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라는 직업을 혹시 들어보셨나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며 처음 들어본다고 하더라고요! 도선사는 도선법에 따라 도선 업무를 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데요. 우리에게 생소한 ‘도선사’라는 직업을 알아보기 위해, 인천항 특파룡이 직접 인천항 도선사회 회장 오호진 도선사를 만나러 가보았습니다. 그 때의 생생한 인터뷰 현장 지금 만나러 가보실까요! 





Q. 도선사님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천항 도선사회 회장 도선사 오호진입니다. 저는 지금 도선사로 근무한지 16년째입니다.



Q. ‘도선사’라는 말이 생소한데요. 도선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영어로 하면 pilot 또는 sea pilot 혹은 marine pilot이라고 합니다. 도선법에 의하면 ‘선박 운항의 안전’과 ‘항만의 효율적인 이용’에 기여하는 전문 직업입니다. 인천항 도선구역 입출항 선박을 안전하게 도선하는 업무를 합니다. 여기서 ‘도선’이란 선박을 원하는 지점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장과 도선사를 헷갈릴 수 있는데요. 도선사는 ‘오더’ 즉 명령만 내리는 사람입니다. 선장은 오더가 정당한 것인지 감시하고 부하직원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습니다. 





Q. ‘배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도선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도선사 시험에 응시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해양 대학을 졸업하면 3학년 때 1년 실습을 하고, 4학년 때는 시험을 응시하여 항해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1~2년이 되면 3등 항해사, 2~3년이 되면 2등 항해사, 5~6년이 되면 1등 항해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후 선장이 되는 것입니다.


도선사 자격 요건으로는 6000톤 이상의 선박의 선장으로 5년 이상 승무한 경력이 요구됩니다. 제가 도선사 시험에 응시할 때는 7년의 승무 경력이 있어야 했고, 제 위 세대 선배들은 10년의 승선 경력이 필요했고요. 그 때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거죠. 그래도 일반적으로 승선 6개월이면 휴가가 3개월이기에, 실제 선장하는 기간은 약 10년이 넘어야 합니다. 또한 까다로운 신체검사에 합격해야 합니다.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 등이 아니어야 한다는 요건들도 있습니다. 도선사 수습생 전형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6개월간 수습을 해야 합니다. 그 후 다시 도선사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하면 도선사 면허를 발급해줍니다.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고 오랜 기간이 필요하죠.





Q. 도선사는 정말 멋진 전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선사님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기업은 이사가, 군대는 별을 다는 게 꽃이라면, 항해사의 꽃은 도선사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직업은 마도로스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그 말이 잊히지 않네요. 크루즈선이 나오는 어떤 영화 속에 하얀 제복을 입은 선장이 나왔는데요. 칵테일 바에서 여자가 실수로 마도로스 옷에 커피를 흘렸는데, “No Problem"이라면서 자기 손수건으로 커피를 닦으며, 씩 웃는데 참 멋있더라고요. 항해사라면 누구나 도선사를 꿈꾸었지만 실제로는 동기 중 10%만 도선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도선사는 우리나라 GNP가 700달러일 때 유일하게 많은 외국에 나가볼 수 있었고 당시 많은 연봉이 보장된 직업이었습니다. 



Q. 도선사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주세요. 도선사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나오거나 일반대학 졸업 후 부산에 해양수산연수원에서 6개월간 항해사 양성과정 졸업하고 승선 경력을 채우면 됩니다.


그리고 아까 언급했듯이 6000톤 이상의 선박의 선장으로 5년 이상 승무하고 신체검사를 거친 후 도선사 시험에 응시하면 됩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도선사 시험은 고시 시험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백지 10장을 줍니다. 그런데 시험 문제는 과목당 겨우 1, 2문제만 나옵니다. 문제는 적은데 답은 길게 써야 하니 쉽지가 않죠. 예를 들어서 “도선사의 권리와 의무를 논하라”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죠. 그리고 영어 논술 시험도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탈리아 크루즈선이 좌초했다.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영어로 논하라”고 나옵니다.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쓰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황당한 문제가 나오기에 많은 지원자들이 우수수 시험에서 떨어집니다.



Q. 업무를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셨던 적은 언제인가요?

항상 보람을 느끼는데요.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떠올리며 마음먹은 대로 도선이 이루어져서, 선장이 “Thank you very much!"라고 할 때 아주 보람을 느낍니다. 마음씨 좋은 선장은 고맙다고 위스키도 선물로 주고 그러는데 그럴 때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Q. 반대로 도선사가 된 후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정신적 커뮤니케이션이 힘듭니다. 선장과 도선사는 서로 미묘한 관계인데요. 법적으로도 애매모호한 관계입니다. 법적으로 치면 선장은 배의 책임자이고 도선사는 보조자입니다. 실제적으로 도선할 때 전적으로 도선사 책임 하에 하지만, 총체적 책임은 선장이 가지고 있습니다. 선장과 도선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중요합니다. 법적으로 도선사가 생소한 배에 대하여 선박의 재원, 성능 정보를 요구하면 이를 제공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선장은 ‘도선개입’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선할 때 마음에 안 들거나 위험할 때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적으로 일주일에 2~3번 정도 자주 오는 여객선 선장들의 경우는 그들도 일종의 전문가이기에 도선 개입을 하곤 합니다.


또한 ‘도선 거부권’이 있습니다. 도선사가 술을 마셨거나 명백한 고의나 중과실이 있을 때는 선장이 도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선사는 배정 순서에 따라 나가야하기에 24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한 겨울, 한 밤중도 나가야 하고 폭풍우가 몰아치더라도 나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아내를 ‘비서실장’이라고 부르는데요. 도선사란 직업은 항시 스케줄이 바뀌기에 가족들이 비서처럼 잘 도와줘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Q. 도선사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추세를 보면 아이를 많이 안 낳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 외동 아니면 둘인데요. 그렇기에 승선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배 타고 나갔다 돌아오는데 짧으면 일주일, 길면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세상이 너무 변했기에 항해사들이 그 괴리감에 답답해합니다. 그래서 요새 젊은 항해사들은 육상 근무를 원하고 장기 승선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적 고갈 현상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한국에서도 ‘pilot school', 즉 도선사 전문학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도선사로서 주어진 임무를 최선을 다해서 하겠습니다. 아까 말한 항만 운영의 안전, 항만 효율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인천은 수도권의 관문입니다. 아주 중요한 곳이죠. 또한 인천항은 전문가들 말로 공항과 항만이 같이 있는 유일의 도시입니다. 그렇기에 인천을 ‘해양 최고의 도시’로 세계 물류의 중심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북한과 통일 시 북한 항만이 모두 낙후되어 있기에 한반도의 중심 물류항  역할을 인천항이 감당해내야 합니다. 우선은 지방 균형 발전이라고 해서 인천항이 수도권 규제에 묶여 투자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반면 부산항은 정부에서 집중 투자를 합니다. 그렇기에 항만을 총괄하는 항만공사가 정부 투자를 더 이끌어내어 항만 개발을 더욱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기 목표를 가지고 인프라 투자를 하여 우리 인천항이 명실 공히 최고의 황해권 중심항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인천항 도선사회 회장 오호진 도선사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도선사라는 직업이 생소했는데 새롭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요. 전문 직종이기에 모두 개인 사업자이며 동업하는 것이라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항해사의 꽃, 도선사의 안전한 도선을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