 않고 나눠 쓰는 사회적 경제모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이다. 공유경제를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다양하다. 소유자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공간을 타인에게 대여함으로써 수익을 얻고, 사용자는 필요한 시간이나 공간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유휴 자산의 활용도를 높여 자원활용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에도 충실한 경제모델이다. 무엇보다 기업 공급자와 개인 소비자라는 기존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누구라도 자신이 소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됨으로써 경제의 주체가 기업에서 대중으로 전환된다는 데에 공유경제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인 아룬 순다라라잔은 이를 대중자본주의(crowd-based capitalism)라 명명한 바 있다. 물론 공유경제 모델이 도입됨에 따라 수반되는 문제점도 있다. 먼저, 기존 사업자와의 마찰이다.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대로 국내시장에 우버 도입이 무산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높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자산손괴, 폭력 등 범죄행위, 채무불이행 등 다양한 거래위험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방식인 공유경제는 해운․항만산업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까? 사실 해운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일찍부터 공유경제가 실현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얼라이언스나 선박공유협정(vessel sharing agreement)을 통해 자신들의 선박을 공유함으로써 사업성과를 제고해 왔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선주와 선사간 용선 및 재용선 행위도 선박이라는 자산을 공유하는 사업모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선사들은 장기불황에 따른 비용절감 및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선박대형화와 메가 얼라이언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형선박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준설이라든가 대형 하역장비 그리고 첨단 야드운영시스템 등이 필요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항만에 추가적인 자본부담을 야기하게 된다. 또한 초대형 얼라이언스의 등장으로 개별항만 입장에서는 선사에 대한 교섭력이 약화되어 하역료 인하와 항만생산성 제고 압력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오늘날 항만은 덩치가 커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시설확장에 돈을 더 투자해야 하지만, 대형 손님들의 입김이 세져 서비스 개선과 가격인하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항만당국이나 항만운영회사들은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바로 공유경제 모델이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운업계의 선박공유협정처럼 항만운영회사들이 자산공유협정(asset sharing agreement)을 맺어 터미널간 유휴 크레인이나 야드장비 그리고 인력을 공유하여 이용해 보면 어떨까? 또한 컨테이너 야드나 CFS의 여유공간을 상호 공유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만하다. 항만배후수송 측면에서도 항만당국이 트럭회사, 화주와 공동으로 소위 ‘디지털 화물중개 플랫폼’을 구축하여 화주와 운송인간 실시간 정보교환을 가능케 함으로써 트럭의 공차율 감소와 교통정체 해소 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항만분야도 공유경제 개념을 적극 활용하여 장비보유에 따른 고정비용 감소, 자산활용도 제고 그리고 새로운 임대수입원 확보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기존사업의 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사업전략과 비즈니스모델로 활용한다. 한국 해운․항만 기업들도 이제는 빠른 추적자(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창의적 선도자(first mover)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과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격변의 파고를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 혁신가(digital disruptor)가 되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도 말하지 않았던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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