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기 특파룡 조수빈입니다.

여러분은 무역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빼곡한 계약서, 혹은 계약이 성사되어 서로 악수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실제 수출입 과정의 시작과 끝에는 컨테이너부두 위에서 컨테이너를 분주히 싣고 내리는 크레인 기사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에서 STS(Ship-to-Shore) 크레인 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민엽 선임을 만났습니다.

 

 

<사진1. 오랜 만에 찾아온 인천신항>

 

인천신항은 지난 7월 특파룡 8기 발대식 때 방문했던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찾았네요! 짧은 견학시간이 아쉬워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인터뷰로 기회를 얻어 다시 한번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번에는 개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접안된 선박도 볼 수 없었고 조금 한산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몇 개월 후 다시 찾은 이곳은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보안은 철저했습니다. 저는 취재 목적으로 신분증을 맡기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2. 작업 크레인>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김민엽 선임은 인터뷰에 앞서 작업하시는 크레인을 구경시켜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항상 멀리서만 바라보던 크레인에 올라갈 수 있다니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습니다!

 

 

<사진3. 인천신항 접안 모습, 출처: 인천항만공사 홍보자료실>

 사진에서 보이는 크레인이 제가 올라간 크레인입니다. 안벽에 위치하여 선박으로부터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보통 갠트리크레인이라고 통용되어 불리지만, 더 정확한 명칭은 STS(Ship-to-Shore) 크레인입니다. STS 크레인은 길이 140m, 폭 26.3m, 높이 124m, 중량 1,500톤의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선박을 작아보이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크레인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 올라가 볼까요?

 

 

 

 

<동영상 1,2. 컨테이너 작업 모습>

 

처음에는 높은 크레인 꼭대기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진 계단만을 이용하여 올라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얼마 올라가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요! 딱 2명이 탈 정도의 공간에 있으니 마치 SF영화에서 많이 본 우주선에 탑승한 기분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캐빈으로 향했습니다! 캐빈(cabin)은 크레인 작업을 하는 조종실입니다. 마침 캐빈에서는 한창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기엔 정확성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사실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랍니다.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원활히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지상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 분들과 신호가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화물이 수출국으로 출발하거나 무사히 수입국에 도착하는 과정이 이곳 캐빈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정말 중요한 작업이겠죠?

 

 

<사진4. 붐 위에서 찍은 건너편 크레인의 붐>

 

<사진5. 붐을 올리고 있는 크레인의 모습, 출처: 인천항만공사 홍보자료실>

 

두 눈으로 직접 발밑에서 컨테이너가 하역되는 장면을 보고나니 크레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붐(boom)으로 향했습니다. 크레인 위로 수평으로 길게 뻗은 것이 붐입니다. 뉴스에서 무역에 관한 보도가 나올 때 항상 이 크레인이 배경화면으로 등장하는데요, 볼 때마다 ‘ㄱ’자 모양의 크레인만 보았기 때문에 이 붐이 접힐 수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답니다. 평상시에 작업할 때는 붐을 수평으로 내려 ‘붐다운’상태로 작업하다가, 작업을 마치면 ‘붐업’상태로 위로 세워놓습니다. 큰 선박이 오면 붐에 닿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크레인이 하늘로 접혀있다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사진6. 붐 위에서 내려다본 선박 모습>

 

붐 위에서 내려다보니 접안되어 있는 선박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오전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크레인의 모습을 보니 인천신항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인천항만공사 대학생기자단으로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또한 발밑에서 생생한 무역의 현장을 볼 수 있어 그 모습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사진7. 크레인에 대해 설명해 주는 김민엽 선임>

 

그냥 보는 것에 그쳤다면 얻는 게 많이 없었겠지만, 설명과 함께 크레인의 구석구석을 소개시켜 주셔서 어려움 없이 크레인 탐방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뒤에 있을 인터뷰를 잘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크레인의 간단한 구조와 작업하는 과정을 보고나니 더욱 더 STS 크레인 기사라는 직업이 궁금해졌는데요! 이제 탐방을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김민엽 선임과 함께 직업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사진8. 김민엽 선임>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장비분야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민엽이라고 합니다.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일한지 20년차입니다.

 

Q. 작업하시는 크레인이 ‘갠트리크레인’인줄 알았는데 부르는 명칭이 조금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일하시고 계신 크레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보통 갠트리크레인이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라서 부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갠트리크레인’하면 ‘아! 저 장비다’ 할 정도로 통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신항에 신장비가 들어오면서 명칭을 STS(Ship to Shore) 크레인라고 통일시켰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STS 크레인이라고 하면 저희도 그렇고 다른 곳에서도 다 알아듣습니다.

 

Q. 일을 꽤 오래 전부터 시작하셨는데,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일을 28살쯤에 시작했습니다. 남자라면 한번쯤 기계 쪽에 관심을 두곤 하죠. 근데 또 제가 부산에 살았었기 때문에 주변에 컨테이너터미널과 부두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며가며 작업하고 있는 크레인을 보았고 항상 ‘저게 뭐하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 컨테이너터미널에 관련 있는 분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 터미널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형님에게 궁금해 죽겠으니 구경 좀 시켜달라고 했죠. 그래서 처음 들어가게 되었는데, 짐을 배에서 싣고 내리고 하더라고요. 그때 ‘야, 저거 괜찮겠다, 멋진 일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수출입의 최일선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자부심도 느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애국자니까요. (웃음) 그 점에서 상당히 매료가 되었습니다. 이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필요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습니다.

 

Q. 조종원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이 있나요?

일단 이 일은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윗 캐빈에서 조작하고 있으면, 밑에는 콘(cone: 컨테이너 고정장치)을 해제시켜 주거나 신호를 봐주시는 분, 라싱(lacing: 컨테이너가 흔들리지 않게 선박에 고정시키는 것) 해체를 해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위에서는 그 분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 분들은 밑에서 앞만 보지만 우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일이기 때문에 더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밑에서 일하는 분들의 안전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또한 성격이 급하신 분들은 마음수행을 해야 합니다. 우리 기사들끼리는 저 장비를 다루기 위해선 도를 닦는 기분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웃음)

또 소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까 언짢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장비기사라면 그런 정도의 말은 듣고 흘려버릴 수 있어야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가끔 콘이 잘 해제가 되어야하는데 연이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장비나 선박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해지는데, 이런 장비기사만이 느끼는 압박감을 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Q.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저는 후배 기사들이 처음 배우러 오면 꼭 들려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보통 컨테이너 선박이 컨테이너를 싣고 오는데, 그 당시에는 20피트 컨테이너가 딱 하나 실릴 만한 그런 보트가 20대 정도 왔더라고요. 맨 앞 보트가 끌고 오고 나머지 보트는 딸려오는 식으로 와서 접안했습니다. 그 때가 하필 태풍이 올라오기 바로 전이라서 파도가 엄청나게 쳤습니다. 더군다나 보통 작업을 할 때 배가 흔들리지 말라고 밧줄로 묶어 놓는데, 그 배는 줄로 단순히 걸어놓다시피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배가 계속 파도 때문에 움직이더라고요. 스프레더(컨테이너를 들고 내리는 장치)에 착상을 하려하면 계속 배가 옆으로 거의 1미터씩 움직였습니다. 컨테이너 네 군데를 착상을 시켜놓고 트위스터를 잠궈야 하는데, 착상을 시켜놓고 잠그려고 보니까 파도가 쳐서 다시 쑥 내려가 착상이 계속 풀리는 겁니다. 하나 작업하는데도 오래 걸리는데 똑같은 보트 20대가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당시 오후 1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는지 기억도 나질 않네요. (웃음)

 

Q.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사실 매순간이 뿌듯합니다. 작업을 마치고 붐을 올렸을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제시간에 맞췄기 때문이죠.

 

Q. 이 직업만이 가지고 있는 힘든 점이 있나요?

힘든 점이라면 아무래도 고공에서 일하다 보니까 항상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작업을 하는데 좀 피곤할 때에는 시야가 흐려지기도 하거든요. 오랫동안 일하려면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야죠.

 

Q. 작업을 원활히 해주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절대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죠, 제가 운전하는 장비에 딱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맨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시간당 몇 개의 컨테이너를 작업했는지로 생산성을 판단하곤 했습니다. 다른 크레인보다 많이 작업한 날에는 기분이 정말 좋았죠. 하지만 그것과 결부시키면서 서둘러 작업하면 절대 안 됩니다. 출항시간이 급하면 서두르게 될 때도 있는데, 안전과 생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핏 들으면 모순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서두르면 마음만 급해질 뿐이지 오히려 실수를 하게 되거든요.

 

Q. 본인에게 인천신항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부산항에서 10년간 일하다가 인천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쌓아왔던 경험들을 토대로 인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인천신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신항이란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 새로이 시작하고 싶고, 잘 꾸려나갈 것이라는 욕심도 있습니다.

 

Q. 조종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직업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합니다. 수출입의 최일선에서 근무하기 때문입니다. 항상은 아니지만 크레인 안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해를 맞을 때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저는 정말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Q. 새해도 크레인 안에서 맞으시는 건가요? 그런 부분에 있어선 힘들지 않으신지?

컨테이너터미널이란 것이 24시간 운영되어야 하고, 업무자체가 주간조, 야간조로 나뉩니다. 그런 면에서는 힘든 부분이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겁고 자부심이 느껴지기 때문에 힘들다기보다는 즐기게 되더군요.

 

Q. 선광의 분홍색 크레인이 정말 인상적인데요, 직접 작업하시는 공간이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으로 크레인의 색깔에는 노랑색, 빨강색, 남색 계통의 크레인이 많습니다. 처음 실제로 크레인이 군집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까 참 예쁘더라고요. 이 분홍색이 사진발이 잘 받기도 하죠. (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새로이 이 일에 도전하시려는 분들에게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매력적인 직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시다시피 흔한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습니다. 또 인천신항은 인천항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곳 인천신항에서 꿈꾸는 일에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9.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야드>

 

20년 동안 쌓아 오신 내공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겸손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동시에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뿌듯함까지 그대로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도 사명감을 가지며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 채 입사지원을 하는데요, 그에 따라 평균 근속년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라고 합니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분야에 도전해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오랫동안 성취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동적인 무역의 현장에서 이뤄지는 크레인 작업, 매력적이지 않나요? 무역강국 한국! 오늘도 인천항이 평화로운 것은 김민엽 선임과 같은 명인들이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인천항에서 이렇게 각자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명인분들에 대한 끊임없는 응원 바랍니다!

이상 8기 특파룡 조수빈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