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털어놓는 공무원의 세계
"공무원이 말하는 공무원"
김미진 외 20명 공저ㅣ부키
논란 끝에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대신 로스쿨을 졸업해야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사시 폐지와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로스쿨 지원 경쟁률이 5:1에 가깝게 늘었다고 한다. 판, 검사야 대부분이 선망하는 고위(?) 공무원인데다 변호사 역시 인기 있는 전문직종이니 당연한 현상이라 판단된다.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에는 이제는 서림동, 대학동이지만 신림2동, 신림9동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소수에게만 허락된 그 꿈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길로 나가야 했던 수많은 청춘들이 머물던 곳, 청춘들의 눈물과 한숨이 모여 도림천을 만들었다는 곳….이름하여 ‘신림동 고시촌’이었다. 소년등과를 꿈꾸는 대학 새내기부터 회사를 다니다 돌아온 사람, 장수생 등 다양한 연령대가 고루 분포했다. 수많은 고시생들로 인해 신림9동과 신림2동은 어디든 북적거렸다. 사시 합격자 발표일은 장관이었다…. … 그날은 어디든 시끄러웠고 새벽에는 곳곳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사시 합격자가 줄고 로스쿨이 시작되면서 그 빈자리를 경찰 시험 준비생, 공시생, 로스쿨 준비생, 감정평가사 준비생 등이 채웠다… …’ {“짠내나는 서울지앵” (안선정 외. 리프레시) 참조}
사법고시로 응축됐지만 당시 신림동 고시촌은 행정고시, 외무고시, CPA(공인회계사) 등 이른바 4대 고시생들의 ‘움막’이자 각축장이었다. 여기서도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독종’들은 제 머리를 빡빡 밀고서 책가방을 보듬고 산골 오지에 있는 절간으로 향하기도 했다. 떨어지고 통곡하고, 또 떨어지고 또 통곡했던 그들이 다시 고시촌에 남고, 절간으로 떠났던 배경에는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란 불후의 명작(?)이 있었다. 고시에 어렵게 합격한 사람들의 수기집이었는데 그 내용이 얼마나 절절했던지 5수, 8수를 넘어 심지어 20수 낙방거사라도 이 책을 정독하면 다시 도전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었다. 사실은 이들의 고통과 사회적 폐단이 사법고시 폐지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공시생’이 이 ‘고시생’을 대체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기업 등 좋은 일자리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수십 만 명의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맨 결과다. 어떤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45:1을 넘어섰다는 뉴스는 이제 뉴스도 아니다. 가장 낮은 9급 공무원의 경쟁률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이젠 모든 공무원 시험이 ‘사법고시’가 돼버렸다. 한 세대 일찍 태어나 그 노력을 기울였다면 ‘판, 검사’가 되고도 남을 터, 그 험난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공무원은 직업과 직장으로서 과연 만족스러울까?
‘공무원이 말하는 공무원’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책이다. 서울시청 시민소통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김미진 씨. 고려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방송작가, 학원 강사 등을 하다가 뒤늦게 공시를 준비했다. ‘몇 시간 째 같은 페이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울시 공무원 최종 합격자 발표날, 차마 직접 확인할 용기가 없어 몇 시간 째 독서실에만 앉아만 있다. 동생이 합격 소식을 전해왔다. 내 인생에서 평생 결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서두를 뗀다. 그녀의 첫 글 소제목은 ‘누가 말했나, 공무원은 칼퇴근이라고?’이다.
조민지 씨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에서 근무 중이다. 그녀가 글 마지막에 쓴 각오는 ‘세종시 생활에 적응하고 나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과제가 아닌가 싶다. 동기들과 나란히 손잡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는, 사회에 꼭 필요한 공무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중앙부처, 도청, 시청, 구청, 특허청, 원자력 안전위원회 등에서 근무하는 모두 20명의 현직 공무원들이 몸으로 겪은 직업으로서 공무원의 실상, 애로, 보람, 계획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정부 기관을 오랫동안 출입하며 취재해온 윤홍우 기자(서울경제신문)가 공무원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11가지 질문에 답을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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