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stics”물류(物流)”라는 용어의 기원에 대하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민정웅 교수


‘Logistics’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병참(兵站), 즉 군수물류를 의미합니다. 그 어원에 대해 사전에서는 라틴어 ‘Logisticus’19세기 프랑스어인 ‘Logistique’에서 유래하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라틴어 ‘Logisticus’는 계산(Computation)을 의미합니다. ‘Logistikos’라는 고대 그리스 언어가 변화하여 생긴 말인데, ‘Logistikos’는 계산에 능통한 능력 혹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logos) 판단력을 의미했습니다. 한편 프랑스어 ‘Logistique’는 또 다른 프랑스 단어인 ‘Loger’에서 기원하였는데, 이는 영어 단어의 ‘Lodge’가 의미하는 숙박(宿泊) 혹은 숙영(宿營)과 같은 뜻입니다. 따라서 좀 복잡하긴 하지만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Logistics’라는 말은, 결국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계산을 기반으로 군대의 이동과 숙영을 처리하는 군대 과학의 개념, 즉 병참이 되는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나 로마제국 시대에는 전쟁을 수행할 때마다 ‘Logistikas’라 불리는 병참 장교가 군대의 물자 공급이나 구매, 배급 등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적과의 전투가 벌어질 새로운 위치로 보급 물자를 신속하게 이동시킴으로써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또한 적군의 병참지역을 공격하거나 아군의 병참지역을 방어하는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물류(物流)라는 한자어는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물류(物流)라는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인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동일한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물류학회 산하 물류연구회의 자료와 2007년 일본에서 출간된 물류개론이라는 책에 의하면, 물류라는 개념이 처음 일본에 들어온 것은 1956년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이치오 이자와(伊澤 道雄)를 단장으로 미국에 파견된 일본생산성본부 유통기술전문시찰단(流通技術専門視察団)이 미국의 물류 개념을 처음 일본에 도입한 것입니다. 당시 시찰단이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물류라는 용어대신에 유통기술(流通技術)”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유통기술은 제조·포장·하역·저장·운송 등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물류의 일반적인 기능들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1960년대 들어서면서 유통기술이라는 용어 대신 점차 ‘PD’라는 영문 약칭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용어인 ‘Physical Distribution’에 대한 적절한 일본식 표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단순히 앞 글자를 차용하여 ‘PD’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1963년 이후 ‘Physical’물리적(物理的)’ 혹은 물적(物的)’으로 번역하고, ‘Distribution’유통(流通)’으로 번역하여 물리적 유통(物理的 流通)’, 혹은 물적 유통(物的 流通)’이라는 말이 점차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물적 유통(物的 流通)’이라는 용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4년 일통합연구소(日統合硏究所)가 발표한 물적 유통(物的流通)의 새로운 경향이라는 보고서에서였습니다. 이후 19651월 일본 내각에 의해 발표된 중기경제계획에서 물적 유통 근대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물적 유통이라는 용어가 폭넓게 확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일부 사람들이 물적 유통을 간단히 줄여 물류(物流)’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 용어가 제품()의 흐름()이라는 개념을 더욱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하나의 표준용어로 자리 잡게 되어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사용되는 물류라는 용어의 기원은 영어의 ‘Physical Distribution’을 직역한 물적 유통의 축약형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