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항과 인천항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문철수 교수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상큼한 대조를 이루는 그 곳. 내가 본 샌프란시코항은 가슴을 툭 터지게 하는 시원한 청량음료처럼 ‘상큼’했다. 원래 내가 갖고 있는 항구에 대한 이미지는 여기저기 화물이 쌓여 있고 비릿내가 가득하며 왁자한 매운탕집이 가득한 비좁은 골목길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가 샌프란시스코항을 보고난 뒤 바뀌었다. 항구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 얼마나 신선한 생동감을 줄 수 있는가를 눈으로 목격하면서 인천항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항구들의 미래가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샌프란시스코항은 북쪽의 금문교로 부터 남쪽으로는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AT&T Park까지 닿는 방대한 해안선으로 이루어져있다. 운영은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임명하는 5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공사형태 (반관반민)의 Port of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항 운영사)가 책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항의 현대화는 재앙의 잿더미 위에서 시작된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는 대지진과 대화재를 겪었다. 1909년 샌프란시스코항 발전법령 (San Francisco Harbor Improvement Act)이 제정되었고, 1913년에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9백만불의 예산을 책정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영역을 넓히고 항구를 근대화 함으로서 1920년대 초반에는 항구의 자산이 5천만불을 넘어섰다. 특이한 점은 항구의 자산을 사업운영자들에게 판매한 것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항 운영사가 모든 자산은 소유하고 사업운영자들에게는 임대를 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항 운영사가 유일하게 항구의 모든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는 형태를 띄고 있다.


샌프란시스코항은 단순히 선박화물을 다루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박물관, 수족관, 놀이시설, 유명한 식당 (게 요리와 조개수프가 유명), 야외공연시설, 기념품점 등 다양한 소매상가 등으로 이루어져서 명실공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로서 유명하다. 여기에 더불어 샌프란시스코항에 “상주”하는 수백마리의 바다사자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항이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크루즈선의 주요 입항지로서도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35번항 (Pier 35)을 통해서 연간 20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을 맞고 있는데 2014년도 부터는 더욱 커진 새로운 크루즈선을 맞을 수 있도록 개축된 27번항 (Pier 27)을 통해서 크루즈선들이 입항할 예정이다. 2013년에는 4억5천만불 짜리 크루즈선인 Grand Princess가 샌프란시스코항을 모항으로 해서 운항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야구장인 AT&T Park이다. 이 야구장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샌프란시스코항으로 부터 임대해서 2010년부터 사용중인 것으로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경치가 유명하다.


우리의 인천항 또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망라하는 엄청난 도시들의 출입구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인천항은 산업적인 측면과 일부 해상 여객교통의 측면만이 강조되어왔지 않았나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항은 여기에 더불어 낭만과 미적인 측면을 조화시켜 미국에서 유명한 관광의 중심지로 굳건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먼저 항구의 미적인 측면에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는 항구의 주요지역의 바닥을 나무 (혹은 나무 느낌이 나는 재료)로 정비하여 자연친화적이고 방문객들에게 관광지와 같은 깨끗함과 친근함을 주는 것 같다. 또한 크램차우더나 게요리와 같이 샌프란시스코항하면 생각나는 고유한 먹거리를 내세우는 식당들이 즐비하고 고급스럽게 정비된 소매상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많은 박물관 수족관들도 관광객들을 모으는 주요 동인이다. 샌프란시스코 항구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영화 The Rock으로 유명한 알카트라즈 섬(Alkatraz Island)의 교도소 시설을 관광지로 개발해서 샌프란시스코 항에서 짧지만 낭만이 가득한 선박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샌프란시스코항의 성공요인이다. 인천항은 샌프란시스코항의 성공요인들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자연과 역사의 배경을 지니고 있다. 인천항이 물류항과 기본적 교통항으로서의 개념을 벗어나 관광의 요충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덧붙여서 발전한다면 인천항은 인천시의 발전 뿐만 아니라 한국 관광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