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스마트화와 일자리


최상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요즘 들어 블록체인, 빅데이터, IoT, 드론, 로봇, 자율주행 등‘4차산업혁명기술’이란 단어가 전 세계, 모든 산업 분야, 더 들어가서는 전통적 산업인 물류와 항만부문까지도 뒤 덮여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현상은 엘빈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서 언급한 정보통신의 혁명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강조하고 싶다.

  

오늘날 항만물류 분야에서도 스마트항만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부는 현재 글로벌 중심항(Hub Port)에서 운영되고 있는 무인자동화터미널을 스마트 항만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혹은 독일에서 운용중인 항만인근의 물류․교통정보 중심의‘Smart Port Logistics’를 스마트항만이라 언급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스마트항만은 신개념 자동화항만, 정보중심의 항만물류공급망까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필자가 생각하는『스마트항만』의 범위를 제시하고자 한다. 스마트 항만은 항만 내 자원에 대하여 자동화된 하역기능을 가진 자동화항만과 디지털 정보통합과 예측기능을 가진 디지털항만의 결합이 완전한 스마트 항만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항만의 스마트화는 해상과 내륙을 연계하는 물류정보의 디지털 중심거점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향후 등장하게 될 자율운항선박, 자율주행트럭의 물류 기·종점으로서 미래 디지털 국가물류공급망의 중심으로 기능하게 된다.



자동화항만의 경우 안벽장비, 이송장비, 야드장비 및 게이트 등 항만하역기능을 담당하는 장비들의 자동화, 안전화, 친환경화를 목적으로 건설되는 항만이다. 반면 디지털항만은 항만 내 인프라, 설비․장비, 인력, 연계 등 자원들의 실시간 위치, 상태정보를 상호 연결, 수집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 후 각종 스마트 기기, 웨어러블디바이스, 단말장치, 작업자 및 자동화 장비 등에 향후 발생 할 예측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항만의 지능화,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디지털항만의 경우 자동화항만과 결합될 경우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으나, 유인으로 운영되는 재래식 항만의 경우에도 매우 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항만작업자들은 웨어러블디바이스를 통해 작업위치와 상태정보를 기반으로 작업구간의 위험, 안전정보와 작업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실시간 정보까지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트럭운전자의 경우도 작업위치까지의 경로, 타 차량의 이동상황, 작업화물에 대한 정보 등을 기반으로 안전운행 및 경로 제공, 충돌위험 감지, 졸음방지 등 몇 분 후에 일어날 위험, 안전, 효율적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항만하역의 자동화는 1993년 네덜란드 ECT(Europe Container terminal)을 시작으로 현재 항만 내 모든 상하역, 운송과정이 무인화로 이루어지는 4세대 자동화터미널 시대에 돌입하였다. 이제는 네덜란드 RWG(Rotterdam World Gate)를 비롯하여 3개 터미널, 미국 LBCT(Long Beach Container Terminal)과 아시아 최초의 중국 QQCTN(Qingdao Qianwan Container Terminal)을 포함 3개 터미널이 최신의 자동화시스템을 갖추어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7년 12월 가장 최근에 개장한 양산항 4기터미널의 경우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건설, 운영되고 있다.


중국의 항만 지능화 정책목표를 조사해 본 결과 ⅰ)항만의 4차산업기술 대응, ⅱ)국가적 육성정책, ⅲ)노동부족 해소, 편의성 확보, ⅳ)글로벌 항만선도, ⅴ)친환경 정책, ⅵ)안전한 항만 등의 순으로 자동화 항만 건설배경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노동부족의 해소와 글로벌 항만선도이다. 중국은 인건비가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단순반복적, 고난도 노동 등의 직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자국 항만은 세계에서 선도적 항만이 건설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차후 천진항을 비롯하여 5개의 추가적인 완전무인자동화터미널 구축이 진행 중에 있다. 향후 중국 내 이와 같은 배경이 오늘 날 가장 최첨단의 자동화터미널 운영과 세계적 항만장비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류속에서 항만의 스마트화, 특히 항만을 자동화할 경우 가장 먼저 해결하여야 할 부분은 일자리이다. 이는 단지 항만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산업분야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미래 항만산업에서 주요 경쟁국에 비해 선도적 위치에 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그 간격이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글로벌 전 산업부문에서 벌어지는 4차산업혁명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단 4차산업기술과 일자리를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항만이 미래 디지털 국가물류공급망의 중심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해상-항만-내륙 디지털 물류정보통합플랫폼이 개발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혁신적 물류서비스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수많은 미래형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항만당국은 항만물류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개발, 첨단항만의 건설은 적극 추진하되, 현 항만노동자들의 일자리 또한 적극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항만의 자동화가 본격 추진되더라도 항만 일자리와의 융합적 발전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약 10년 이상의 과도기적 기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소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기술적 발전과 일자리 유지, 일자리 전환정책 등 병합적인 추진전략을 견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