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변화에 대비하라는 간결한 메시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ㅣ진명출판사








 7월 ‘최보기의 책보기’를 쓰려는 날 우연히도 거장 3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네이버(Naver), 다음(Daum)’ 등 포털 사이트를 흐른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이들은 소설가 박상륭,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류사오보, 그리고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펜서 존슨씨다.


 장차 문학에 관심이 깊거나 신비주의 소설 마니아라면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80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평가 받는 고(故) 박상륭 작가의 <죽음의 한 연구>를 읽어보길 권한다. 더불어 2000년 초반 국내에서만 2백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전 세계적으로 2천 800만 부가 팔렸다는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때 이 책을 읽을 만한 나이가 아니었기에 이 책의 존재마저 잘 모를 사람도 분명 있을 터이므로.

‘세상만사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나와 주변, 세계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변화와 관련해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 A, 변화의 추세에 재빨리 합류하는 사람 B,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 C.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바로 B와 C에 대한 이야기를 우화로 꾸민 것이다.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분량도 많지 않아 한나절이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여기서 ‘치즈’란 직장, 돈, 사랑, 넓은 집, 큰 차, 명예 등등을 종합한 ‘성공과 행복’을 뜻한다. 누가 내 성공과 행복을 옮겼느냐 묻지만 사실 외부의 조건이 변하는 것은 거대한 블랙박스 안의 일이라 ‘누가 옮겼든 간에 우리는 옮겨간 성공이나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문장 역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는 일어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다른 것(상황)도 변하지 않는다’이다.


 우화의 주인공은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생쥐 정도의 크기인 꼬마 인간 헴과 허, 이렇게 넷이다. 미로 속의 같은 치즈 창고 C에서 이 넷은 살지만 스니프와 스커리는 치즈의 양과 상태의 변화를 항상 예의주시한다. 반면 헴과 허는 치즈 창고 C가 영원할 것으로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치즈 창고 C의 치즈가 바닥이 나자 이를 미리 예측했던 생쥐들은 C창고의 치즈에 대한 추억과 미련을 재빨리 버리고 새로운 치즈 창고를 찾아 미로 속으로 과감하게 길을 떠난다. 그리고 얼마 후 새로운 치즈 창고 N에 도달한다. 그러나 헴과 허는 C창고에 다시 치즈가 쌓일 것이라 믿으며 그곳을 떠나지 못한 채 안절부절, 좌절하며 시간만 보낸다. 결국 허는 새로운 치즈 창고를 찾아 두려움 속에 미로 속으로 떠나지만 헴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이 두려워 C창고를 떠나지 못한다. 도전의 설렘으로 미로 속의 두려움마저 잊게 된 허도 결국 치즈 창고 N에 도달한다. 그때부터 허 역시 생쥐들처럼 치즈의 상태변화를 매일 체크하기 시작한다. 언제 다시 N 창고의 치즈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을 C창고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C창고를 벗어나지 못했던 헴이 결국 굶어 죽었는지, 새로운 창고를 찾아 길을 떠났는지에 대한 결론은 책에 없다. 아마도 작가는 실패보다 성공과 행복의 길, 즉 희망을 독자들에게 더 던져주고 싶어서였던 같다. 아닌게아니라 스펜서 존슨은 원래 의사였는데 ‘더 많은 사람들의 정신을 치료해주기 위해’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이 책이 전 세계적으로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한때 그럴싸한 ‘음모설’이 나돌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당시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로 기업들의 노동자 해고가 많았던 시점이었기에 음모설이 먹히기도 했었던 바, ‘대량해고를 정당화하고 해고에 대비하지 못한 근로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후원해 이 책을 냈다더라. 대기업 CEO들이 이 책을 트럭떼기로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바람에 많이 팔린다더라’ 같은 ‘카더라 통신(유언비어)’들이었다. 혹시나 그 중 일부가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변화에 항상 대비하자’는 책 내용이야 나쁠 것이 전혀 없으므로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책 값도 많이 싸다.


 사족이지만 1990년대 인터넷이 막 현실화 돼갈 무렵 이 무지막지한 변화를 재빨리 알아챈 후 ‘치즈 창고 C’를 떠나 미로 속 도전과 모험으로 ‘치즈 창고 N’을 찾아냈던 대표적인 사람들이 이 글 첫 줄의 ‘네이버(Naver), 다음(Daum)’ 등 인터넷 기업 창업에 나섰던 젊은이들이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