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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불급(不狂不及)에 대하여

 

사랑이 나에게” (안경숙 지음, 한길사 펴냄)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매력적인 ‘자기계발’을 위해서다. 물론 이 책의 부제가 ‘고흐와 세익스피어 사이에서 인생을 만나다’인 만큼 명백히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이 책을 쓴 저자가 사는 방식에는 훌륭한 자기계발의 요소가 들어있다. 독서의 목적은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얻기 위한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삶의 방식까지 배운다면 더없이 훌륭한 독서다. 필자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읽으며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돕는다’는 믿음이 강해졌고, 나관중 소설 “삼국지”를 읽으며 남다른 인내와 기다림 끝에 건국의 뜻을 이루는 사마의 중달을 배웠다.


“사랑이 나에게” 저자 안경숙은 오랫동안 직장에 다니고 있는, 문학가도 화가도 아닌 보통의 월급쟁이다. 다만, 독서와 글쓰기, 그림 감상에 꾸준한 관심을 가진 것이 남달랐다. 그 꾸준함이 직장과는 완전 별개로 좋은 책의 저자가 되고, 인정 받는 글쟁이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개의 거장들에게 비결을 물으면 ‘단순하고 무한한 반복’을 빼놓지 않는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다룬 책들의 요지 또한 ‘꾸준한 반복’이다. 이를 가리켜 ‘단무지 정신’이라고도 한다. ‘단순, 무식, 지속’이다.


“그림과 문장 속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일을 하면서 사람과 삶의 이야기 곁에 머문다. 그러다 마음을 물들이는 순간과 마주하면 노트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어느새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온 이 습관에 기대어 산다. 감동받는 모든 것에 대해 지금처럼 꾸준히 쓰고 그리려 한다. 프랑스 기업 및 기관에서 일했고 현재 외국계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삶이 그림을 만날 때>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어> 등이 있다.”


‘수필가 안경숙’ 씨를 소개하는 책 표지 글이다. ‘습관에 기대어 산다’, ‘꾸준히 쓰고 그리려 한다’,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문구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앞에서 말했던 ‘단무지 정신’이 들어있는 실례다. 살림을 하고 직장을 다니는 동안 과외로 읽고, 보고, 쓰는 습관에 꾸준히 머물다 보니 어느새 ‘작가’라는 제 3의 인생이 열렸다는 이야기에 다름없다.


저자의 글들은 형식이 일정하다. ‘나를 위한 삶, 주변 사람들과의 사랑과 소통, 시련을 이기는 단단한 삶’을 주제로 저자가 책에서 얻었던 감명 깊은 문장을 모티브로 삼는다. 거기에 저자의 그림 감상이나 다양한 경험이 이야기로 더해진다. ‘밥벌이의 동지’라는 글은 화가 반 고흐가 썼던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 ‘우리는 가만히 앉아 빈둥대서는 안 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문장이 모티브다. 그 문장으로부터 사랑이 넘쳤던 저자 아버지의 신발과 고된 일상을 사는 우리 이웃들의 신발, 그 신발이 던지는 희망이 호출된다. 반 고흐가 그렸던 두 점의 신발 그림이 글 사이에 같이 편집됐다.


‘지금 시작해도 될까’라는 글은 ‘결심을 하고 때를 놓치지 말고, 될 듯한 일이면 머리채를 휘어잡듯 꼭 붙잡아야 하네. 결심한 이상 절대로 놓쳐서는 안돼. 그러면 일은 저절로 되기 마련이지.’란 괴테의 “파우스트” 문장이 모티브다. 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를 경험했던 이야기를 하며 ‘하지 않고 죽어도 좋을 일만 내일로 미뤄라’는 피카소의 명언을 떠올린다. 여기에 편집된 그림은 제시 윌콕 스미스의 ‘감각 : 만지기’라는 작품인데 어린이가 새로운 경험을 시작할 때 두근거림이 실감나게 묘사됐다. 세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과 빈센트 반 고흐 작품 ‘울고 있는 노인’도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라는 이야기로 한 꼭지를 차지하며 책의 부제목을 대변한다.


그 한 가지 습관(취미)이 반드시 책이나 그림일 필요는 전혀, 전혀 없다.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매달려도 재미있는 나만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어떤 일을 즐기는 사람이 미치는 사람을 못해본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하듯’ 습관적 반복이 오랜 시간을 거치면 생각 못했던 큰 결과를 사람의 손바닥 위에 종종 올려 놓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