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북한을 너무 모른다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주성하 지음ㅣ기파랑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저자 주성하는 현재 서울의 유력 언론사 기자다. 그의 출신 대학은 북한에서 최고 명문 대학으로 알려진 ‘김일성 대학’이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창일 때 북한을 탈출했고, 2002년 3월 남한 사람들이 한일 월드컵 대회 개최를 앞두고 들썩일 때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그가 실제로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시도했던 ‘탈북, 남한행’에 성공했던 것이다.


탈북자 정착시설 ‘하나원’을 거쳐 그해 6월 경기도 00시의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면서 ‘남한 사람’의 일원으로서 그의 ‘좌충우돌 남한 생활’이 시작됐다. 완벽한 컴맹에 인터넷도 처음이었다. 승차 카드로 버스를 탈 줄 몰라 쩔쩔 맸던 그 때 갓 구입한 컴퓨터가 말썽을 부렸다. 집 주위에 컴퓨터 고치는 가게가 있나 둘러봤더니 멀리 ‘컴퓨터 크리닝’이란 간판이 보였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던 그에게 ‘컴퓨터 청소’란 해석은 어렵지 않았다. 본체를 매고 달려갔는데 그곳은 세탁소였다. 외투를 사러 갔는데 ‘이거 탈북자도 가능하구요”란 점원의 첫마디에 심장 쿵 내려앉았다. ‘이 사람이 내가 탈북자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혼미한 사이 나중에 알고 보니 점원은 ‘탈부착도 가능하구요’라 말을 했을 뿐이었다.


저 이야기들을 읽으며 웃었다면 이제 뒤집어 생각을 해보자. 북한 출신 사람들이 남한에 처음 왔을 때 남한의 실상을 저렇게 모른 것처럼 우리 또한 북한의 실상, 북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지는 않겠는가? 필자는 저자 주성하 기자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북한 사람들은 남한의 상품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남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런데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놀랍도록 많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자 역시 북한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남북한이 냉전으로 얼어붙었던 때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웠던 북한이 전부였다. 이른바 ‘다섯 가구가 서로 감시하며 산다는 5호 감시제, 아오지 탄광, 인민재판’ 등 무시무시한 모습의 북한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도자 찬양 노래만 부를 것으로 알았던 북한의 학생이나 젊은이들이 실상은 ‘아침이슬’ ‘이등병의 편지’ 같은 남한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것을 몰랐다. 북한사람들도 밤이면 삼삼오오 모여 내기 게임을 즐기고 지면 술과 안주를 산다는 것도 몰랐다. 그들도 회식을 하고, 야유회도 가고, 극장에서 영화나 연극을 본다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 소설가 황석영이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소설을 썼던가 보다. 그의 말대로 북한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는 원래 기자가 된 저자가 탈북인 입장에서 바라본 남한, 남북관계, 북한의 실상 등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만든 블로그(http://www.donga.com/?fr=blog/nambukstory/)의 제목이다. 그런데 ‘남북한 관계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짚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블로그 방문자가 급속히 늘었다. 그의 이야기들이 동일한 제목의 책으로 출판된 배경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전쟁 위기로 내달리며 극도로 대치했던 남북한, 미국의 관계가 서서히 해빙되고 있다. 우리는 물론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해빙협상이 꼭 성공함으로써 ‘남북평화체제’가 들어서기를 기도한다. 한편으로는 “당장의 통일은 쉽지도 않고 문제도 많다. 남북 자유 왕래와 교류로도 충분하다. 그러다 훗날 남북한 사람들이 ‘이제 통일해도 좋겠다’는 공감을 하게 될 때 통일을 추진해도 충분하다. 북한이 개방에 나서게 되면 지금 남한에서 공부하고 있는 탈북 청년들이 북한을 발전시키는 핵심 인재들이 될 것이다. 그들이 그런 인재가 되도록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저자 주성하의 생각에 필자 역시 동의한다. 그 첫걸음이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를 통해 남북한 관계,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아는 것이 될 것이다. 더구나 인천항은 남북 왕래, 교류 시대가 오면 양국 사이 가장 가까운 해상 관문이 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