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포켓몬고의 AR 기능 - 출처 : 본인 촬영


안녕하세요! 특파룡 11기 꿈꾸는 청년 원종한입니다. 이번 기사 제목은 물류 작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주는 제3의 눈, 증강현실입니다. 작년 여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포켓몬 고가 올해 국내에 상륙하면서 일반인들도 포켓몬고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AR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포켓몬고의 AR은 플레이어가 있는 주변 환경에서 가상의 이미지인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많은 대중의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그렇다면 증강현실(AR)이 물류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떠신가요?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증강현실이란 개념은 현재 물류업계가 주목하는 신기술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물류에서 증강현실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증강현실(AR)이란 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 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을 활용하여 현실과 가상을 융합하는 복합형 가상현실입니다. 영어로는 Augmented Reality의 약자로 단어 그대로를 해석해보면 확장된 “현실”이란 의미를 갖습니다. 쉽게 말해, 증강현실이란 현실을 중심으로 그래픽이 덧씌워져 현실 세계를 확장 및 보완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AR과 VR의 개념에 혼동이 있으므로 AR과 비교한 VR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VR은 Virtual Reality의 약자로 “가상” 현실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VR은 AR과는 다르게 가상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 위치한 현실과는 다른 사이버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낯선 이 증강현실이란 개념이 물류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증강현실은 기존의 현실을 물류정보를 포함한 그래픽을 통해 보완하면서 작업자에게 작업의 새로운 관점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창고 계획 및 운영, 오더피킹, 운송이라는 3가지 물류 과정을 중심으로 증강현실의 물류 적용방안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창고계획 및 운영 : 창고관리시스템(WMS)과 AR 웨어러블 기기의 연동



<그림2> WMS를 중심으로 한 확장 기술들 - 출처 : 본인 제작


AR은 스마트 글래스라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작업자와 창고관리시스템을 연결해주어 실시간 창고 계획 및 운영을 가능하게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창고관리시스템과 AR기기가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라고 불리는 창고관리시스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WMS는 회계상의 정보와 실물의 흐름을 일치시켜 실시간 물류센터의 재고의 흐름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운영하기 위해 구축된 시스템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자면, A 물류센터에 보관된 S라는 상품이 B 물류센터의 재고 부족으로 인해 B 물류센터로부터 S 상품의 재고 이동을 요청받았고, S 상품을 A에서 B로 수송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상품은 전산상 B 물류센터로 이동되었고 후에 B 물류센터에서 S 상품을 인수한 후 요청했던 주문이 맞는지 전산 정보와 실물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WMS가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WMS는 이러한 기본 기능으로부터 재고 관련 기능, 주문 관련 기능, 출고 관련 기능, 관리 관련 기능 그리고 인터페이스 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 주제에서 주목할 것은 인터페이스 기능입니다. 인터페이스란 무선통신, 자동인식, 자동화 설비 제어 등과 같이 별개의 설비나 장비와 WMS의 정보를 연동시켜주는 기능을 합니다. WMS의 발전은 페이퍼, PDA 단말기 그리고 근래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한 보이스 피킹과 같은 장비의 발전을 이루었고 이는 작업자에게 점점 더 높은 작업 효율과 편리성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DHL에서 선보인 비전 피킹(Vision Picking)의 등장은 WMS 확장 기술의 고도화를 증명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더 피킹의 설명에서 다루기로 하고 지금은 AR 기술을 사용한 비전 피킹이 어떻게 창고 운영과 계획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창고 운영의 AR 기술 도입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던 창고관리시스템인 WMS의 인터페이스 기능은 WMS와 AR 웨어러블 기기를 연동시켜 줍니다. 따라서 AR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작업자가 상품을 입고, 보관, 오더피킹 그리고 출고 등의 작업을 실시할 때 상품의 실물과 정보를 일치시킵니다. 이는 물류센터 내의 상품의 위치와 흐름을 명확하게 해주어 작업의 정확성을 매우 향상시킵니다. 또한 페이퍼나 PDA 단말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작업자는 두 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작업의 효율성과 속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물류센터 내에서 작업자는 AR 웨어러블 기기에 전시된 다양한 작업 정보를 통해 시각적인 보조를 받기 때문에 훈련시간 또한 감소합니다. 다음으로 창고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AR 기술과 연동된 창고관리시스템은 창고 운영을 통해 발생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들 중 재고에 관한 데이터는 재고 적치 계획에, 작업자에 대한 데이터는 작업계획에 그리고 출고에 관련된 데이터는 후에 입고에 관한 전략을 구성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2 오더피킹 : 오더피킹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DHL


 현재 AR을 물류산업에 접목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DHL의 비전피킹(Vision Picking)입니다. 먼저 비전피킹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DHL은 구글, 유비맥스 그리고 뷰직스와 함께 협업하여 스타트 글래스라는 AR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직원들에게 물류창고 내 오더피킹 지시를 내리는 시스템인 비전피킹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현재 DHL은 리코사와 비전피킹에 대한 시범 테스트를 마쳤는데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네덜란드 물류창고의 직원 10명은 3주동안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작업자들은 2만건 이상의 품목을 피킹하고 9천건 이상의 주문을 실수 없이 처리하는 등 기존보다 25% 이상 높아진 업무 효율성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업무 효율성 증대 뒤에는 어떤 과정이 숨겨있을까요? 그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림3>스마트 글래스에 전시되는 오더피킹 정보 - 출처 : pixabay + 본인 제작



DHL의 비전피킹이 오더피킹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기존의 오더피킹 시스템이었던 페이퍼, PDA 그리고 보이스 피킹보다 더 작업자 친화적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기계의 도움을 받아 작업자들은 어떻게 업무를 진행할까요? 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작업자는 작업 시작 시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자신의 ID카드의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로그인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작업을 진행할 피킹 카트의 바코드를 인식하면 그림 3과 같은 작업지시 화면 그래픽이 스마트 글래스에 표시됩니다. 작업 창의 왼쪽에는 위에서부터 작업 진행 상황(Progress), 제품 구역(Aisle Number), 제품 위치(Location), 피킹 개수(Quantity) 그리고 다음 피킹 정보(Next Pick) 같은 정보를 작업자에게 알려줍니다. 오른쪽 그림은 피킹 카트 내의 선반 정보입니다. 선반 정보에 피킹 정보가 표시되면 작업자는 피킹 정보에 맞는 개수의 상품을 피킹하고, 그때 재고의 바코드를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인식합니다. 그 순간 창고 내 실제 재고가 피킹되었음을 WMS의 정보에 업데이트하게 됩니다.


AR을 활용한 새로운 오더피킹 시스템인 비전피킹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업의 적은 오류를 발생시키고 작업자는 손이 자유로운 상태로 작업을 실시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작업자가 오류 없이 피킹 업무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창고 운영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 이유는 피킹 업무가 창고 업무 중 가장 병목현상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물류창고에서 발생하는 작업인 입고, 출고, 오더피킹, 보관 중 오더피킹이 창고 전체 운영비용 중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오더피킹 효율화는 창고 운영 비용 감소와 직결합니다.





#3 운송 :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HUD(Head Up Display), 스마트 주행



혹시 자동차 앞 유리에 이러한 화면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부품을 장착한 차량이 국내 제네시스, K9, 올뉴 K7과 같은 모델에 이미 도입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놀라웠습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란 차량 현재 속도, 연료 잔량,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운전자 바로 앞 유리창 부분에 그래픽 이미지로 투영해주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그리고 세계의 굴지 자동차 기업들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3세대라고 불리는 AR 헤드업 디스플레이어를 개발 중에 있다고 합니다. 증강현실을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도입한다면 더 안전한 스마트 주행이 가능하고 내비게이션 정보의 층을 더 현실감 있게 덧씌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AR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운송에 적용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증강현실이 운송에 도입된다면 배송기사에게 단순 내비게이션 기능뿐만 아니라 도로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운송 경로 제공이 가능합니다. 또, 운송기사에게 도로의 위험 상황을 알려주고 주행과 운송에 관련된 정보가 차량 앞 유리에 전시되므로 운송 과정 중 발생하는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인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는 문제를 해결하여 운송의 안전성 역시 크게 향상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증강현실(AR)의 물류 적용방안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증강현실의 최종 목표는 어떨까요? DHL에서 발간한 물류 트렌드 레이더(2016)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최종단계 운영에서는 배송과정 전체에 스마트 안경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안경을 장비한 작업자는 사물인식 기술을 이용해 각 화물의 완결성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또한 각각의 화물을 차량에 적재하는 최적의 순서를 가상으로 강조해 보여주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예 : 경로, 중량, 취급주의 물품 등을 고려). 배송 중에는 정확한 출입 위치를 찾는 최종 단계 내비게이션으로 증강현실을 사용할 수 있다.” 정말로 증강현실을 이용한 물류가 생태계 전반에서 이루어 질 수 있을까요? 확실할 수는 없지만 과거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 스마트폰의 보급이 불가능하다고 예측했지만, 현실이 된 지금처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CB인사이츠는 전 세계 AR/VR 시장이 현재 최적의 성장 시기에 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AR 생태계는 어떨까요?


<그림4>상암 DMC에 위차한 한국 VR AR 콤플렉스 센터



올해 2월 10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상암 DMC에 가상*증강현실(AR*VR) 복합관인 ‘한국 VR AR 콤플렉스’를 개소했습니다. 미래부는 지난해 8월 과학전략회의에서 가상*증강현실 생태계구축을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5년 동안 정부에서 2790억 원, 민간 1260억 원 등 모두 4050억 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AV*VR을 신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기로 밝혔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한국 VR AR 콤플렉스 센터는 2020년까지 정부로부터 총 400여억원을 투자받고 정부는 상암 DMC를 가상*증강현실 산업의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CB인사이츠에서 AR*VR 생태계를 분석하며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110여개를 선정하여 발표했는데, 그 결과는 조금은 참담합니다. 110여개의 스타트업 중 한국 스타트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다른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보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정부와 민간의 막대한 양의 진흥책과 AR*VR 게임 시장에서 한국이 선두를 달리는 것 그리고 VR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 기어 VR을 보았을 때, 한국 AR*VR 생태계가 왜 지금 이러한 현황을 보이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글로벌 AR*VR 시장은 현재 잠재성의 폭발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의 AR*VR 시장은 아직 그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을까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정부의 AR*VR 육성 진흥책과는 다른 방향의 AR*VR 산업 규제가 그 원인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PC방, 멀티방과 같이 혹시 VR 방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VR 체험을 통해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상 현실 경험을 제공하며 성장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VR방에 요구되는 시설 규제는 VR 대중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정부의 AR*VR 콘텐츠에 대한 도덕적 규제는 하드웨어에 집중되었던 AR*VR 사업에서 킬러콘텐츠의 부족을 야기했고 이는 AR*VR 사업이 일회성 체험의 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소리에 정부는 올해 2월 VR 시설 규제에 대해서 완화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AR*VR 산업이 단순 진흥책을 통해 발전되기보다는 다양한 AR*VR 콘텐츠와 함께 대중화를 이루기를 희망하고, 그 영향력은 우리 물류에서 AR*VR기술 보급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