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E형 인간 - 성격의 재발견

 

변광호 지음ㅣ불광출판사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신라 고승 원효가 당나라 유학을 위해 길을 나섰다가 밤에 무덤에서 잠을 자게 됐다. 자던 중에 목이 말라 주위를 더듬으니 바가지에 물이 있었다. 그래서 시원하게 잘 마시고 다시 잠을 잤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밤에 마셨던 바가지가 해골이었다. 자기가 어제 밤 해골 물을 마셨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원효는 구역질을 하며 토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원효는 ‘해골 물인지 모르고 마셨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해골 물인지 알게 된 순간 토를 하는구나.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 유학을 갈 필요도 없구나”란 깨달음을 얻었다는 고사가 일체유심조의 기원이다.


비슷한 의미의 유명한 에피소드는 서양에도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 주위를 거닐던 남자가 목이 말라 강물을 마신 후 고개를 들자 ‘Poison’이란 팻말이 눈에 띄었다. 독(毒)이 든 물이란 뜻이다. 그 순간 남자는 배가 죽을 듯이 아파 병원으로 달려갔다. 설명은 들은 의사는 웃으며 “당신이 본 팻말은 Poison(포이슨)란 영어가 아니라 Poisson(푸아송)이란 프랑스어다. 뜻은 물고기이지만 팻말에 쓰이면 낚시금지”라고 설명했다. 그 순간 남자의 배가 거짓말처럼 아프지 않았다는 것이다.


흔히 낙관적 성격과 비관적 성격을 극단적으로 비교할 때 ‘반 컵의 물’을 사례로 든다. 낙관적인 사람은 ‘물이 반 컵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비관적인 사람은 ‘물이 반 컵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생마사(牛生馬死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도 비슷한 뜻이다. 홍수에 떠밀려 내릴 때 소는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 사는데 말은 물을 거슬러 헤엄치다 제풀에 지쳐 죽는다는 것이다. 모든 일은 순리에 따르라는 낙관의 가르침이다.


이처럼 아무래도 같은 조건이라면 낙관적인 사람의 평소 마음이 비관적인 사람보다 편안할 것이고, 그렇기에 일도 더 잘 풀릴 것이다. 성격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부르는 것이다. 그건 성질 급한 사람과 느긋한 사람에게 엉킨 실타래를 풀게 하거나 게임을 하게 해보면 쉽게 확인 되는 차이다. 성질 급한 사람은 실타래를 더욱 엉키게 하거나 게임에서 질 확률이 높다.


 <E형 인간>은 여러 성격을 종합해 봤을 때 가장 ‘좋은’ 성격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정신신경면역학을 전공한 병원의 의사다. 그가 평생 겪어온 환자들의 성격 유형과 투병 과정, ‘최후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 등을 연구해 정립한 의학적 ‘보고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써 행복해진다’ 식의 철학적, 추상적 산문과 달리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A형 인간은 완벽주의자다. 걱정투성이의 스트레스로 자기 스스로를 옥죄는 유형이다. B형은 낙천주의자. 물론 만사를 긍정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긍정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C형은 소심하고 착한 사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쳐 남의 입장을 헤아리다 스스로 상처를 많이 입는다. D형은 적대적인 사람이다. 욱 하는 성격의 ‘싸움닭’이다. 주변 사람과의 잦은 불화 때문에 힘들게 산다.


E형은 낙관도 비관도 쉽게 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 스트레스를 빠르게 긍정 스트레스로 전환시킨다. 슬픔, 기쁨, 분노 등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인다.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전화위복에도 능하다. 감사와 배려의 마음이 크고, 봉사를 즐기며 누군가와의 대화를 즐긴다. 저자가 의사로서 지켜본 환자들 중 E형 성격을 가진 이들은 죽음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을 빠르게 긍정적 생각으로 전환 시키는데 이는 역설적, 결과적으로 죽음보다 ‘삶’을 선택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저자 변광호 의사는 ‘타고난 성격을 고치기는 힘드나 훈련으로 변화는 가능하다’고 충고한다. <E형 인간>은 각자의 성격 중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여서 E형 성격을 강화하라는 충고와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