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인간의 위대한 스승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ㅣ까치글방





자연과 우주의 오묘한 세계를 다룬 책을 소개할 때 늘 챙기는 명저 2권이 빌 브라이슨의 엄청난(?) 과학 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강혜순의 “꽃의 제국”이다. 전자는 광대한 우주와 지구가 무대고, 후자는 지구상의 식물들을 다룬다. 우주와 지구에 대해 다룬, 좋은 책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종합 평가를 한다면 이 2권의 책은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는 입장이다.


이제 세상을 떠난 미국 애플사 창업자였던 천재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명상 수련을 위해 인도를 장기간 여행 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특히 인문학적 상상력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런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인문학의 전제 조건은 탄탄한 과학적 식견이다. ‘1+1=2’라는 수학적 진리를 바탕에 깔고 나서 발휘하는 ‘1+1=중노동’, ‘2+2=덧니’라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가치가 있다.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게이츠가 컴퓨팅 공학에 대한 완벽한 지식 없이 다만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에만 힘입어 성공했던 것이 아닌 것처럼. 평화롭게 호수를 유영하는 오리의 인문학적 표정은 물밑에서 열심히 물갈퀴를 젓는 과학적 오리발이 있기에 가능하다.


우주와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일단 쉽고 재미있어 매우 두껍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빌 브라이슨은 우리에게 ‘하루살이에도 오장육부가 있고, 작은 이슬 한 방울에 우주가 들어있다’는 인문학적 성찰을 우주의 역사와 과학적 현상들을 소재로 흥미진진하게 증명한다. 46억년 전 지구가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우주와 지구, 인간, 동식물의 역사를 종횡으로 누빈다. 


스마트 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한때 ‘모기 벨소리’가 화제였다. 고주파 벨소리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청력이 감퇴해 청소년들에게는 들리는 고주파 소리를 어른들은 못 듣게 되는데 이를 자기들만의 비밀 소통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기 벨소리는 약과다. 지구가 시속 10만Km로 내달리는 공전과 동시에 시속 1,666Km로 회전하는 자전 소리가 우리 귀에 들린다면 우리는 단 몇 초도 못 버틸 것이다. 원심력의 법칙으로만 보자면 지구의 자전에 밀려 우리는 벌써 저 멀리 우주로 튕겨 나가야 한다.


인간의 귀가 너무 작은 소리도, 너무 큰 소리도 못 듣기에 고주파 벨소리와 지구 도는 소리가 안 들리듯이 인간의 눈은 또한 너무 작은 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것도 못 본다. 그래서 우리 눈에 원자(原子)와 신(神)이 안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 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는 것은 중력(만유인력) 때문인데 이 역시 신의 정교한 우주 과학적 설계 덕분이다.


부산 해운대가 우주라면 그 안의 모래 한 알이 지구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육지의 면적은 그 모래알 표면의 4%에 불과하다. 전체 물 중에 인간에게 필수인 민물은 겨우 3%, 우리가 숨쉬는데 필요한 산소는 에베레스트 꼭대기(9Km)만 올라 가도 숨쉬기 버겁도록 희박해진다. 지구가 책상이라면 산소를 포함한 대기권은 책상 표면의 페인트 칠 두께에도 못 미친다.


이런 환경의 지구에서 인류는 30억년 이상을 버티며 오늘까지 이어왔다. 이렇게 ‘이어오는 것’도 알고 보면 원자의 순환이다. 오래 전에 죽은 대 문호 세익스피어의 관 속에서 나온 원자들이 돌고 돌아 지금 국문학과 학생의 몸을 이룬다. 지구상의 모든 물질의 총량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다만 형태를 달리하며 돌고 돌 뿐이다. 이것이 질량 불변의 법칙이다.


그 많은 것들의 역사 중 압권은 우리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라는 사실이다. 호모 사피엔스 이전 먼먼 인류로부터 당신의 부모까지 천문학적 조상들 중에 누구도 전쟁, 질병, 기아, 사고 등으로 결혼 전에 죽지 않았다. 그들은 또 예외없이 사랑할 짝을 찾는 것과 출산에 성공했다. 그 어마어마한 행운으로 우리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기적의 사람들’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음껏 존중하고 사랑해야 할 이유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제는 ‘E=mc²’ (에너지=질량*빛의 속도의 제곱)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