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란할 때 읽기 좋은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ㅣ열린책들




요즘 들어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사업가든 전업주부든 ‘먹고사니즘’과 직접 관련이 없는 책을 읽으라 권하기가 부담스럽다.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도 현실은 빠듯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폭넓은 독서를 ‘강권’하는 것은 그 또한 필히 당장의 양식과 장래의 성취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책 안에서 ‘길’을 발견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비결을 물었을 때 ‘왕성한 독서’라고 대답하는 것이 그저 빈말이 아닌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브라질의 파울로 코엘료(연금술사, 흐르는 강물처럼),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상실의 계절, 기사단장 죽이기), 히가시노 게이고(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국내에 고정 팬이 많은 프랑스 소설가라고 언제가 말했던 적이 있다. 베르베르는 특히 이공계 출신이라서 과학적 상상력이 뛰어난데 “개미”, “뇌” 같은 소설이 자연과학에 해박한 그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대표작들이다.


그가 쓴 “상상력 사전”은 소설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그의 온갖 잡식을 집대성한 잡학사전이다. 사전에는 그가 문학의 여정을 걷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거나, 실생활에서 과학도다운 예리한 통찰로 알게 되었을 수백 가지 사실(Fact)들이 수록됐다. 거기다 근거와 논리가 충분한 합리적 상상들이 추가됐다. ‘제목 하나에 콤팩트한 이야기 하나’ 식으로 간명하게 정리했기에 읽기도 참 편하다. 그러기에 일독을 권하는 데 부담도 좀 덜하다.


육체와 정신은 노는 물이 같다. 건강한 육신(肉神)은 치열한 ‘고뇌’ 사이사이 ‘휴식’을 요구한다. 한 번에 다 읽기보다 옆에 두고서 지쳐 휴식이 필요하거나, 반대로 할 일이 없어 무료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면 딱 좋을 책이 바로 “상상력 사전”이다. 두께가 무려 630페이지다. 읽다가 졸리면 베개 삼거나 호신용 무기, 스트레스 주는 동료의 뒤통수를 치기도 안성맞춤이다.


버터 바른 빵이 땅바닥으로 떨어질 때 하필이면 버터를 바른 면이 땅바닥에 닿는 것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머피의 법칙이 아닌 과학적 이유가 있다. 식탁의 높이 때문에 식빵은 미처 한 바퀴를 다 돌지 못하고 떨어지기 때문이다. 옷의 개념이 없었던 먼 인류의 초기 조상 때 ‘수컷’들이 나뭇잎 등으로 성기부터 가려야 했던 진짜 이유는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권력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초콜렛 케이크를 맛있게 만드는 법, 만약 우주에 우리 밖에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류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긁어 버린 세 가지 사건’ 등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다음은 <상상력 사전>에 나오는 ‘고양이와 개’ 이야기다.


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나를 먹여 줘. 그러니까 그는 나의 신이야”


고양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나를 먹여 줘. 그러니까 나는 그의 신이야”


참으로 간명하게 고양이와 개의 특성을 정리했다. 동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로 개는 주인을 알아보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고양이는 자기에게 밥을 바치는 ‘집사’만 알아 볼 뿐이라고 한다. 개나 고양이와 반려하는 사람들의 경험담도 모두 한결같다. 개는 주인을 따르지만 고양이는 주인을 지배한다고.


이처럼 문화, 역사, 생활, 지리, 철학, 인류, 우주 등 온갖 분야에 걸쳐 이 천재적인 작가가 톺아 낸 통찰력과 유머감각, 위트가 발군이다.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기에 이 책을 권한다. 더구나 창의력, 창의력, 창의력! 학교든 직장이든 사업이든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시대정신이자 화두 아니던가!


그 창의력의 개발을 위해서라도 이 책은 두고두고 펼쳐 볼 가치가 있다. 문화, 철학, 역사, 과학, 생활상식, 지리, 우주까지 종횡무진 넘나드는 ’상상같은 사실, 사실 같은 상상’ 383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것이다. 책 값은 두께만큼이나 좀 비싸므로 가급적 학교나 동네 도서관에서 먼저 빌려볼 것을 권한다. 그런 후 ‘정말 한 권 집에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