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나무” (김영 지음, 마인드큐브 펴냄)

 

‘나무가 거꾸로 서있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부터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거꾸로 선 나무’는 인도철학의 근본이다. ‘하늘에 뿌리를 박고 땅 위에 가지를 드리운 불멸의 우주, 아스바타(무화과 나무)’다. 한편으로는 이 책이 인도의 요가와 명상 기법을 전수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사람이 두 팔을 짚고 머리를 땅에 댄 채 물구나무 서서 양 다리를 벌린 후 꼼짝 않고 명상과 호흡에 빠진 모습도 쉽게 상상이 된다. 평소 단전호흡이나 명상, 요가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에게는 ‘그렇게 거꾸로 선 자세의 고요 속에 온 우주를 내 마음에 가두고 놀아보자’는 의미가 먼저 다가온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 때문에 초비상이 걸리고 있다. 전염병도 전염병이지만 동네 식당, 택시, 주점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국민들의 경제적 고충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야 할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방역과 경제를 모두 잡으려는 정부 역시 고민이 깊은 만큼 국민들끼리도 서로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따듯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 마침 SNS에 어떤 변호사가 ‘빈 택시들이 줄줄이 서 있는 것이 안타까워 같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뜻에서 나온 요금보다 조금 더 드렸다”는 게시글을 올렸는데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이어 보기에 참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과 가택연금’ 시간이 늘어났다. “거꾸로 선 나무”는 그 시간을 상당히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심신이 몹시 피로한 시기라면 정신과 육체를 함께 수양하는 ‘요가와 명상’만큼 좋은 보약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요가와 명상을 ‘그냥 앉아서 눈 감고 심호흡 하면 되는 것’으로 쉽게 아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크나큰 오해다. 남다른 인내심과 끈기가 아니면 입문 단계도 통과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요가와 비슷한 우리나라 전통 수련법인 단전호흡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중도에 포기(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그 어려움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거꾸로 선 나무” 저자 김영 인도고전학교 교장은 14년 동안 인도를 공부했다. 김영이 인도로 떠났던 이유는 인간의 본질을 보기 위해 신화, 명리, 주역을 거쳐 명동성당(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후였다. 인도로 간 그는 불교에서 힌두교, 빨리(불교경전어) 삼장에서 베라, 철학에서 신화, 지혜(즈냐바)에서 신애(信愛, 박띠)까지 공부했다. 박띠는 헌신과 사랑의 절대신앙을 뜻한다. 그 오랜(?) 공부 끝에 그가 깨달은 것은 ‘인도에서의 수많은 가르침들은 단 하나의 진실로 귀결이 되는 바, 구원은 신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서 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내용이 충실 하려면 그것을 담는 형식도 충실해야 하는데 요가와 명상은 스스로에게서 구하는 구원을 담는 긴 여정의 형식이자 이정표다.

 

요가(Yoga)의 어근은 ‘묶다, 결합하다’는 뜻이다. 인도 사람들은 ‘신과 함께 묶여 일체가 된다’고 해석하지만 김영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요가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몸에 마음을 묶어, 마음이 과거나 미래로 방황하지 못하도록 한다. 온전히 현재의 생각을 붙들어 두는 것이다. 후회해봐야 과거는 불변하고, 걱정해봐야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마인드컨트롤인데 요가의 경전인 “요가 수트라”도 이 목적부터 밝히면서 시작한다.

 

심신단련을 위해 단계별로 구체적인 요가 실기와 인문학적 의미에서 그러한 수행의 의미를 “거꾸로 선 나무”에 담아 강연을 펼치는 저자 김영의 진단에 따르면 붓다는 고통과 맞짱 떠 깨달음을 얻는 즈냐나(지혜) 요가의 최고수다. 예수는 부족한 인간을 넘치도록 사랑한 박띠(헌신) 요가의 최고수다.

 

“거꾸로 선 나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신체의 면역력을 기르고, 마음근육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마음이 편해질 깨달음까지 얻을 일석사조 전화위복(一石四鳥 轉禍爲福)의 황금 기회임이 분명하다. 일독과 소장을 ‘강추’한다.

 

 

 

북칼럼니스트 최보기thebex@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