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파룡 11기 정규진입니다. 오늘은 해상운송의 계약당사자간 적용되는 국제규칙에는 어떤 것이 있고, 또 그것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운송계약에 있어서 왜 국제적인 통일 규칙이 존재하는지 아시나요? 해상운송계약에서는 당사자 간 합의해야 할 사항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선주는 어떤 선박으로 어떤 목적 항까지 어느 항로를 이용해 물품을 운송할 것인지, 운송의뢰인은 어느 화물을 얼마를 주고 맡길 것인지 같은 계약내용부터, 바다에서 화물이 파손되거나 유실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위험내용과 어떤 조건에서 각자의 책임이 사라지는지에 대한 면책사항까지 다양한데요. 상거래는 계약당사자들이 모든 사항을 합의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계약에 있어 그 수많은 합의사항들을 모두 알고 있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인들이 널리 사용할 수 있는 통일된 계약상의 규칙이 필요합니다.



<자료1_법> - (출처 pixabay)



 해상운송에서 사용되는 국제규칙이 생겨나기 이전 시기, 약 1900년대만 하더라도 각 나라들은 그 나라에서만 쓰이는 해운법이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선하증권법으로, 선하증권의 유통증권으로써의 역할을 세계 최초로 인정한 법입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강력한 해군력과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해운산업이 크게 발달해있는 나라였습니다. 운송업자가 많은 대표적인 선주국가로, 그 때문에 운송의뢰인보다는 운송인의 권리를 더욱 보장해주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손꼽히는 강국이었던 영국의 입김 덕분에, 그리고 늘어나는 운송수요 탓에 운송인들은 운송계약 시 너무하다 싶은 면책조항을 삽입하고 특혜를 받는 등 불공정한 운송계약이 이루어졌고, 이를 견제하려는 국제적인 인식이 생겼습니다. 



<자료2_공격받는화물선> - (출처 pixabay)



게다가 선주들의 과도한 면책조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정착되기도 전에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커다란 위험요소가 발생했습니다. 선주들은 이때다 싶어 전쟁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커버하기 위한 면책약관은 물론 전쟁과 별로 관련이 없는 약관들도 계약서에 마구잡이로 삽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화되자, 전 세계적으로 선주의 무분별한 면책을 견제하고 바로잡을 국제적 통일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제법협회를 중심으로 선주와 화주의 균형 잡힌 운송계약을 위한 통일규칙이 1924년 만들어졌는데, 바로 세계 최초의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해상운송 규칙인 ‘헤이그 규칙’입니다. 최초로 선하증권의 기재사항, 선하증권의 면책약관 제한, 운송인의 의무와 책임, 면책사유와 책임제한금액에 대해 국제적인 통일을 이루어낸 헤이그 규칙은 1968년 개정될 때 까지 40여 년 동안 운송계약에서 국제적인 표준 양식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자료3_컨테이너야드> - (출처 pixabay)



헤이그 규칙이 개정된 지 40여 년 후, 세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해왔습니다. 국제적인 경제 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성장하였고, 특히 1970년 컨테이너가 발명되어 물류산업에 혁명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규칙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국제해사위원회가 기존의 헤이그 규칙을 개정해 1968년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만들어졌습니다. 헤이그 규칙과 비교해보자면 단위화에 쓰이는 컨테이너, 팔렛트 등 새로운 운송용구에 대한 선하증권 기재법이 신설되었고 가장 많이 문제가 되었던 운송인의 과도하게 낮은 책임제한금액을 인상했습니다. 운송인의 대리인은 운송인이 가지는 면책특권을 공유한다는 히말라야 약관도 신설되는 등 그 당시 현실에 알맞은 규칙으로서 개정되었고,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해상운송 국제규칙입니다.



<자료4_unctad> - (출처 pixabay)



 1970년대 들어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과 수출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도 높아지게 됩니다. 개발도상국들은 많은 숫자로 UN의 의석을 다수 확보하고 연합해 그들의 이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UNCTA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입니다. UNCTAD는 당시 선진국들 위주로 운영되었던 세계무역협정 체제인 GATT에 대항해 UN의 직속기구로써 설치되었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북반구 국가와 남반구 국가 사이의 경제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적 선주국인 선진국보다는 화주국인 개발도상국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어 선주에게 더욱 유리했던 기존 해운규칙의 불공평성에 대해서 재검토가 이루어지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결과, 1978년 국제무역법위원회에서 ‘함부르크 규칙’을 채택하게 됩니다. 함부르크 규칙은 기존 헤이그-비스비 규칙보다 운송인의 책임이 늘어나고 면책사항이 축소되어 화주들의 권리를 더욱 보장해주는 규칙입니다.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 정한 운송인 면책사유 16개를 폐지하고, 운송인의 책임제한금액을 더욱 인상하는 등 기존 선주 위주의 불공정한 운송관행을 폐지하기 위한 많은 조항들을 기술했습니다. 


이렇듯 해상운송 국제규칙은 선주집단과 화주집단의 이해관계, 그리고 국제정세와 상황에 따라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입니다. 기사를 쓰면서 선주와 화주집단의 갈등, 더 나아가 해운산업에 있어 입장이 다른 국가 집단 간의 갈등과 해결과정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해운산업 환경으로 인해 더욱 달라질 해상운송규칙과 그에 따른 해운산업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봅니다.