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가 스웨덴 같기를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라르스 다니엘손, 박현정 지음ㅣ한빛비즈





페미니즘이 핫이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후보도 있었다. 페미니즘(feminism)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사회, 정치, 법률상의 지위와 역할의 신장을 주장하는 주의’를 말한다. 사실 페미니즘은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 이래 약자의 권익 신장을 위한 투쟁과 노력은 계속됐고, 그러면서 조금씩 진보해왔다. 최근 폭발적인 민주적 인식의 확장으로 오랜 가부장제 문화 때문에 남녀차별이 많았던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여성들의 반기가 이전보다 거세진 것뿐이다. 노혜경 시인 산문집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2003. 아웃사이더 출판),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2016. 민음사), 박선화의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2018. 메디치) 류의 책들이 그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이렇게 쉼없이 따져야 사회는 한 걸음 한 걸음 진보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북유럽 사람들은 혹독하게 추운 겨울 같은 외부 문제를 해결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협동'임을 일찌감치 깨달아 똘똘 뭉쳐야 했다”고 밝혔다. 서로를 배려하며 껴안지 않으면 모두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역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된 사회를 만들었다. 때문에 행복지수, 민주주의, 복지, 사회 안전망, 평등, 공평, 공정 같은 좋은 가치의 말들 앞에서는 늘 선두를 뺏기지 않고 있는 북유럽, 일명 노르딕 국가들의 현황을 다룬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2017. 원더박스) 같은 책들이 꾸준히 나온다. 이 책의 부제는 '북유럽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키우는 방법'이다. 최근 나온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역시 같은 맥락의 책인데 스웨덴의 현실에 집중했다.


스웨덴, 인구 천만이 채 안 된다. 한국보다 한참 북반구에 있고, 멀리 있어 직접 가보지 않은 필자에게는 어떤 나라인지 별 느낌도 없다. 연속극 '말괄량이 삐삐', 댄싱퀸과 맘마미아의 그룹 아바(ABBA), 아직까지 타보지 못한 차 볼보(Volvo)의 나라라는 것도, 강남의 고급 생활용품과 패션에 스웨덴 명품들이 많다는 것도 몰랐다. 다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 복지가 뛰어난 나라라는 것은 입시 용 교과서로 달달 외워 알고 있었다. 가장 최근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같은 스웨덴 문학도 그나마 필자가 서평 쓰는 덕에 알았다.


"제 생각에 스웨덴의 가장 큰 장점은 가정환경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노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배경이 아닌, 스스로 무엇을 이루느냐가 중요하죠.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의 성향도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23살의 여대생 모아 스트리드스베리는 지금 같은 학교 다니는 남자친구와 학생 아파트에서 동거 중이다. 출산율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이 나라는 아빠의 육아휴직과 양성평등도 훨씬 뛰어나다. 미혼모나 미혼부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동성애도 떳떳하다. 스웨덴 사람과 지방자치단체, 정부는 대규모 난민들에게도 매우 관대하다. 사회복지사, 간호사, 교사, 자원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심껏 난민들의 정착을 돕는다. 그럼에도 안전과 복지가 뛰어나고, 공공임대주택이 제공되고, 부모 모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되 복직한 후에도 여건에 맞는 보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이 없다.


그런 이유로 당연하겠지만 스웨덴 사람들 중 6.3%만이 자기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3.6%,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6.1%로 낮다. (어떤 사회든 100% 동의란 불가하다). 이런 정도의 나라였기에 ‘노벨상’을 시상할 자격이 생겼나 보다. 모두 잘 알겠지만 노벨상은 스웨덴의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되어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부문에서 인류문명의 발달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를 선정하여 수여하는, 전세계 최고 브랜드의 상이다. 참으로 멋지고 부러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