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으로 읽는 인천항 풍경, 네 번째 시간. 오늘은 한국시를 종래의 시에서 현대시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김기림 시인의 '길에서 - 제물포 풍경(1939)'이란 시를 통해 그 시대의 인천항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김기림 시인(1908~?)은 모더니즘의 대표 주자로 주지주의 문학을 소개하는 데 앞장 섰으며, I.A. 리차즈의 이론을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인 본인의 문학이론을 정립했답니다. 김기림 시인의 시 한 편 읽어볼까룡?


기차

모닥불의 붉음을

죽음보다도 더 사랑하는 금벌레처럼

기차는

노을이 타는 서쪽 하늘 밑으로 빨려갑니다.


인천역

「메이드 ·인·아메-리카」의 

성냥개비나

사공의 「포게트」에 있는 까닭에

바다의 비린내를 다물었습니다.


조수

오후 두시…

머언 바다의 잔디밭에서

바람은 갑자기 잠을 깨어서는

쉬파람을 불며 불며

검은 조수의 떼를 몰아가지고

항구로 돌아옵니다.


고독

푸른 모래밭에 자빠져서

나는 물개와 같이 완전히 외롭다.

이마를 어루만지는 찬 달빛의 은혜조차

오히려 화가 난다.


이방인

낯익은 강아지처럼

발등을 핥는 바다 바람의 혓바닥이

말할 수 없이 사롭건만

나는 이 항구에 한 벗도 한 친척도 불룩한 지갑도 호적도 없는

거북이와 같이 징글한 한 이방인이다.


밤 항구

부끄럼 많은 보석장사 아가씨

어둠 속에 숨어서야

루비 싸파이어 에메랄드…

그의 보석 바구니를 살그머니 뒤집니다.


파선

달이 있고 항구에 불빛이 멀고

축대 허리에 물결 소리 점잖건만

나는 도무지 시인의 흉내를 낼 수도 없고

「빠이론」과 같이 짖을 수도 없고

갈매기와 같이 슬퍼질 수는 더욱 없어

상한 바위틈에 파선과 같이 참담하다.

차라리 노점에서 임금(능금)을 사서

와락와락 껍질을 벗긴다.


대합실

인천역 대합실의 조려운 「벤취」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손님은 저마다

해오라비와 같이 깨끗하오.

너는 물고기처럼 순결하게 이 밤을 자거라.


- 길에서- 제물포 풍경 전문 -



'길에서 - 제물포 풍경'은 김기림 시인의 제2시집 「태양의 풍속」에 실린 시이며, 인천을 여행하며 쓴 8편의 시가 대제목 아래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에서 나타난 인천은, 바닷가 항구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리 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개통식이 인천역에서 거행된 것은 1899년 9월 18일입니다. 시가 발표되기 30여 년 전의 일이지만, 경인선의 개통이 이 곳에서 생활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의 여건을 제공해 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는데요. 



(사진설명 : 1930년 인천항에 정박한 일본화물선 / 사진제공 : 인천항만공사)



또한 '고독'이나 '이방인'등에서 드러난 바닷가 항구도시에서 눈에 띄는 몇몇 광경만이 아니라, 여기서 느끼게 되는 시인의 내면적 정서가 보다 강하게 나타나있습니다. '외로움'이나 '화남'과 함께 '새로움'과 '징그러움'그 예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