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받는 청소년을 위한 힐링서



<청소년을 위한 진로 인문학>



이의용, 김경집, 강신주 외 5인 지음ㅣ학교도서관저널




이번 호의 추천서인 ‘청소년을 위한 진로 인문학’은 청소년 독자 또는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를 위해 고른 책이다. 굳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첫째, 대학입시를 위한 재수에 여념이 없는 필자의 딸 때문이다. 둘째, 최근 전국적인 충격을 주었던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을 포함한 청소년들의 일탈과 폭력, 범죄들 때문이다.


딸의 초중고 9년과 재수 1년을 지켜보자니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취업 등의 현실이 현재를 사는 청소년들을 너무너무 힘들게 한다. 과거급제를 최고로 치던 조선시대까지나 명문대 입학과 고시합격, ‘삼성전자’ 입사를 최고로 치는 지금이나 사회와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그리고 꿈의 성취와 자아실현을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타당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공부’가 단지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것, 어려운 수학문제 앞에서 끙끙대는 것, 그리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만이 지상의 목표라는 것이다.


공부와 장래에 대해 부모와 학교로부터 엄청나게 받는 스트레스를 풀 길 없는 학생들의 잦은 ‘폭력사건’ 또한 갈수록 심각해진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청소년보호법 개정과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폭주한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위의 사건은 소년범임에도 불구하고 주범 한 명이 구속 됐다. 그러나 처벌 강화는 일시적인 감정적 대응일 뿐 그것이 일탈이나 범죄의 감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해답은 ‘사람 존중, 공교육 정상화, 입시지옥 해방, 성적 순이 아닌 행복을 중시하는 전인교육’ 등등 교육과 직업(노동)을 포함한 사회구조 전체의 대수술이다.


문제는 그러한 수술이 몇몇의 학부모나 지도자들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하루아침에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고뇌다. 이토록 팍팍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붙잡고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옳게 커라, 옳게 커라’만 반복하는 것은 구두선이요,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들의 조인 숨통이 좀 트이도록 그나마 이런 책 한 권 읽으라고 주는 일이라도 부모로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른들과 학부모, 학생들의 현장 대화체, 강연 녹취록이라 청소년들이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기도 무척 쉽다.


“진로를 찾는 다는 건,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안정적인 직장, 높은 연봉, 누구에게나 선망 받는 명예로운 일자리를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여러분이 원하는 행복한 삶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책입니다. 여덟 명(이의용, 이명석, 이남석, 박승오, 김종휘, 김영광, 김경집, 강신주)의 어른들은 나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세상을 왜 알아야 하는지, 꿈이란 무엇인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대화의 기록이 꿈을 찾는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가 ‘청소년을 위한 진로 인문학’의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청소년들이 누려야 할 성장 환경은 이래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학교는 여전히 공부 잘하는 상위 10% 학생들을 위해 존재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의 특기나 적성은 불문하고 단지 학교 성적이 10%에 끼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의 방치되다시피 청소년기를 ‘탄압’ 당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를 모르고 있는 어른들은 없다. 알면서도 어찌 해보지를 못할 뿐이다. ‘여덟 명의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현장으로 뛰어든 이유다.


김경집 박사는 ‘엄마 인문학’, 지난해 하반기에 필자가 소개했던 ‘청소년을 위한 고전, 어떻게 읽을까’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는 ‘25년 배우고, 25년 가르치고, 25년은 저술과 강연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젊은 시절의 다짐대로 미련 없이 대학 강단을 떠나 시민들 곁으로 다가온, 대단한 인문학자다.


공저자 중 한 사람인 이의용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는 반대로 기업에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다 그 역량을 후진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강단으로 갔다. 그는 과거 쌍용그룹의 유명했던 공익광고(가 아직 한국의 기업풍토에서 낯설 때) ‘선생님의 도시락’ 편을 기획해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 공익을 위해 수십만 부를 발간했던, 많은 독자들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무료 월간지 ‘여의주’의 제작과 배포를 진두지휘 했던 주인공이다. 강신주 등 다른 공저자들 역시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어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