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컨테이너선의 진화는 슬롯 당 비용을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지난 10년 동안 컨테이너선은 2006년의 최대선형 8,160 teu에서, 현재의 세계 최대 선형 19,224 teu로 대형화되어, 크기 면에서만 135% 이상 증가했고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의 최대 선박과 비교해 지금의 최대 선박은 선박의 길이가 347미터에서 400미터로 14%가 커졌고, 선박의 폭도 17열에서 23열로 늘어났으며, 컨테이너 단적수도 15단적에서 18단적으로 높아졌다. 이러한 선박의 길이, 폭, 단적의 대형화는 선박이 기항하는 항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18,000 teu 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본격 취항에 따라 그 이하 급 선박들의 계단식 하향 이동효과(cascade effect)에 의해 거의 대부분의 항로에서 취항 선박 대형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항만운영자들은 대형선 기항에 따른 생산성 향상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깊은 선창, 더 높게 쌓은 단적, 그리고 더 넓은 해치(hatches) 등은 안벽크레인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조직인 ITF(International Transport Forum)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The Impact of Mega-Ships)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 일부를 살펴보고 항만과 선사는 어떤 대안을 가져야 할지 생각해보려 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아시아-유럽 간 항로에 취항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항만작업에서 피크계수가 더 높아지는 것을 분석했다. 안벽의 시간당 처리개수로 측정한 피크물량은 초대형선 기항 후에 3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안벽에서의 피크는 안벽크레인(C/C)을 더 투입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확장에 한계가 있는 야드에 미치는 영향은 그대로 터미널의 처리 한계로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1,000 teu 슬롯의 야드는 장치기간 1일을 가정하고, 환적물량이 없다고 본다면, 연간 최대 365,000 teu를 처리할 수 있다. 안벽에서의 30% 피크는 운송장비를 늘려서 어느 정도 완화시킨다고 해도, 야드에 평균 20%의 피크를 가져오고, 결국 같은 야드 규모로도 연간 280,769 teu 밖에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즉 초대형선 기항에 따라 항만에서 피크가 걸리게 되고 이로 인해 컨테이너 터미널이 안벽크레인, 야드 및 이송장비 등에 대한 추가 투자를 해야 한다. 항만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기항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에 쓰던 크레인 대신 첨단 초대형 안벽크레인을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일반적으로 대당 3,000-4,500만 달러하는 안벽크레인이 선석당 4대 혹은 6대가 필요하므로 총 투자액은 1억 2,000만 달러에서 2억 2,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초대형선을 입항시키기 위해서는 크레인만 투자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항로 증심과 안벽 전면 증심, 야드 확장, 야드크레인 등 야드장비 추가 투자, 혹은 부두 강화를 위해 총 수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설비투자 지출이 수반될 수 있다. 여기에 도로나, 철도, 환적 등 후속 운송망과 연계 투자도 이루어져야 한다. 초대형선이 기항할수록 화주에 대한 항만의 서비스를 개선시키기 위한 연계운송망, 항만배후단지 투자 등 최적 SCM 망도 구축해야 한다. 항만투자 수익률(ROI)에 미치는 이러한 투자는 상당한 것이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투자를 하지 않는 항만이나, 터미널에 초대형선이 기항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그 큰 투자 리스크를 항만운영사, 혹은 전용터미널운영 선사가 혼자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일본선사 MOL이 2만 teu가 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등 컨테이너선의 극초대형선화가 그 끝을 모르고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추가 투자가 항만에서 일어나야 한다. 동 보고서에 의하면 컨테이너선의 선형이 2만 4,000 teu를 넘어설 경우 기존의 항만시스템으로는 재항시간을 2일 내로 줄이는 것이 어렵다고 하고 있어, 현재의 크레인을 다시 더 큰 것으로 대체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개념의 항만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할 지경이다.
이제 항만투자를 항만운영사의 리스크로 남겨둔 채 막대한 투자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선사 혹은 얼라이언스와 항만이 이러한 막대한 항만투자의 부담과 이익을 함께 할 수 있는 윈윈(win-win) 방안을 찾아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 대안은 터미널 운영과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자인 선사와 항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선사에는 초대형선을 항만에 기항시키면서 가장 우선으로 두는 기준인 재항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전용선석과 항만생산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항만은 처리물동량 증가를 원하는 항만에 대해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에 고객인 선사가 다른 항만으로 기항을 변경할 경우 그 투자 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기한 이상의 기항 약속이 보장돼야만 투자의 조건이 성립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션 쉬핑 컨설턴트(OSC)사의 Penfold 등은 터미널 투자가 지금까지는 고객별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수요에 따라 이루어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선석을 선사 전용선석, 공용터미널 선석 등으로 고정시켜 나누던 방식에서 벗어나, 선사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의 하역수요에 따라 선석이용을 가변적(moving boundary)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터미널 운송을 실제 수요에 맞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설활용을 효율화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터미널은 선사에게 전용선석을 주기로 계약하되, 실제 운영은 특정 선석이나 특정 야드블록, 장비로 구성된 터미널(dedicated terminal)이 아니라, 계약된 전용선석수, 야드 블록수, 장비수 만큼을 전용화(dedicated capacity)시킴으로써, 터미널 시설활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선사와 터미널이 협력하게 되면 터미널 운영인력을 감축시킬 수 있고, 항만기항 스케줄의 신뢰성 증대, 추가 장비 투입으로 생산성 증대 등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시설활용을 극대화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은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익을 터미널과 선사가 공유(gain-sharing)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양자가 합작법인을 세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항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대형선 기항 유도를 위한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가 있으며, 선사도 초대형 전용터미널에 대한 투자 후 흡수합병이나, 얼라이언스 변경에 따른 전용터미널 투자 유휴화 리스크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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