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다시 만드는 인천 14번 둘레길 ‘부두길’


 주로 산의 둘레를 따라 일주하는 여행길로, 도보로 여행하는 것을 둘레길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화려한 풍경을 지닌 북한산, 지리산 둘레길은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산이 아닌 도심을 도는 둘레길도 있는데요, 바로 인천에는 그러한 둘레길을 무려 14개나 있습니다. 그 중 3개의 부두를 두루 볼 수 있는 ‘부두길’을 다녀왔습니다.





 인천광역시에서 준비한 14번 둘레길은 위 지도와 같이 인천역에서 시작하여 동인천역으로 끝나는 꽤나 긴 여정이었는데요, 이러한 코스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먹거리와 혼자 걸으며 조용히 다닐 만한 길들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부두길로 떠나볼까요?





 밤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비교적 늦은 시간에 부두길의 시작인 인천역으로 왔습니다.





 인천역에서 뒤 쪽으로 쭉 걷다보면 월미도 입구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북성포구’가 써진 푯말이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월미도 입구 초입에 숨겨진 이 작은 항구는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각광받던 포구로, 1980년 대까지 수도권 최대의 포구로 굉장한 규모의 어시장이 위치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시가 연안 부두 일대를 매립하며 그 부근에 어시장을 통째로 옮겨 놓았고, 어시장이 자리하던 자리는 대한 제분과 여러 공장이 들어서게 됨으로써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잃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도심 속 어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부두 재정비 사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



 



 출발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느 새 땅거미가 거의 다 진 포구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여전히 옛 추억을 잊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낚시대를 바다위에 던져 놓으며 회상에 빠진 듯 했습니다.





 아름다운 포구를 나오면 만석동 주꾸미 거리가 쓰여진 기둥이 나옵니다. 만석동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란 책으로 유명해진 동네인데요,





 과거 2008년에는 ‘만석동 주꾸미 축제’를 열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던 맛집 골목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주꾸미가 싫은 분들은 주꾸미 거리를 조금 더 지나면 나오는 ‘화평동 냉면거리’가 나옵니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안다는 냉면거리는 언제나 주차장이 꽉 찰만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맛집들이 몰려 있습니다. 





 가격도 한 그릇당 5000원으로 부담되지 않기 때문에 가족과 오거나 혼자서도 먹어도 전혀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주인 할머니의 푸근한 인상만큼이나 푸짐한 양에 맛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어 또 오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냉면 거리를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민들레 국수집’이 나옵니다. 갑자기 저녁을 먹었는데 왜 또 국수집이냐 라고 물으시겠지만 먹으러 온게 아니라 이 국수집은 특별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은 외국에서 선교를 하고 돌아온 서영남 씨가 만든 가게입니다. 그는 알콜 중독자와 노숙자들이 모여 사는 만석동에 이 가게를 지었는데, 그는 무료로 매일 400-500명에 달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국수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한 선행이 입소문을 타 언론에 보도되면서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선행을 하는 매개체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만석동의 천국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따라서 만석동을 지나간다면 꼭 한 번은 들르는게 어떨까요?





 냉면으로 저녁을 해결한 저는 소화도 시키고 주변 풍경도 볼 겸 두 번째 부두인 만석부두로 향했습니다. 화평동 냉면거리에서 만석부두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있는 ‘화도진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과거 조미수호통상조약이 맺어진 화도진은 인천기념물 2호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 부근 일대를 조그마한 공원으로 조성하였는데요, 과거를 그대로 간직한 집과 박물관도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주변 풍경도 은은하거나와 운치있는 옛 고가(古家)도 있어 커플들도 많이 보였는데요,





 때문에 아픈 다리를 이끌고 급히 만석부두로 향했습니다. 





 만석부두는 과거 한국 전쟁 당시 배를 타고 피난을 온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부두 노동과 뱃일을 해가며 피와 땀으로 만든 곳입니다. 책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이 곳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작약도와 영종도를 오가는 역할을 담당하여 많은 사람들도 북적인 이 곳은 현재 조그마한 포구로 전락해 버리고 공단이 들어서며 점점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상 주꾸미와 오징어 낚시를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이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낚시꾼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어 아름다운 바다는 그리 외롭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만석부두에서 나와 조금만 걷다보면 바로 옆에 있는 화수부두가 보입니다.





 다른 부두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화수부두는 크기도 배들도 더 크고 많았습니다. 과거 화려하고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는 이곳은 인천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두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화수부두는 옛날과 달리 한산하고 스산함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여전히 망둥어 낚시를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기는 하지만 공단이 들어선 이후로는 이 또한 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화수부두의 몰락을 지켜볼 수 없었던 인천시에서는 재정 지원을 통하여 최근 수산물직판매장을 설립하여 싱싱한 물고기를 바로 살 수 있어 끊겼던 발걸음을 다시 늘리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좋아한다면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어시장에서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난 후, 마지막으로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인 달동네를 그대로 보존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과거 어려운 시절의 모습들과 유물들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도 있고, 옛 교복도 입어볼 수도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코스까지 다 즐겼으니 슬슬 배가 고파 오겠죠? 저녁은 먹었으니 이제 간단한 간식을 먹으러 갑시다! 동인천역 바로 옆에는 순대골목이 자리하는데, 순대 마니아라면 무조건 들른다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순대를 사고, 인천의 최대 명물인 신포 닭강정을 까먹고 지나치면 안됩니다. 항상 긴 줄이 있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하여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이제 양 손에 순대와 닭강정을 들었으니 동인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면 오늘 부두길 여행이 마무리 됩니다!





 둘레길하면 무언가 볼거리도 많아야하고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는게 일반적이지만, 제가 재구성한 둘레길은 주요 볼거리들은 전부 포함하면서 점점 길어지는 밤을 이용하여 밤바다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배려하였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많은 먹거리도 소개했고요. 무엇보다 부두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이 붐비는 곳보다는 인적이 드문 거리들이 많기 때문에 생각도 정리하고 주변 풍경도 천천히 볼 수 있어서 마음의 여유를 얻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하루 정도 밤바다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