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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식 역사보다 스토리를 즐겨라 

딸에게 들려주는 한국사 인물전 1. 2” 

김형민 지음푸른역사 펴냄

 

다음 중 과거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왕은? 다음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바르게 나열한 것은? 다음 중 조선의 건국 년도는? 다음 중 사육신이 아닌 사람은? 고구려가 멸망한 해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왕은? 북학파가 아닌 사람은?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이 아닌 해전은?...


위는 필자가 기억하는 중ㆍ고등학교 때 사지선다형 국사 시험문제들의 주된 유형이다. 기억하건대 한국사든 세계사든 역사 공부의 대부분은 사건, 사람, 년도, 제도 등에 관한 끝없는 암기 또 암기의 연속이었다. 이러니 역사 공부가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도 수학, 영어 다음으로 하기 싫은 과목이 아니었나 싶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나 김훈 칼의 노래”, 이은성 소설 동의보감”, 조정래 태백산맥”, 중국의 고전 초한지”, “삼국지등등 역사소설을 흥미진진하게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교과서로 배우는 역사였던 것이다.


지금이라고 이런 교육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아 역사 공부는 무조건 외우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은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 재미 없는 역사 공부를 조금은 더 재미있게 효율적으로 공부할 길은 없을까? 김형민 저자의 딸에게 들려주는 한국사 인물전에 그 답이 있다. 산하라는 필명으로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등 역사 분야 책과 칼럼을 꾸준히 써온 저자 김형민이 쓴 역사 이야기들은 몇 가지 특징이 확연하다.


첫째, 교과서에서 암기할 내용 중심으로 간단하게 다뤄지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둘째, 교과서에서는 아예 다루지 않는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갖는 의미와 배경을 다룸으로써 역사 흐름의 큰 맥락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셋째, 자아형성에 중요한 시기인 학생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정의로운 삶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그의 책이 다루는 역사적 인물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넷째, 그가 다루는 역사 이야기들은 고대사, 현대사, 고려사, 조선사, 전쟁사 등 어느 한 분야에 전공이 특정되는 역사학자들의 책과 달리 분야를 불문하고 종횡을 누빈다. 다섯째, 그 이야기들이 대부분 , 이런 일도 있었네? ,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싶은 가르침을 담고 있다. 여섯째, 학생일 것으로 추정되는 딸에게 아빠가 들려주는 역사인 만큼 딸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는 듯한 구어체 서술이라 마치 역사소설처럼 읽어나가기가 편하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김형민 저자의 책들은 단순반복으로 역사를 외워야 하는 학생들이 암기한 조각조각의 역사 밑단에서 역사의식과 지식의 저변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학생이 아니더라도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 이런 역사가 있었군!’이란 혼잣말을 할 만큼 이전에 몰랐던 깨알 역사들이 주를 이룬다. 발해부터 최근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외국인, 전쟁의 영웅들, 민주주의 역사에 족적을 남겨놓은 국회의원들, 숨어 있던 역사적 솔로몬(법관), 남북 분단의 복판을 쳤던 판문점의 역사적 인물들, 그리고 역사를 빛냈던 외교관과 스포츠맨들이 1권에 등장한다.


2권에서는 화약을 만들어 낸 최무선을 비롯해 집념 빼면 남는 것이 없을 사람들, 역사의 물줄기를 틀었던 폭로의 주인공들, 위인 아닌 평민이라 역사에서 잊혀진 영웅들을 비롯해 윤봉길 도시락 폭탄을 기획했던 김홍일 장군 등 참군인들, 우리보다 더 이 땅을 사랑했던 외국인들,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엔진에 스스로 연료가 돼주었던 사람들을 다뤘다. 심지어 경인선부터 중앙선까지 철도의 역사에 숨은 영웅들도 등장한다.


필자가 보기에 226페이지의 8, 집념의 한국인에 나오는 조선을 깨운 홍어장수 문순득은 김형민이 쓰는 역사 이야기의 여섯 가지 특징이 제대로 담겨있다. 18~19세기 개화기 때 조선의 실정과 유구국(오키나와), 필리핀, 중국 등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관계를 살짝 넘겨다볼 수 있는 3년에 걸친 표류기, 유랑기인데 교과서는 물론 어디에서도 이런 재미있는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기 어려운 희귀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