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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는 식물이 움직였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미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지금까지 식물에 관한 책을 3권 소개했었다. 식물의 오묘한 세계를 다룬 강혜순의 “꽃의 제국”, 신토불이 사철 먹거리를 다룬 오현식의 “약이 되는 산나물 들나물”, 그리고 최근에 우리 산야의 야생화를 다룬 조영학의 “천마산에 꽃이 있다”였다. 이중 아쉽게도 “꽃의 제국”은 현재 절판 상태라 구하기가 어렵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이 책들과 달리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식물에 관한 스토리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등 13가지 식물들이다. 모두 우리의 식탁이나 삶에 가까이 있어 익숙한데다 많은 독자들이 이들과 얽힌 역사 이야기 한 둘은 이미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감자>가 첫 번째로 소개되지만 세계사를 바꾼 식물이라면 단연 향신료의 일종인 후추(PEPPER)와 차(茶)가 선두를 다툰다. 이야기가 재미있기로는 튤립과 목화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목화는 ‘고려시대 문익점’ 이야기처럼 우리나라 역사에도 똑 같은 영향을 미쳤다. 


<대항해 시대를 연 ‘검은 욕망’ 후추”>는 세 번째 이야기다. 육식 중심의 유럽에서는 고기가 중요한 식량이었으나 부패가 쉬워 오래 보존하기 어려웠다. 후추는 소금에 절이거나 말리는 등 여러 방식으로 저장된 고기를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마법사였다. 


후추는 아열대 식물로 인도에서만 재배되었으므로 멀고 험한 육로를 상인들이 걷고 걸어 유럽에 들여왔다. 그만큼 귀했기에 귀족들 사이에 금과 맞먹는 가격으로 거래가 됐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육로가 아닌 해로를 개척해 인도에서 후추를 대량으로 들여올 궁리를 했는데 콜럼부스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후추를 찾아 유럽인들이 일제히 인도를 향해 배를 타고 나섰던 것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는 대역사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와 생활이 일대 변혁을 맞았던 이 시기를 ‘대항해 시대’라고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인디언’으로 부르게 된 것은 콜럼부스가 그곳을 ‘후추가 있는 인도’로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도 항로가 개척돼 후추가 유럽에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후추 가격이 떨어졌다. 이때 유럽상인들이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포착한 것이 동양의 차였다.


산업혁명시기 공장 노동자들은 홍차에 열광했다. 끓이기 쉬운데다 항균성이 있고, 카페인은 졸음을 쫓아 머리를 맑게 해주었다. 영국은 식민지였던 미국에 홍차를 비싼 값에 팔아 또 다른 식민지 개척 비용으로 충당했다. 그러자 미국인들이 네덜란드에서 홍차를 싼 값에 밀수를 했는데 영국이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자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구의 영국 상선을 기습해 차를 모두 바다에 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이다. 이 충돌이 결국 1775년 미국의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영국(서양)과 청나라(동양)가 정면으로 맞붙었던 1840년 ‘아편전쟁’도 홍차가 원인이었다. 미국 독립 후 청나라에서 홍차, 비단, 도자기 등을 수입해 부를 쌓던 영국(동인도회사)은 수입대금으로 청나라에 흘러 들어가는 세계 화폐 은(銀)을 되찾아올 방법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동양이 서양에서 수입할 상품이 별로 없었던 데다 한 번 손에 들어온 은(銀)은 방안에 쌓아두고 내놓지 않는 ‘중국인 문화’ 때문에 홍차를 수입할 은이 부족해졌다. 


이 은을 끌어내기 위해 영국이 동원한 방법이 마약인 아편을 이용한 삼각무역이었다. 식민지 인도가 청나라에 아편을 팔아 은을 수거해오면 영국은 인도에 면직물을 팔아 그 은을 되찾음으로써 다시 중국의 상품을 수입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간파한 청나라가 아편무역을 금지하자 두 강대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지만 산업화에 뒤졌던 청나라가 참패함으로써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청나라는 유럽 열강들에게 ‘종이 호랑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뒤이어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됐던 일과 현재 홍콩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모두 이 아편전쟁의 역사와 연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