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으로 읽는 인천항 풍경 네번째 시간이 돌아왔어룡! 오늘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본질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를 쉬운 일상의 언어로 표현해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조병화의 '추억'(1949)이란 시를 통해 그 시대의 인천항의 모습을 살펴보아요!


조병화(1921~2003)시인에게 인천은 그가 교직에 몸 담고 있으면서 시인으로 첫 문단 진출한 곳이면서, 노년에 이르러서 정년을 맞은 곳이라고 합니다. 또한 조병화 시인은 현대시가 난해하고 안 팔린다는 통념을 무너뜨린 희소한 시인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추억'이라는 시 읽어볼까요?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 추억 전문-



추억은 조병화의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에 수록되어있는 시인데요. 이 시는 광복 직후 시인이 인천 앞바닷가를 거니는 중에 쓴 시랍니다. 조병화 시인은 광복 직후 자연과학자로서의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시인은, 지난일을 모두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했습니다. 시 '추억'의 주된 시적 공간을 이루는 있는 인천의 바다는, 그의 생애와 같이 좌절과 포기된 상태에서 탈출과 위안의 장소로서 역할을 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요.



(사진설명 :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 사진제공 : 인천항만공사)



현재를 과거화하여 새로운 현재를 맞이하고자 했던 당시 그곳레서의 시인의 바람이, 이 시에는 잘 나타나 있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현재를 맞이하는 일이 쉬웠던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혹은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이 시의 화자가 잊고자 하는 시간이 과거만 이 아니라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조병화의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 중에서도 항구도시로서의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더욱 확연히 드러내고 있답니다. 주변 섬들을 포함하여 당시 인천의 정경이, 그 지역 구성원들의 삶의 모습과 함께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