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몇 해 전 인천의 한 항만 세미나에서 필자는 발제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1만 teu 컨테이너선이 인천항에 기항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4,000 teu 선박도 1년에 몇 척 밖에 기항하지 않는 인천항에 1만 teu 선박 기항은 비현실적인 가정이 아닌가?"


그러나 인천항에 초대형선이 기항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가정이 금년부터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3월 10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세계 2대 얼라이언스인 G6가 동북아-미국을 오가는 CC1 서비스(Central China 1 Service)의 기항지 리스트에 인천항을 추가하여, 6,800 teu 급 컨테이너선을 투입, 주 1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C1 항로는 LA 등 미국 서안과 중국 청도 등 북중국 항만 간 코스로 운영된다.





기항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세계최대 해운동맹 2M을 이끌고 있는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 세계 3위의 선사로 O3의 리더인 CMA-CGM에게도 인천신항 기항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 앞으로 미주항로 뿐 아니라 유럽항로 개설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천신항 입출항 항로 수심을 현 14미터에서 16미터로 증심하는 공사가 올 하반기에 착수되어 2018년에 완공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0,000-12,000 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인천신항 입항이 가능해져 향후 원양항로 투입선박의 크기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어째서 최대 4,000 teu 내외의 선박만이 입항하던 인천항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입항이 가능해진 것일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주변의 유럽항로나 미주항로의 주 기간항로(trunk line)상인 제주항 북방해상을 기점으로 할 때 인천항까지의 거리는 약 490킬로미터로 25노트의 속력으로 운항한다 해도 왕복 22시간이 소요된다. 주 기간항로에서 이로(deviation)하여 인천항에 기항하기 위해서는 왕복기준 이로시간비용과 연료비 등이 현재의 낮은 유가를 감안해도 부산항 등에 기항하는 것에 비해 추가로 1억 3천만 원 이상 소요된다. 이만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부산항 대신 일부러 인천항에 기항할 선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가 진행되면서 동아시아의 컨테이너 해상물류가 크게 바뀐 것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상해 이북의 북중국 항만인 청도, 천진, 대련항 등과 미주, 유럽과 연결되는 항로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 항로에 기항하는 초대형선도 크게 늘어났다.


이들 북중국 항만에 입항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인천항에 기항하기 위해 이로 하는 지점은 제주 북방해상이 아니라, 서해 공해상이 된다. 북중국 항만의 출발지 별로 다르겠지만 대략 150킬로미터 이내의 추가 운항으로 인천항에 기항할 수 있는 것이다. 인천항의 항로 증심과 상부시설의 생산성, 그리고 집화능력과 환적을 위한 피더 네트워크를 갖춘다면 북중국 항만에 기항하는 초대형선들이 인천항에 기항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춘 것이다. 이번 북미서안-청도간 서비스에 인천항이 포함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고, 초대형선의 기항지로 인천항이 추가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인천신항에 원양항로가 개설되면 수도권지역 화주들은 인천항에서 미주나 유럽향 수출입화물을 처리하면서 내륙운송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인천항의 원양항로 개설이 같은 배후권역을 갖고 있는 부산항이나 광양항의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시설과잉인 상태에서 또 다시 하역료 덤핑 등 항만하역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일정부분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부산항은 이미 상해항, 선전항, 홍콩항 등과 함께 동아시아 허브항만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 다중 서비스 루프(multiple service loops)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항만이다. 아무리 북중국 항만에 기항하던 선박이 인천항에 들린다 해도 그 기항 빈도수는 현재 부산항의 원양항로 기항 빈도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수출입화물의 인천항 이전은 물량에서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인천항에 북중국 항만에 기항하던 원양항로 선박이 기항하는 가장 큰 의미는 인천항이 북중국 항만의 환적기지 역할을 늘려나갈 수 있다는데 둘 수 있다. 현재 중국 수출입화물의 동북아 지역 최대 환적 항만은 부산항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부산항의 환적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중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5년 7,588만 teu에서 2012년 1억 7,651만 teu로 연평균 15.1%씩 증가했다. 이에 비해 부산항의 환적물동량은 2005년 518만 teu에서 2012년 815만 teu로 연평균 7.8%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중국 컨테이너 물동량 대비 부산항 환적물동량의 비중은 2005년 6.8%에서 2012년 4.6%로 낮아졌다.


그 주된 이유는 초대형선의 북중국 항만 직 기항 증가, 그리고 중국정부의 자국 항만 환적이용 증진 정책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업적 관점에서 보면 필자의 논문에 나타나듯이, 부산항과 북중국항만간의 피더운송비가 상해항과 북중국항만간의 피더운송비에 비해 15.6%나 높다. 이 때문에 10,000 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2,000개 이상 발생하는 환적물동량을 부산항에서 처리하기 보다는 북중국 항만과의 거리가 가까운 항만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는 점이 반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항만정책 차원에서 우리나라 전체 환적 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거리상으로 볼 때 인천항은 상해항 보다 5% 이상 피더운송비용이 낮을 수 있는 북중국 항만 환적기지 가능성이 큰 항만이다. 즉 부산항을 환적항으로 선택하지 않고 상해항, 닝보항 등 중국항만으로 이전되는 북중국 환적화물 증가분을 인천항이 유치하는 기능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천항의 당면문제들도 원양항로 개발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천신항 부분개장 논란도 원양항로 개설로 수출입 및 환적물동량이 증가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며, 경인항 활성화 문제도 원양항로 물동량이 증가할 경우 기항선박 확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인천항 배후부지 활용도 증가와 고부가가치화도 수도권 원양항로 물동량 증가와 환적물동량 증가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인천항 최초의 원양항로 개설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