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이 마르기 전에 물고기를 기르자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 이향은 외 3명 지음, 미래의창 펴냄)


“트렌드 코리아 2020”은 김난도, 이향은 등 박사급 트렌드 연구 전문가들이 2020년에 일어날 트렌드의 변화를 주로 ‘시장’에 초점을 맞춰 예측한 책이다. 이들은 매년 말이면 다음해에 일어날 변화의 추이를 연구, 출판해왔다. 이들의 예측을 알아보는 것이 왜 중요할까?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굳이 답을 쓸 필요마저 없지만 피부 체감을 위해 한 가지 상황만 살펴보자.


청년층 인구가 많은 도시 변두리 주택가에 음식이 맛있어 손님이 줄을 섰던 A식당이 있다. 그런데 이 식당의 매출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러 주인의 시름이 깊다. 식재료도 그대로, 서비스도 그대로, 맛도 그대로인데다 주변에 경쟁 식당이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손님이 줄어드니 주인으로서는 그 이유를 알기가 어렵다. 


전문가 진단 결과 원인은 트렌드의 변화였는데 청년층 인구가 많은 것이 단초가 됐다. 편의점과 ‘배달의 민족’이 그 식당의 고객을 대거 빼앗아 갔던 것이다. 집에서 밥을 해먹기보다 주로 사 먹는 것을 선호하는, 혼자 사는 1인 청년가구를 타겟으로 출시된 간편조리식품의 종류와 품질이 그 사이 몰라보게 발전을 거듭해 청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전화 한 통이면 유명 맛집의 포장된 음식이 즉시 배달되는 거미줄 배달 시스템도 ‘귀차니즘’의 청년에게는 편하기만 하다. 


만약 A식당 주인이 이런 변화를 초기에 감지했더라면 이에 대응하는 조치 - 예를 들어 혼자 밥 먹기 좋은 식당 환경 조성, 간편조리제품 포장판매, 배달 시스템 도입 등 – 를 선제적으로 취함으로써 변화에 편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트렌트 코리아 2020”은 바로 이런 변화의 추세들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2020년 트렌드 변화의 키(Key)는 MIGHTY MICE (강한 생쥐들)인데 만화영화의 똘똘한 생쥐 주인공 ‘마이티 마우스’에서 착안됐다. 멀티 페르소나(ME AND MYSELVES), 라스트 핏 이코노미(IMMEDIATE SATISFACTION), 페어 플레이어(GOODNESS AND FAIRNESS), 스트리밍 라이프(HERE AND NOW), 초개인화 기술(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팬슈머(YOU'RE WITH US), 특화 생존(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오팔 세대(IRIDESCENT OPAL), 편리미엄(CONVENIENCE AS A PREMIUM), 업글인간(ELEVATE YOURSELF) 등 10개 트렌드 키워드의 첫 글자들 조합이다.


멀티 페르소나, 다양한 모습으로 그때그때 변신하는 추세로 인해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전통적 네트워킹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페어 플레이어, 공정함은 이제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함부로 공정함을 무시했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스트리밍 라이프, 소유보다 경험의 가치를 우선함으로써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라이프 스타일이 전개된다. 자금으로 무장한 화려한 ‘오팔(OPAL-Old People Active Live)년 개띠’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실버시장이 열리기 시작한다. 남녀노소 불문 끊임없이 자기를 한 단계 발전(Upgrade 업글)시키려는 자기계발 욕구의 시대가 된다.


현재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변화다. 세상에는 3종류의 사람이 있다. 세상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 그 변화와 혁신의 트렌드(추세)를 알아차리고 재빨리 편승하는 사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첫 번째, 마차를 버리고 재빨리 자동차 운전을 배웠던 마부가 두 번째, 끝까지 마차를 몰다가 하루 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한 마부가 세 번째에 해당될 것이다. 


물론 첫 번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 능력, 도전의식, 창의력 등 남달리 많은 조건이 필요해 누구나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 번째 사람이 되기란 어렵지 않다. 누구나 관심을 기울이면 알 수 있고, 알게 되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사람이 되기는 참 쉽다. 남들이야 어떻게 변하든 내가 하던 방식대로만 고집스럽게 하면 되니까. 같은 어묵과 떡볶이를 파는 길거리 노점이라도 온라인 뱅킹이 가능한 곳과 현금결제만 고집하는 곳으로 나뉘고 있는 현재의 트렌드를 보면 세 번째 사람의 앞날이 보인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읽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