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파룡 11기 정규진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안타까운 재난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의 AI 파동까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재해 및 재난들이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진 안전지대인줄 알았던 우리나라에서 건물에 피해가 갈 정도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 우리를 놀라게 했죠. 태풍, 홍수, 화재 등 자연재해와 전염병, 내전, 테러같은 사회재난 등 갖가지 재난은 지금도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며 발생한 재난에 맞서 피해를 복구하고 재난 피해자들을 돕는 재난대책계획 또한 전 세계적으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재난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거나 피해에 고통받는 재난 피해자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하는데 물류가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시간에는 구호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호 물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번사진] 국가재난관리표준체계 - 출처 : 국민안전처 자료 바탕으로 본인 재구성


1. 구호물류란?

 구호물류는 물류의 종류 중 하나로, 구호물품의 신속한 분배와 재해복구지원을 목표로 합니다. 물류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물류 하면 제조 기업을 떠올리실 텐데요, 사실 제조기업의 물류와 구호물류의 물류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재해현장의 구호물품 수요예측은 기업의 시장조사와 닮아있고, 구호물품분배경로의 설정과 구호물류센터의 위치설정은 기업의 운송경로전략, 물류센터의 입지선정 전략과도 비슷합니다. 또한 공급사슬관리에 필요한 여러 시스템과 업무 방식이 구호물류에 쓰이고 있습니다. 애초에 물류라는 개념이 고대의 군사작전에서 ‘군수’ 로 처음 사용된 것을 생각해보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물자를 옮긴다는 물류의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이죠. 후술하겠지만, 일반 물류기업의 물류노하우와 잘 구축된 기반시설을 이용해 재난발생시 물류기업의 장비와 기반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적인 재난대책계획은 정부의 조치를 따르고 실제적인 재해대책, 복구는 관련 공공기관과 물류기업이 같이 진행하는 식입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에 위치한 컨트롤타워의 지시에 따라 국가재난관리표준체계에 따른 재난대책계획이 발동됩니다. 구호물류는 국가재해물류센터 혹은 국민안전처 등 유관기관과 사전에 계약, 협정을 맺은 물류기업, 재단에서 국가재난대책계획에 의거해 실행됩니다.


[2번사진] 부서진 다리 - 출처 : pixabay


2. 일반물류와의 차이점

 구호물류는 재난상황이라는 특수한 조건 하에서 실행되다 보니 일반 기업들의 물류와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물류는 알맞은 시간 내 물품이 오도록 하는 정시성을 중시하는데 비해, 구호물류는 최대한 빨리 구호품을 전달하는 신속성을 중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항공운송을 선호합니다. 게다가 재난상황은 물류 실행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재난상황은 물류의 실행 도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확실성을  높입니다. 지진이나 홍수는 통상 이용하던 운송루트와 기반시설을 파괴하거나 사용하기 위험하게 만들기도 하죠. 돌발 상황도 많이 발생해 기존에 수립했던 물류계획들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재난상황은 통신설비를 파괴하고 혼란을 만들어 구호물품의 실시간 수요정보 파악과 각 구호업무 주체들의 실시간 참여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효율성과 적시 배송을 달성하기 어려워집니다. 무엇보다도 재난상황은 각종 물적, 인적자원을 부족하게 만듭니다. 재난인력의 확장성은 자원봉사자들로 한정되어있어서 인력을 보충하기가 쉽지 않고, 연료의 보충과 수송수단 확보 또한 재난상황 하에선 어려워집니다.


[3번사진] 재난지역의 어린이들 - 출처 : freequration


3. 구호물류 현황 - 세계

 재난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며, 국제적인 재난에 대응하는 재해본부는 UN에서 담당합니다. UN세계식량계획 산하의 인도적지원물류센터(UNHRD. UN Humanitarian Response Depot)에서 전세계적 차원의 구호물류를 담당합니다. UNHRD는 전 세계에 6개의 대규모 물류창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나, 이탈리아, 두바이, 파나마, 말레이시아, 스페인 카나리제도에 위치한 각 6개의 대규모 물류센터는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으로의 접근성과 빠른 반응성을 고려해 위치를 선정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어느 곳이라도 항공기로 5시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합니다. 또한 UNHRD는 많은 수의 비정부기구(NGO)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할 시 NGO들이 보내고자 하는 구호물품들을 UNHRD 측에서 한데 모아 운송하기 때문에 구호에 드는 총 물류비를 절감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구호단체들은 UNHRD의 6개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NGO 물류망과의 연계를 이용해 재난이 발생하는 세계 어느 곳이라도 하루 내지 이틀 내에 지원이 가능합니다. 범세계적 차원에서 운영되는 기구이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장비들도 지원이 가능합니다. 지원이 가능한 구호물품 중에 장갑차도 포함되어있다니 매우 놀라운 사실입니다! 


 범세계적인 구호물류를 시행하는 사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의 물류회사인 UPS가 있습니다. UPS는 빈곤, 환경, 난민, 성평등 같은 국제적 이슈에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표적인 기업인데요. 1951년 설립된 UPS재단을 통해 구호활동, 지역사회 개발, 교육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UPS 직원들의 사회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UPS는 2013년 필리핀에서 태풍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긴급비상유통팀을 운영해 UN세계식량계획의 구호활동을 도왔습니다. 또한 지난해 유니세프와 합동으로 시리아 난민을 위한 방한용품을 만들었고, 다른 구호단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품 추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물류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하며 구호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미국의 로봇회사 지프라인과 세계백신면역연합과의 파트너쉽을 맺어 르완다 정부의 드론을 이용한 혈액 및 의약품배송 계획에 참여하는 등 구호활동 측면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4번사진] - 출처 : pixabay


4. 구호물류 현황 - 국내

 다음으로 국내의 구호물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공인된 구호단체는 재해구호법 제 29조에 등장하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한곳 뿐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태풍, 홍수, 세월호 참사 등 우리나라의 각종 굵직한 재해, 재난 상황때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2004년 이전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구호물품을 모집해 전달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체계적인 분류와 정리가 힘들고, 재난상황에 대한 빠른 대응이 힘들기 때문에 2004년 이후 파주와 함양에 재해구호물류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주의 물류센터는 수도권과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강원도 지역의 재난에 대비하고, 함양의 물류센터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의 재난에 대비합니다.

 국내에서 구호물류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우리에게 편의점 CU로 친숙한 BGF리테일입니다. 감이 오시나요? 고립지역에서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물류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은 바로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의 구호거점으로써의 효과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미 입증된 바가 있습니다. 편의점은 국토의 온 구석까지 자리잡고 있고, 사람들이 밀집한 실제 주거지와 가장 인접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것은 곧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업체들이 이미 촘촘한 국내 유통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재난상황시 편의점이 이미 운영 중인 유통망을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구호물품의 분배가 가능해집니다. BGF리테일은 국민안전처,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2곳뿐인 전국재해구호협회의 물류센터에 CU의 물류센터들을 더해 물품들을 분산보관하고 물품의 이동거리를 단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CU뿐만 아니라 GS25, 세븐일레븐 등 다른 편의점 업체들 역시 재해구호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5. 결론

 사실 이 기사를 작성한 의도는 물류라는 개념이 제조업, 비즈니스 상에서 이야기할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외로 우리의 일상 속에 가깝게 녹아있는,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던 이유가 컸습니다. 요즘 물류라 하면 비즈니스혁신, 공급사슬관리 등 기업 운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측면의 이야기를 위주로 하는 듯 하지만 저처럼 다른 관점에서 물류를 바라보는 것도 물류에 대한 흥미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구호물류를 영어로 번역하면 ‘Humanitarian Logistics’, 직역하면 인도주의적 물류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이야기하는 딱딱한 물류 말고도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따뜻한 슈퍼히어로같은 물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